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 주차위반
지난 6월 하순께 이웃 동네에 사는 애 애비가 왔다. 휴가철을 맞아 고교 동창들 몇몇이 강원도로 캠핑을 다녀와 인사하러 온 줄 알았다. 그런데 웬 불법주차 사유서를 제출하라는 구청에서 애 어미 앞으로 보내온 공문을 내놓았다. 사유서에 첨부된 불법주차 서류를 보니 칼라 사진으로 찍힌 차는 뜻밖에도 애 어미의 차.
조심스레 서류를 내민 애비에게 이걸 왜 나에게 내미느냐는 식으로 쳐다보았다. 애비가 답 대신 묘한 미소를 지으며 하는 설명을 들었다. 불법주차로 신고 된 날자는 지난 5월 초순, 장소는 내가 늘 다닐 때 애용하는 장애인종합복지관 중증장애인 주차장.
설명을 듣고 보니 선뜻 납득이 가지는 않았지만 불법 주차한 때는 내 차가 수리하러 들어갔던 바로 그 때이며 차는 수리되어 나올 때까지 타고 다니라고 가져다 놓은 애 어미의 바로 그 차였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에도 내가 애 어미 차를 그곳에 주차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각설하고 애 애비에게 내가 사유서를 써서 구청에 보내겠다고 했더니 제출 시한이 지났다며 웃었다. 밖에서는 장대비가 쏟아 붙듯이 세차게 내렸다. 만류에도 서류를 가지고 구청으로 담당자를 찾았다. 담당 여직원은 불법주차로 신고 된 차량에 대한 사유서 제출시한은 이미 지났지만 차량의 주인이 자필로 사유서를 써서 내야한다고 했다. 그리고 애 어미와의 관계를 증명하는 서류를 오늘 중에 제출해야 한다며 불편한 몸으로 구청을 찾아 주신 어른에 대한 배려는 이것 밖에는 다른 것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직원은 덧 붙였다. 제출 시한이 지나 이미 과태료 납부 고지서를 발부 중인 것으로 안다며 아직 받지 않았느냐는 눈길. 이 소리를 듣는 순간 더 이상 복잡하게 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더구나 애 어미는 모처럼 친정 부모님을 찾아 멀리 가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불편을 무릅쓰고 차까지 내놓은 터에 어떻게 이러한 이야기를 구차 하게 할 수 있단 말인가?
구청에서 보내온 우편물은 내외가 모두 집을 비운 사이에 공교롭게 배달이 되어 적기에 받아 볼 수가 없어 그만 이렇게 실기를 하고 만 것이다.
나는 지금도 장애인차 표지도 없는 차를 장애인주차장에 왜 그 때 그 곳에 댔는지를 모른다. 자신이 운전하는 차가 애 어미 차이고 장애인차가 아니라는 사실은 까맣게 잊고 제 차 운전하던 몸에 밴 버릇으로 아주 자연스레 중증 장애인 주차장에 아무 주저함이 없이 깜빡 하고 주차위반 했던 모양이다.
그 이후로는 자신이 운전하고 있는 차가 내 장애인 차가 맞는지, 주차하려는 곳은 장애인 주차구역인지를 한 번 더 확인하게 되는 새 버릇을 하나 더 가지게 되었다. (2013. 8. 10 .)
첫댓글 우리 나이에 능히 범할 수 있는 자연스런 착오라고 생각되는데..우선은 굳게 다시는 그런 실수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어느 순간에 자기도 모르게 깜빡하게 될 껄..그 후에는 그냥 웃으면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