새소리와 신비로운 식물의 향연.
경주 동궁원, 버드파크 방문기.
월성중학교 3학년 3반 김민욱
시험이 끝난 직후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10월. 경주에 동궁원이란 식물원이 생겼다는 얘기를 듣고 벼르고 벼르고 있다가 오늘 가기로 한다. 날씨가 조금 더 맑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따르긴 하지만.
차를 타고 보문으로 들어서자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을 연상케 하는 구조물과 유리로 만들어진 거대한 식물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올해 개장한 동궁원, 버드파크는 1,000여 년 전 기이한 새와 화초를 길렀다는 기록이 남아있는 경주 동궁과 월지(안압지)를 주제로 만든 일종의 식물원이다. 무인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매한 후 버드파크로 들어간다.
(버드파크. 왼쪽에 지금은 사라진 거대조류의 모형이 보인다.)
안은 밖과 달리 조금 덥다.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철창 같은 문이 이중으로 되어있어 새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한 것 같다. 그리고 좁은 통로 사이로 파충류와 새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새들은 창살에 매달려 울기도 하고 밥통에 모여들어 모이를 먹기도 한다. 그리고 조금 더 가면 연못이 나오고 새들이 기다란 연못 위를 날아다닌다. 카메라로는 제대로 담기지 못하는 멋진 장면이다.
(중간에 있는 연못. 중간 위를 보면 새 한 마리가 날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야자수가 천장에 닿을 정도로 자라나 있고 아까 좁은 통로에 있다가 나와서 그런지 넓은 느낌이 든다. 뒷문으로 나가면 타조와 칠면조 등 대형조류 체험장이란 곳이 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문이 닫혀 있어 아쉬웠다. 옆에 있는 특이한 분수가 있는 연못엔 물고기가 있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구석진 곳에 수십 마리가 몰려있었다.
(물끄러미 날 쳐다보고 있는 타조. 자꾸 카메라를 쪼려고 했다.)
다시 안으로 들어가면 물고기와 악어 등 새 말고도 다른 생물이 보인다. 그리고 정선의 진경산수화인 '금강전도'를 재현한 새들의 정원이 중앙에 있다. 멋지긴 멋졌는데 유리로 둘러싸여 있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게 무척 아쉬웠다. 그 뒤로는 다람쥐가 다니는 통로가 문처럼 되어있고 버드파크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체험장이 나온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한 마리가 그새 빠져나가 철창 밖에 앉아있다. 다른 분들이 직원분께 "저기 새가 탈출했어요!" 라고 하자 웃으며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기만 하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잠자리채를 들고 뛰어다니는 그 직원분을 만날 수 있었다. (생각 외로 단순한 방법.)
(정선의 금강전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인공정원.)
(조금 높은 곳에 바라본 버드파크 내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앵무새 같은 새들이 바로 앞에 나타난다. 한 마리는 팻말을 부리로 쪼고 있고 한 마리는 손님들이 많아 신경이 날카로워 졌는지 무서운 눈빛으로 우리를 째려본다. 붉은빛이 나는 귀여운 새는 부끄러운지 얼굴을 깃털에 파묻고 있었다. 반대쪽에도 여러 새가 있었는데 아까 봤던 그 붉은 새랑 비슷한 새가 가까이 카메라를 들이대도 아랑곳하지 않고 약간의 웃음을 머금은 채 난간에 앉아있다. 만져보려 했지만, 직원분이 쫄 수 있으니 하지 말라고 했다. (실제로 손가락을 쪼일 뻔했다.)
(원래 표정이 저런 걸까? 아니면 피곤해서 우리를 노려보는 걸까?)
(부끄러운 건지 얼굴을 파묻고 우리를 쳐다보는 붉은 새.)
(아까 붉은 새만큼이나 정감이 가는 새. 빨간 털이 무척 곱다.)
새를 보니 예전에 할머니께서 잉꼬를 사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100마리 가까이 불렸다는 얘기가 떠오른다. 결국, 상당수를 날려보냈고 후에 한 번 더 키우셨는데 처음 봤을 때는 네 마리 정도였는데 한 2년쯤 지나서 다시 방문하니 20마리로 불어나 있었다. 이 새들도 대부분 팔거나 아는 분들 주고 지금은 새로 이사하신 곳에서 다시 두세 마리 정도로 시작하셔서 불려 나가고 계신다.
위층에는 새에 관한 여러 이야기가 있다. 경주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박혁거세 난생설화나 새와 관련된 여러 발명, 그리고 지금은 사라진 거대조류에 관한 얘기가 실려있다. 중간에는 얼마 전 태어난 병아리와 부화를 기다리고 있는 알이 있는 곳도 있다. 끝에는 4D 체험관이 있는데 값이 비싼 것치고는 그닥 재미있진 않았다.
(박혁거세의 난생설화에 관한 이야기.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이야기가 적혀있다.)
밖으로 나오면 두 개의 작은 유리온실이 나타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 안에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와 여러 꽃이 하나의 정원처럼 꾸며져 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온실은 일만송이 토마토 정원이란 곳인데 천장이 토마토로 꽉 채워져 있다. 옆에는 수확량과 남은 개수를 적어놨는데 확실히 일만 개는 아닌 것 같다. 토마토 정원을 나와 동궁원으로 다시 향한다.
(아직 이름을 모르는 온실.)
(안에 있는 포석정 모형.)
(일만송이 토마토 정원.)
(천장을 메우고 있는 토마토들.)
조금 더 걸어가면 넓은 잔디밭 위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 동궁원이 나타난다. 2층 누각 형태로 지어진 동궁원은 각종 화초가 자라는 거대한 식물원이다. 앞에는 당간지주와 석등이 서 있어 경주의 식물원이란 느낌이 난다. 중앙에는 경주에 출토된 연화 무늬 수막새 모양이 붙어있다. 다른 건 몰라도 저 건물만큼은 정말 잘 지은 것 같다.
(동궁원 전경. 석등이 양옆에 있고 오른쪽에 당간지주가 보인다.)
기파랑에서 점심을 간단하게 먹고 분수 쇼를 본다. 노래에 맞춰서 분수가 나오는데 30m 짜리 분수가 치솟으면 주변에 비가 내리듯이 물이 뿌려진다. 아이들 몇 명이 곁에 우산을 들고 서 있는데 폭포처럼 쏟아져서 우산이 부러질 지경이다. 여름에 더울 때 오면 나름 괜찮을 듯하다. 분수 옆에는 빙 돌아가면서 신라의 화백 회의를 상징하는 화백암, 백제의 정사암 회의를 상징하는 정사암, 그리고 원효대사, 설총, 요석공주를 상징하는 원효교, 설총교, 요석교가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다. 분수 제일 왼쪽에는 개울로 물이 빠져나가도록 한 곳이 있는데 작은 돌로 아치를 만들고 폭포처럼 해 놔서 섬세함이 돋보이는 장치다. 맑은 날씨 때 왔으면 더 좋았을걸.
(치솟는 음악 분수. 곁에 애들이 분수를 맞으려고 기다리고 있다.)
(화백암. 거대한 너럭바위 같다.)
(정사암. 이거는 아까와 다르게 탁자 같다.)
(원효교, 설총교, 요석교. 다리의 조각이 뭘 상징하는 것 같은데 잘은 모르겠다.)
(분수대 뒤쪽에서 바라본 동궁원 전경.)
(아마도 물이 빠지는 배수구. 꽤 괜찮게 만들어 놨다.)
꽤 멀리 떨어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분수 물을 잔뜩 맞고 잠시 말린 후 동궁원 안으로 들어간다. 유리 건물 안에는 여러 나무가 높게 자라나 있어 열대 숲을 연상하게 한다. 그리고 각 권역이 나뉘어 있어 무척 흥미롭다. 특히 평소 보지 못한 열대과일이나 열대식물들에 눈길이 많이 간다. 안을 돌아다니다 보면 물이 나와서 개울을 만드는 시작점이 나오는데 여기는 경주 재매정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그리고 연못을 이루는 입수구는 월지의 입수구를 축소해놓은 것이다. 안에는 인공적으로 만든 폭포도 있어 눈길을 끈다.
(동궁원을 들어서면 보이는 장면. 야자수 같은 나무들이 자라고 있어 열대밀림을 연상하게 한다.)
(실개천의 물이 시작되는 재매정. 경주의 유물을 조형물로 끌어들인 점이 무척 인상 깊다.)
(하와이 무궁화. 우리가 알고 있던 무궁화와 무척 다르게 생겼다.)
(월지의 입수구를 흉내 낸 입수구.)
(동궁원 안에 있는 폭포.)
동궁원에서 가장 재미있게 본 것은 쉽게 볼 수 없었던 각종 열대과일이었다. 레몬, 한라봉, 커피, 바나나, 파인애플뿐만 아니라 생전 처음 듣는 과일도 많았다. 레몬과 한라봉은 아직 덜 익은 상태였는데 작고 초록 빛깔이었다. 나중에 다 익으면 다시 와봐야겠다. 바나나는 꽃이 밑에 달려있고 줄기 부분에 열매가 달려 있는데 진한 분홍색 꽃이 유달리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뭐래도 가장 기억에 강하게 남는 파인애플. 대부분 상상과 다르게 파인애플을 땅에서 한두 개밖에 안 난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파인애플의 진실'이란 제목으로 상당히 떠들썩했을 때 한 번 봤는데 직접 봐도 정말 신기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이게 파인애플이야?", "나무에 열리는 거 아니었어?"라고 하며 서서 바라보고 간다. (한두 개밖에 안 나니까 비싼 거였구나.)
(덜 익은 한라봉. 진한 초록색인 게 맛없어 보인다.)
(삼척 바나나. 밑에 분홍색은 꽃이다.)
(충격과 공포의 파인애플 나무. 처음 알았을 때 무척 충격이었다.)
참고로 알려드리는 파인애플 키우기! 먼저 파인애플을 사서 위에 달린 잎 부분만 잘라준 후 뿌리가 나오게 잎을 벗겨 뿌리 부분이 물에 약간 잠길 정도로 둔다. 시간이 지나면 뿌리가 내리고 화분에 옮겨심으면 끝! 다만, 성공률이 좀 낮고 파인애플이 열리는 걸 보려면 2년 정도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나중에 한 번 해봐야겠다.
경사로를 따라 폭포 안쪽을 통과하면 2층이 나온다. 2층은 별거 없고 그냥 위를 쭉 둘러볼 수 있게 한다. 아무것도 없지만, 폭포를 통과하는 재미와 위에서 보는 동궁원 안 모습이 꽤 괜찮으니 꼭 올라가 보시기를.
(2층 가는 길. 폭포 안쪽 굴을 통과해 간다.)
(위에서 내려다본 동궁원 전경. 거대한 밀림을 하늘에서 본듯한 기분이 든다.)
죽지랑에서 잠시 물건을 구경하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온다. 아직 동궁원에서는 멋진 화장실 건립을 서두르고 있다. 날씨가 맑은 날, 화장실이 완공되면 꼭 다시 찾고 싶다.
새소리로 가득 찬 버드파크, 신비로운 식물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동궁원. 많은 사람이 찾아 경주의 새로운 관광지이자 상징이 되었으면 좋겠다.
-여정- (2013. 10. 6. 日)
동궁원, 버드파크 입구→ 버드파크→ 이름 모를 온실→ 일만송이 토마토 정원→ 기파랑→ 음악 분수→ 화백암→ 정사암→ 원효교, 설총교, 요석교→ 동궁원→ 죽지랑
새롭게 펼쳐라!
羅新
첫댓글 새로지은 동궁원과 버드파크도 볼만한 것들이 많구나.
언제 한번 가봐야 될 것 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