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과 명예를 위해 목숨을 걸고 전장터를 누볐던 네이든 알그렌 대위(톰 크루즈분). 그러나 남북전쟁이 끝난후, 세상은 변하고, 그가 참여했던 전쟁의 명분조차 퇴색해 버리자 알그렌은 허탈감에 빠진다. 용기와 희생, 명예와 같은 군인의 덕목은 실용주의와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시대 흐름에 밀려, 설자리를 잃게된다. 지구 반대편에선 또 한명의 무사가 가치관의 혼란 속에 갈등을 겪고있었다. 황제와 국가에 목숨 바쳐 충성해온 사무라이의 마지막 지도자 카츠모토가 바로 그. 미국이 신문명의 조류속에서 변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있던 그 시기에, 일본의 전통 문화 역시 서양 문물의 도입으로 개혁의 홍역을 앓고있었다. 새롭게 도입된 철도와 우편제도는 사무라이가 수세기동안 목숨걸고 지켜온 가치관을 뒤흔들어놓고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카츠모토에겐 전쟁없는 삶은 곧 죽음이었다. 서구 열강의 신 문물에 매료된 일본 제국의 젊은 황제가 신식 군대 조련을 위해 알그렌 을 초빙하면서, 이 두 군인은 운명적으로 조우하게된다. 서구화를 가속화시키기위해 황제의 측근들은 사무라이 집단을 제거하려는 음모를 꾸미는데, 알그렌은 자신이 뜻밖 에도 사무라이에 대해 연민과 동질의식을 느끼고 있음을 깨닫는다. 신념과 무사정신으로 무장한 사무라이의 모습이야말로 한때 자기 자신의 모습이 아니 었던가... 두 시대와 두 세계가 거세게 충돌하는 이 낯선 세계에 던져진 알그렌. 그는 군인의 명예심 하나로 자기의 앞길을 헤쳐나가는데...
■ PRODUCTION NOTE ■
`THE LAST SAMURAI`가 본격적으로 촬영에 들어간것은 2002년 10월부터지만, 사실 이 영화의 감독 에드워드 즈윅은 오래전부터 일본 문화와 영화에 관심을 갖고있었다. 10대 시절부터 이런 류의 영화를 구상해왔다는게 감독의 말. ``난 17살때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를 처음 본후, 그 영화를 수없이 반복해서 봤다. 그밖에도 아키라 감독의 영화는 빠짐없이 봤다. 아키라 감독이 날 영화의 세계로 인도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학도였던 즈윅은 메이지 유신 시기에 특히 관심이 많았다. 막부정치 시대가 끝나 면서 일본은 200년간의 고립 정치를 끝내고 서구 문명을 처음으로 받아들이게된다. ``메이지 유신 시대는 드라마틱한 변혁의 시대다. 변혁의 과도기는 비쥬얼적으로도 무척 흥미있는 시기다. 새것과 옛것이 혼재하는때이기 때문이다. 중절모 쓴 남자와 기모노 입은 여자가 함께 걸어가는 풍경, 연발식 소총을 든 신식군대와 칼을 휘두르 는 구식군대가 싸우는 광경등을 상상해보라.`` 즈윅은 `셰익스피어 인 러브`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감독인 만큼, 시대물과도 친숙한 감독. 그의 전작 `GLORY` `가을의 전설`등도 19세기를 무대로 한 시대물이었다. ``난 과거의 역사적 순간에 늘 끌린다. 변혁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 인간이 겪는 내면, 외면적 변화를 관찰하는것은 항상 흥미롭다`` 알그렌 역의 배우 톰 크루즈도 10대 때부터 일본 문화와 아키라 감독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크루즈는 말한다. ``사무라이의 우아함, 무사도 정신, 충성심, 명예와 신념등은 늘 날 매료시켜왔다`` ``이 영화는 풀코스 만찬과도 같다. 새로운 세계를 접한 한 인물의 모험과 내면적 변화의 과정을 그린 서사물이면서, 그 속에 액션과 드라마, 사랑, 철학이 고루 담겨있다. 지금까지 내가 출연한 어느 작품보다도 스케일이 큰 영화다`` 즈윅 감독은 대학시절부터 일본 역사서를 탐독해왔다. 그중 일본 정계의 풍운아 사이고 타카모리의 일대기를 그린 이반 모리스의 저서 `고귀한 실패(NOBILITY OF FAILURE)` 를 읽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즈윅은 타카모리의 아름답고 비극적인 삶을 이 영화 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근대화 과정에서 사무라이 시대의 가치관은 와해되가고, 사무라이의 사회적 지위도 붕괴 되어갔다. 영국의 기사처럼 사무라이는 주군과 막부에 충성을 맹세했고, 기사가 기사도를 지키듯, 사무라이는 무사도를 지켰다. 무사도는 곧 충성과 용기, 희생, 인내를 뜻했다. 당시, 일본에 밀려들어오던 서구의 신문물과 신병기로 무장한 신식군대에 비해 사무라이 는 낡고 뒤떨어진 구시대의 유물로 비춰졌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마지막 사무라이 지도자 카츠모토 (켄 와타나베 분). 설 땅이 없어진 사회에서 자신의 신념을 지켜가려는 카츠모토는 자신과 비슷한 문제를 안고 다른 세계에서 온 이방인 알그렌과 만나면서 삶의 새로운 국면을 맞게된다.
즈윅 감독과 `글레디에이터`의 시나리오 작가 존 로건은 1876년~1877년 사이에 일어난 사무라이 반란사건을 이 영화의 기본 모티브로 삼는데 동의했다. 극중 알그렌이란 인물 은 흔히 영화에서 그려지는 호쾌한 영웅과는 좀 다르다. 오히려 그는 신념의 상실로 고뇌에 빠진 나약한 캐릭터로 그려진다.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방황하는 영혼, 그것이 바로 알그렌인것이다. 그는 사무라이의 정신세계를 접하면서 새로운 삶에 눈뜨게 된다. 비록 이 영화는 픽션이지만, 시나리오 작가진은 가급적 고증에 충실키로 했다. 그래서 각계 전문가와 학자, 일본인 시나리오 작가들을 만나 조언을 들었고 스탭진에 일본인들을 많이 기용했다. 즈윅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마샬 헤르스코비츠는 오랜 기간 동안 TV와 영화 작업을 함께 해온 창작 동지관계. 이번엔 이 두 사람과 함께 톰 크루즈도 자료 수집에 가세했다. 크루즈는 엄청난 양의 정보 수집과 독창적 아이디어 제공으로 많은 도움을 주었다. 감독은 크루즈에게 두권의 일본 역사서를 주었고, 크루즈는 이 책들을 촬영장에까지 가져와 틈틈이 읽으며 캐릭터 연구에 몰두했다. 뿐만 아니라 8개월동안 격투기, 검도 등 을 열심히 훈련, 나중엔 두개의 검을 동시에 자유자재로 다룰수있는 수준에까지 이르렀 다. 이런 열성 덕에 그는 대부분의 액션 씬을 대역없이 소화해냈다. 무술 훈련을 열심히 하다보니 나중엔 호흡도 길어지고 사물에 대한 날카로운 예지력이 생기더라는 것이, 크루즈의 말. 알그렌이라는 캐릭터를 위한 내면적, 외면적 훈련이 크루즈의 육체와 정신 을 변화시킨 셈이다. 그 점은 크루즈의 상대역인 카츠모토 역의 켄 와타나베도 마찬가지. 일본 TV와 영화의 많은 사극물에 출연한 경력배우 와타나베는 크루즈처럼 강도높은 훈련을 거친 끝에 대부분의 액션 씬을 직접 해냈다. 제작진은 크루즈의 파워와 카리스마에 맞설수있는 힘 을 지닌 상대역 배우를 찾기위해 많은 오디션을 거친끝에 와타나베를 캐스팅했다. 강인 함이 우러나오는 그의 외모부터가 카츠모토 역에 적격이었기 때문. 말이 통하지 않는 이방의 세계에 던져진 알그렌을 도와주는 여인 타카 역은 일본 여배우 코유키가 맡았다.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서로의 삶에 개입하게된 두 사람. 둘 사이엔 문화적 언어적 장벽이 가로막혀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어떤 교감이 싹터간다. 코유키는 마치 무성영화를 찍듯 풍부한 표정과 제스처를 활용, 훌륭한 내면연기를 보여주었다. 나중에 알그렌의 적이 되는 캐릭터인 우죠 역에 캐스팅된 배우는 `히로유키 사나다`. ``난 이 영화를 찍으면서 즈윅 감독이 일본 문화에 탁월한 식견을 갖고있으며 사무라이 정신에 매료되어 있음을 느낄수있었다. 그가 애정을 갖고 찍은 이 영화가 일본 사무라이 영화사에 한 획을 긋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 사나다의 말이다. 영화에 유머와 위트를 주는 캐릭터 `사이먼 그래엄`역은 `티모시 스폴` 이 맡았다. 시나리오를 쓴 존 로건은 그래엄이란 캐릭터에 관해 이렇게 설명한다. ``알그렌의 여정은 극히 개인적, 내면적인 것이다. 따라서 관객으로 하여금 알그렌의 내면을 들여다볼수있게 해주는 그래엄이란 렌즈가 필요했다. 그래엄은 알그렌을 일본과 연결시켜주는 교량인 동시에 극중 나레이터의 역할을 한다. 그러나 정작 그는 자신을 사회 부적격자로 생각한다. 그가 고국을 떠나 이방의 땅에 발을 딛게된것도 바로 그래서가 아닐까?`` 스폴은 그래엄 역에 캐스팅된후 일본어와 구식 사진기 촬영법을 배웠다. 극중 그래엄의 취미가 사진촬영이기 때문. 서툰 일본어를 구사하랴, 19세기 사진기로 사진 찍으랴, 그에게 이번 작품 촬영은 결코 만만치않은 과제였다. 실제 메이지 시대의 일본엔 유명 사진사들이 몇명 있었다고한다. 즈윅 감독은 스폴에게 관련 서적을 주며, 그 당시 일본에 실존했던 한명의 사진사를 모델로 삼을것을 주문했다. 그 실존 모델은 `라프카디오 헌`이라는 인물로, 극중 그래엄처럼 일본 문화에 매료됐던 미국인 이라고... 그밖의 출연진에는 일본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되었다. 캐스팅의 대가 헤르스코비츠는 시나리오 작업때부터 극의 리얼리티를 위해 주요 배역에 일본인을 많이 기용키로 마음 먹었었던 것. 그의 이러한 캐스팅 전략은 결과적으로 성공했다는게 제작 진의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