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한 불국세계의 꽃 ‘연화(蓮花)’
연꽃은 사찰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문양 가운데 하나이다. 불·보살이 앉아 있는 연화좌(蓮華座)를 비롯해서 불전을 구성하는 불단과 천장, 문살, 공포, 공포벽 등은 물론이고 탑, 부도, 심지어는 기와의 암·수막새에 이르기까지 연꽃이 장식되지 않는 곳이 거의 없다.
또한 사찰 장식의 여러 소재 중에서 연꽃만큼 내밀(內密)한 불교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도 드물다. 연꽃은 진실로 불교의 정신세계와 불자들의 부처를 향한 신앙심을 짙게 투영하고 있는 상징적인 존재이다.
석가모니가 마야부인의 옆구리에서 태어나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을 때 그 발자국마다 연꽃이 피어났다고 한다. 이는 바로 연꽃이 화생의 상징물(蓮華化生)임을 나타낸다. 모든 불·보살의 정토를 연꽃 속에 들어 있는 장엄한 세계라는 뜻의 연화장세계(蓮華藏世界)라고 한다.
연꽃은 향(香), 결(潔), 청(淸), 정(淨)의 네 가지 덕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불·보살이 앉아 있는 자리를 연꽃으로 만들어 연화좌 또는 연대라 부르는 것도 번뇌와 고통과 더러움으로 뒤덮여 있는 사바세계에서도 고결하고 청정함을 잃지 않는 불·보살을 연꽃의 속성에 비유한 것이다.
스님들이 입는 가사(袈裟)를 연화복(蓮華服) 또는 연화의(蓮華衣)라고 하는 것은 세속의 풍진에 물들지 않고 청정함을 지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묘법연화경』이라는 이름 속에 담긴 연꽃은 미묘한 불법의 세계와 맑고 향기로운 마음의 실상을 드러내는 상징형으로 인식되고 있다.
손에 활짝 핀 연꽃이나 연꽃봉오리를 들고 있는 관음보살의 모습은 보살의 청정과 무염(無染)의 경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연꽃문양에는 모든 망상과 미혹을 버리고 자기의 천성을 깨달아, 죽어 극락정토에 가서 연꽃 속에 다시 태어나기를 염원하는 불자들의 종교적 열망과 신앙심이 담겨 있다.
연꽃문양은 불교 교의와 신앙 체계를 비롯하여 부처님에 대한 불자들의 신앙심과 종교적 염원 등 여러 가지의 내용을 함축하고 있는 불교 상징문양의 극치라 할 수 있다.
<참고: 사찰 장식 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中에서
[출처] 청정한 불국세계의 꽃 ‘연화(蓮花)’|작성자 일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