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익환 목사 "꿈을 비는 마음"
늦봄 문익환 목사 선종 25주년
존경하는 늦봄 문익환 목사님(1918년 6월 1일 ~ 1994년 1월 18일) 선종 25주년!
오신지 100년이 지나고 가신지 25년 !
어릴 적 동문의 친구 윤동주 시인의 시심을 가슴에 담고, 1975년 8월 17일 의문의 죽음을 맞은 평생 친구 "장준하의 대타자"임를 자처하며 57세에 늦게 뛰어든 재야운동권의 길!
"너 외로운 山中 孤魂아,
... ...
아아, 산중 고혼 우리의 임
장 준 하 !
너를 잊으면 우리는 죽는다
너없이는 우리는 없다 조국도 없다
너는 우리의 마음
우리의 사랑
우리의 정의
우리의 양심
우리의 자유
우리의 전부
차라리 우리의 하늘이다 땅이다
우리의 새벽이다 새벽별이다
... ...
우리는 네 앞에서 눈물을 흘린다
부끄러운 부끄러운 눈물을 펑펑 쏟으며 하나 되리라
네 마음으로 네 사랑으로
하나되어 죽으리라
부나비처럼 불속에 뛰어들어
너를 얼싸안고 신나게 춤을 추며 죽으리라
어둠과 탐욕을 비웃어 주면서
목이 터지게 통일 조국을 노래하면서"
('산중고혼아-장형의 주기를 맞아-'3주기추도시, <씨알의소리> 1978년 9월호)
가톨릭 선종완 신부님과 함께 공동번역 구약성서를 번역하신 성서신학자의 "늦봄"이란 호!
늦봄 목사님은 귀양살이 다산 선생의 심정도 간직하셨나 봅니다 !
大綱旣隳圮(대강기휴비)
萬事窒不通(만사질불통)
中夜拍案起(중야박안기)
歎息瞻高穹(탄식첨고궁)
나라의 기강이 무너져
만사가 앞뒤로 꽉 막혔다
한밤에 책상을 치고 일어나
탄식하며 하늘을 쳐다본다
정약용은 그의 <하일대주>(夏日對酒)라는 장시에서 그의 답답한 심정을 이렇게 읊었다. 그래 생각다 못해 이런 상상을 하게된다.
那將萬箇竹(나장만개죽)
束箒千丈長(속추천장장)
盡掃秕穅塵(진소비강진)
臨風一飛颺(임풍일비양)
참대 만 개를 가져다가
천길 길이의 빗자루로 묶어서
검부러기, 찌꺼기일랑 모조리 쓸어
한바탕 바람에 날려보고 싶다
(천관우, '한국사에 있어서의 저항', <씨알의 소리> 1977년 4-5월호)
시대를 훌쩍 앞서 30년 전 김일성 주석을 만난 (1989년3월25일) 통일의 열정과 투옥!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중 형집행정지로 풀려난 90년 10월말, 문목사는 〈한겨레 신문〉에 실린 최일남씨와의 인터뷰에서 '시인이란 앞에 놓인 바위를 뚫고 뒤에 있는 꽃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들 합니다. 이는 현실 정치를 뛰어넘은 통찰력을 말하고 역사를 꿰뚫는 혜안을 말합니다. 시인은 결코 환상주의자가 아니라 상상력과 투시력을 겸비해 현실의 벽을 깨는 사람이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시사저널> 1994년 2월 3일)
늦봄 선생님의 생애는 "국가가 백성을 아프게 하는" 야만의 시대와 치른 정면 대결로 점철되었음을 기억합니다. 책장에서 선생님의 책 두 권을 꺼내 봅니다. 두 권 모두 옥중에 계실 때 펴낸 책입니다.
가톨릭수녀회의 <생활성서>에 연재한 글을 모은 <히브리민중사>(1990년 5월, 삼민사). 이 책의 처음과 마지막 문장을 새기며 이 시대의 거짓과 헛것을 겸손하게 질타하는 노경의 예언자를 성찰합니다.
“공주교도소에 있을 때의 일입니다. 때는 겨울이었습니다. 겨울이 되면 햇빛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밖에서는 상상도 못할 것입니다. 아무리 추워도 온몸을 햇빛에 노출시키고 손바닥으로 문지르지요. 맨 마지막으로 발바닥을 문지르다가 하루는 왈칵 쏟아지는 눈물을 걷잡을 길이 없었습니다 (중략) 60여년 살아오는 동안 내가 언제 발바닥의 고마움을 느끼고 발바닥에 영광을 돌린 일이 있었던가? 모든 기쁨 모든 영광을 남에게 돌리면서 자신은 말없이 땅을 밟을 뿐인 발바닥에 얼굴을 대고 나는 엉엉 울었습니다.”
"만방의 예언자가 되는 길이 따로 있는게 아니군요. 철저하게 뜨겁게 겨레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 사랑으로 겨레에게서 거짓을 벗겨 내고 진실을 살려 내는 일이 그대로 만방의 예언자가 되는 일이었군요. 진실만이 겨레를 살리는 길이라면, 그 길이 그대로 세계를 살리는 길로 통하는 것이었군요"
옥중의 시편 <옥중일기>(1991년 9월, 삼민사)에 펄펄 끓고 있는 통일의 염원. 늦봄 목사님의 천국지복을 기원하며 올해에는 금수강산 한반도에 영구평화의 날이 임하도록 하느님께 빌어주시기를 간구합니다.
책 첫장의 지묵!
"백두에서 한라까지
조국은 하나다
통일염원 47년 정초 문익환"
"문규현 신부
적시 후속 안타 작렬
주자는 3루를 돌아
홈으로 돌진"
(1989.6.7. 21쪽)
방진선 토마스 모어
남양주 수동성당 노(老)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