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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뭐 오아시스에 처음 입문하는 분들에게도 가장 기초적인 내용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당시엔 가뭄의 단비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정보였던데다 (이듬해 손에 넣게되는) [Whatever], [Some Might Say] EP는 고사하고 모닝 글로리 조차 라이센스되기 전의 상황에서 수백, 수천번은 반복해서 읽었던 기사였습니다. 한동안 열심히 사 모았던 잡지들 대부분이 없어지거나 버리곤 해서 남아있을까 했는데 아직 상태가 양호하네요. 생각난 김에 한번 올려봅니다^^
It's Been 'Definitely' A Wild Year!!
전 영국을 몸살나게 했던 데뷔작 [Definitely Maybe] 앨범의 뒤를 이어 마침내 완성을 본 신작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의 발매. 거의 데뷔 직후부터 곧바로 성공가도를 달려 온 그들이기에 서포모어 징크스 어쩌구하는 말을 몰래 떠올려 보는 것도 그다지 큰 죄악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앨범을 다 듣고 난 뒤에도 정말 그 말을 확신에 찬 어조로 할 수 있을까. 조심하기 바란다. 그때는 정말 죄악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단언컨대 그럴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리고 로큰롤 오아시스의 두 수호자 갤러거(Gallagher) 형제는 보통 고집쟁이들이 아니다. 그들이 결코 쉽게 포기하는 인물들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번 나팔꽃 앨범에 매우 명징하게 그리고 주도면밀하게 덩굴로 감겨 있다.
글/ 성문영 (HOT MUSIC)
First, You meet this genesis oasis, and..
영국 맨체스터의 갤러가 가(家)의 둘째 노앨 갤러거는 80년대 후반에 인스파이럴 카페츠(Inspiral Carpets)의 기타 테크니션으로 일하고 있었다. 막연하게 팝계의 A&R 맨으로 일하고 싶다는 희망 사항을 가진 맏형 폴 갤러거는 막내보다 노엘과 좀더 통하는 면이 있어 잘 어울렸고, 막내인 리엄 갤러거는 제대로 된 밴드 생활을 꿈꾸며 자신이 보컬을 맡고 있는 레인(Rain)의 활동에 열심이었다. 실은 이 막강한 눈썹라인 삼형제가 모두 대단한 팝 매니어들로, 그들의 벽은 언제나 수없이 많은 우상 팝/록스타들의 사진들로 도배되어 있었고 기회가 닿는 한 항상 누군가의 공연 클럽에 함께 혹은 따로 얼굴을 내미는 공통된 취향을 갖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노엘은 겉보기엔 평범한 청년 - 어, 물론, 아직도 미스터 빈이라고 고집하고 싶은 사람들에겐 전혀 평범해 보이지 않겠지만 - 이었으나, 자신이 믿는 바에 대한 신념이 확고한 광적인 비틀즈 팬이자 이미 아마추어 이상의 기타맨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노엘은 동생의 밴드 레인의 곡들을 들어 볼 기회가 있었다. 노래를 다 듣고 난 노엘은 생각했다. '그래도 악기는 다 다룰 줄 아네. 우리 애(Our Kid, 즉 리엄)도 노래는 꽤 하는 편이고 얼굴도 저 정도면 준수한 편이지. 하지만..." 입밖으로 나온 말은 사뭇 준엄했다. "미안하지만 솔직하게 말하지. 늬들은 다 쓰레기야. 왜냐면, 봐,늬들만의 오리지널 곡이 없잖아."
그리고 그는 직접 곡을 몇 개 써 주었다. 그 곡들을 연습하던 밴드는 "차라리 직접 우리 밴드에 합류하는 게 어때"라고 말했고 노엘은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거 나쁘지 않지, 좋아. 하지만 만약 그렇게 되면 너희들은 일주일 중 6일은 깡그리 내 말에 따라 리허설에 쏟아야 돼. 그리고 기왕 할 거라면 진짜 성공을 생각하고 해야 돼. 내 말은, 내가 들어가면 이제부터는 장난이 아니라는 거지. 자, 이래도 꼭 바란다면야."
그들은 꼭 그를 바랬다. 그리고 밴드는 레인에서 곧 오아시스라는 새이름을 달았고 노엘은 이 시기에 <Live Forever>, <Rock'n'Roll Star>, <Up In The Sky>등의 곡들을 작곡하여 밴드와 함께 리허설을 시작했다. 열심이다못해 혹독한 주당 6일의 연습에 멤버들은 과연 "이게 뭐야, 이제 리허설따윈 지긋지긋해. 넌 지금 우리가 무슨 비틀즈라도 되는 것처럼 바람을 잡고 있는데, 정말 못 봐주겠다고!"라고 아우성치며 노엘의 리더쉽에 노골적인 짜증을 부렸지만, 그가 이미 밴드의 창조적 실세를 잡고 있다는 점은 그들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프론트맨인 리엄 조차도. 그리고 어느덧 오아시스는 데모 테입을 완성하는 데에 이르렀다.
여기서부터 몇가지 징조가 있기 시작했다. 첫번째는 이 테입이 자니 마(Johnny Marr)의 손에 들어갔던 것으로, 배우로 활동하는 자니의 동생 이언(Ian)과 안면이 있던 노엘은 별 기대없이 형에게 전해달라며 그에게 자신들의 첫 데모 테입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정확히 두 시간만에 자니 마에게서 직접 온 전화를 받고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노엘은 아무리 동향인이라지만 자신의 기타 모범중 하나였던 그와의 이런 실제 접촉에는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둘은 그날 이후 기타 이야기 꽃을 피우는 각별한 선후배간이 되었다.
그리고 두번째는 93년 5월에 오아시스가 글래스고우의 클럽에 다른 밴드 시스터 러버스(Sister Lovers)와 함께 도착했을 때였다. 그당시만해도 완전 무명이었던 오아시스는 클럽 지배인에게 맨 끝에라도 상관없으니 당일 연주 목록에 자신들의 이름을 넣어 달라고 떼를 썼으나 당연히도 매정하게 거절당했다. 하지만 어떻게든 해내리라는 이들의 고집은 마침내 지배인을 꺾고 그날 클럽에 서는데 성공했는데, 실상 이것은 알고보면 "안 되겠다고? 그럼 우리가 여기서 망나니짓을 해서 손님들을 다 떨궈도 좋다는 뜻인가 본데.."라고 협박조로 나와서 얻은 결실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반강제로 강행한 이 단 한 번의 연주에서 그들은 그 자리에 와 있던 크리에이션(Creation) 레코드사의 사장 앨런 맥기(Alan McGee)를 자신들의 팬으로 만들어 버렸고, 그는 무대로 올라와 이 새파란 신인들에게 곧바로 계약 조건을 제시했다. 그리고 지금, 오아시스는 크리에이션 내 최고의 보물로 대접받고 있다.
You Know What some might say, But...
인터뷰니 모음기사니 해서 몇번인가 이 자리에서도 이들에 대한 기사를 제법 맘먹고 다룬 적이 있었다. 그러나 소위 그림의 떡도 아닌, 국내에 앨범도 발매된 밴드인데도 불구하고 그런 대접이 가당찮다는 식의 반응을 들었던 적이 있어, 특히 신인에 대해 인색한 - 물론 당사자 자신에게 직접적인 계기가 찾아오지 않는 한 지면이나 소문만으로 생소한 새음악에 대해 100% 신뢰를 주기가 어렵다는 사실은 필자 포함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것이지만 - 음악 팬들의 한 단면을 새삼 각성하고 쓰게 웃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최근 그들의 신작 [Morning Glory]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려는 지금도 '대망의' 라든가 '우리가 기다려 온'이라는 형용사를 외지에서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갖다댈 수가 없는 형편이다.
사실 국내반 [Definitely Maybe]를 직접 들어 본 사람이라 해도 '뭐 그리 잘난 것같지도 않은 걸'이라고 의문할 이가 하나도 없었을 것 같지는 않다. 로큰롤과 팝 멜로디,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멤버들의 끊임없는 불화설과 위기/해산설, 신인으로서 감히 독설을 서슴지 않는 겁없는 배짱, 젋은 로큰롤러라는 입지를 있는대로 이(악?)용하는 그런 모습들은 90년대의 롤링 스톤즈라는 연상 기제로 발전하기 전혀 무리없는 코스를 밟았던 것이다. 단지 그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진정 사막의 샘같은 바람직한 최고의 메리트라면, 지금 현 90년대의 (영국) 씬에서 - 글쎄, 수퍼그래스(Supergrass)정도를 제외하면 - 이들처럼 생명력 넘치고 밉지 않은 당당한 자신감을 납득하게 하는 '젋은 밴드'가 거의 없다는 사실 뿐이다. 쉬울 것 같고 흔한 것처럼 들려오지만 자세히 귀 기울여 보면 이렇듯 솜씨좋게 멜로디의 훅(hook)과 후회없는 로큰롤 정신을 함께 구사하는 곡들은 확실히 '뭔가 알고 쓴' 사람의 솜씨다. 그런 곡들과 같이 받아들여지는 멤버들의 - 그 자, 우리는 오아시스다. So f**kin' what!' 하는 식의 - 독자적인 이미지와 분위기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애정으로 발전할 위험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이상한 일이지만, 이런 밴드가 지금까지 너무 없었다.
그들에 대해 무감동했던 사람들에 재고의 여지를 제공했던 기회가 있었다면 그것은 역시 두 장의 EP [Whatever]와 [Some Might Say]일 것이다. 아무리 오아시스를 입만 산 불한당들이라는 식으로밖에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이들이라도 신보에 앞서 선행되었던 이 두 장의 수록곡들을 들었다면 얼마간이라도 비로소 그들을 아티스트 급의 밴드로 인정할 용의를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 실린 곡들은 보통의 앨범에서의 싱글 커트와 약간 성격이 다른, 거의 90% 이상이 신곡이었고 이것은 [Definitely Maybe]와 [Morning Glory] 사이의 브리지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는 안전하고 멋진 캐리어 관리의 일부였다. 국내에 이 음반들이 아직 소개되고 있지 못한 것은 유감이지만, 어쨌든 전형적인 오아시스 스타일의 <(It's Good) To Be Free>와 <Acquiesce>부터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Whatever>(비디오를 꼭 참고), 노엘의 프론트맨 선언과 그의 존경하는 대선배 폴 웰러(Paul Weller)와의 공연 <Half The World Away>와 <Talk Tonight>, 그리고 한창 물이 오른 오아시스 성숙기의 반증 <Some Might Say>까지, 이 곡들은 원래 열성이었던 오아시스 팬들은 물론 보통의 팝 팬들도 좀 더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입장에서 이들을 보고 또 호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이윽고 새앨범이 등장했다.
Hey, you gotta roll with it anyway!
"내겐 항상 들려줄 곡이 준비되어 있다. 실은 다음 앨범 작곡도 지금 벌써 다 완성되어 있는 상태다."
놀라웠던 것은 [Definitely Maybe]가 한창 떠 있던 시점인 겨우 작년 말에, 노엘의 입을 통해 이런 말이 들렸을 때였다. 그때 이미 노엘과 리엄의 불화설로 밴드의 존속 위기까지 루머로 한창 나돌던 판이었으므로 이 역시 항상 하는 호언이려니 했던 사람들의 기분도 이해할 수 있지만, 2주만에 녹음을 후딱 마치고 다시 태연히 인터뷰와 공연에 임하는 현재 오아시스의 모습에서는 '속고만 살았나'는 식의 즐거운 비아냥이 숨어 있는 듯 하다. 물론, 멤버들간의 잦은 들썩거림은 오아시스 최대의 약점으로, 드러머의 경질(토니 맥캐롤->앨런 화이트)에 이어 최근에도 들락거리는 베이시스트 문제 - 원래의 주자 폴 맥귀건이 과로로 잠시 요양을 하는 사이 임시로 들인 멤버 스콧 맥리어드도 얼마전 팀과 결별, 현재 오아시스는 두번째 대타 베이시스트를 찾고 있다 - 를 앓고 있으나, 이번 새앨범의 내용물은 그 모든 것을 받아 줄 수 있을 만큼 만족스럽다.
'Hello, it's good to be back' 인사말 격으로 포함된 첫 곡 <Hello>부터, 폴 웰러(이미 그와 노엘의 음악적 상호 관계는 단순한 선후배 관계 이상의 친밀도를 보이고 있다)가 리드 기타와 백보컬로 참여한 끝곡 <Champagne Supernova>까지 앨범은 지속적인 효용 곡선(아니, 직선일지도?)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캐치되는 확연한 특징은 우선 오아시스가 벌써부터 유연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곡의 대부분을 작사작곡하는 노엘에게 해당되는 점이라고도 할 이 국면은 '다음 앨범([Morning Glory])만 만들고 해산할 작정이다'는 그의 말(최근의 인터뷰를 통해 보자면, 노엘은 교묘히 논리를 대고 있지만 어쨌든 결국 식언이 될 가능성이 크다)을 어쨌거나 의아하게 하는 숙성하고 노련한 플레이이다. 노엘의 보컬을 전면에서 들을 수 있는 <Don't Look Back In Anger>나 그들이 크리스마스용 히트 싱글이라고 농담처럼 자신하는 <Wonderwall>, '사람들이 그의 영혼을 빼앗아 갔을 때, 그는 동시에 자신의 자존심 마저도 강탈당하고 말았다'는 노엘의 얼마간 자전적 가사가 반복되는 <Cast No Shadow> 등에서 드러나는 멜로우(mellow)한 방향성은 [Definitely] 앨범에서는 결코 흔히 찾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또 노엘의 의도대로 '지옥의 묵시록' 스타일의 헬리콥터 굉음을 인트로와 아우트로로 넣은 <Morning Glory>나 제목처럼 조금은 알딸딸한 샴페인 맛의 <Champagne Supernova>(셰드 세븐shed seven의 <Ocean Pie>와 일맥상통하는 분위기와 효과)들은 군불을 슬슬 때워 온 앞서 전반부의 워밍업을 확실한 본판으로 발전시키는 후반부의 훌륭한 대곡들이다. 어떤 악의 넘치는 매체는 '이번 오아시스 앨범은 전부 약과 관련있는 내용들이다'라고 떠들었지만, 정말 그 정도까지 심하지는 않고 그저 몇몇 곡에서만 그런 '혐의'를 발견할 수 있는데 특히 이 <Champagne Supernova>가 그중에서도 혐의가 짙은 편으로, 비틀즈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와 <A Day In The Life>가 자연스레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Where were you while we were getting high?'의 의 질문에서는 분명한 제3자의 회의적 시각, 몽롱한 관조적 뉘앙스가 숨어 있다.
하지만 아무리 이렇게 '취한' 곡들이 있고 갤러거 형제가 '로큰롤과 술과 약'이라는 전통적인 로큰롤 배드 보이 이미지를 배반하지 않는 캐릭터들이라고는 하지만 역시 중요한 것은 노래. 오아시스는 이번 앨범에서 중요한 핵심을 관통하고 있는데, 그것은 오아시스를 어떤 식으로 개념을 잡느냐는 질문에 "'Good', 'Melodic', 'Rock'n'Roll'!"이라고 한번에 딱 잘라 대답하는 노엘의 대답 바로 그것으로서, 이 말이야말로 더 이상의 부연 설명이 필요없는 오아시스의 정확한 DNA다.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를 듣는 누구에게나 그점은 에누리없이 증명될 것이다.
...Till you finally get that high.
오아시스의 인터뷰는 어느 것이든 재미를 보장한다. 혹독하게 솔직하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의 자세가 많은 트러블을 부르고 한때는 해산으로 이어질 뻔도 했지만 아직은 그런 극약 처방이 취해지지 않은 상태고 오히려 지금같아선 그들은 그런 각종 위기들을 스스로 즐기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도 든다. 그래서 얼마간은 안심할 수 있다.
극단적인, 어떤, 새로운 것, 그 미지의 'something'을 찾는 본능은 대중이나 뮤지션이나 마찬가지여서 가끔 씩은 그것이 이런 소위 'basic' 로큰롤 형태의 음악에 대한 경멸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오아시스의 음악은 단순한 것 같지만 정통적인 방법론과 이단적인 태도를 동시에 구사하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해내는, 그리고 젊은 밴드로서 그것을 해낸다는 점에서 특별한 사랑을 약속받을 수 있다.
노엘이 항상 최고의 에센스로 삼는 '팝 멜로디와 순수 로큰롤의 정신이 동시 구현된 꿈의 대중 음악'이란 말은 일견 아주 당연하고 단순한 결론이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이 점을 자신의 음악 생명을 걸고 선언하는 심각한 주제라는 것, 그리고 실제 오아시스라는 밴드를 통해 그 주제를 지금까지 끊임없니 실험해 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그들의 '중독성 약'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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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봤습니다! ! 아 역시 오아시스관련 기사는 다 재밌네옄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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