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근래 우표가 붙은 우편물을 받아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여기서 말하는 우표는 디자인이 된 전래의 종이 우표다. 요즘 우편물은 대부분 요금별납이거나 요금후납이다. 아니면 바코드 형태의 증지가 붙여진 우편물이다. 예전에는 편지를 보내려면 빨간 우체통이 선 문구점을 찾아가 우표를 사서 붙여 보냈다. 물론 직접 우체국까지 걸음해서 창구에서 우표를 사 붙이기도 했다.
휴대폰이 일반화 되고부터 상대방과 통화나 문자 송수신이 자유로워졌다. 인터넷의 발달로 전자우편이나 카페회원끼리 주고받는 쪽지도 주요한 소통수단이 되었다. 그러니 편지지를 봉함봉투에 넣어 보내는 우편물이 드물어졌다. 아직 각종 소식지나 고지서가 우편물로 오고는 있다. 이런 우편물에서도 종이 우표는 찾을 길 없다. 어느새 우리 주변 우표가 슬그머니 사라지고 말았다.
내가 매번 연락하는 어떤 모임이 하나 있다. 정년을 마친 교장이나 교사도 있고 아직 현직에 있는 분들도 있다. 연세 일흔 가까운 분도 계시고 나이가 적은 후배도 있다. 나는 이분들한테 방학을 앞두고 일 년에 두 번 편지를 띄운다. 그간 짧은 안부를 여쭈고 어느 날 어느 때 뵙자는 알림이다. 휴대폰 문자로 보냄직도 하다마는 어딘지 모르게 성의가 부족한 듯해 편지로 보낸다.
이번에도 방학 앞두고 모인다는 연락을 내가 보냈다. 편지 받는 사람이 스무 명이 넘었다. 워드로 작성한 편지를 프린트기로 출력했다. 편지봉투 하나하나마다 받을 사람 주소와 우편번호를 확인하고 손수 풀칠해서 붙였다. 나는 퇴근 후 이 봉함봉투를 들고 아파트단지 상가 문구점으로 갔다. 우표를 찾으니 없어서 길 건너편 다른 문구점으로 갔더랬다. 그곳에도 우표는 없었다.
첫 번째 간 문구점은 내가 사는 집에서 가까운 문구점이다. 나는 예전에 그곳에서 여러 차례 우표나 문구를 샀더랬다. 내가 우표 사러 왔다했더니 주인은 떨떠름해 하는 기색이었다. 나이께나 든 양반이 금 나가는 문구는 찾지 않고 몇 푼어치 되지 않는 우표나 찾는가 싶었다. 아마 우표를 찾는 사람이 드물다보니 진열된 우표가 다 팔리고 나서부터 다시 구해 놓지 않은 모양이었다.
우표 사러 문구점을 찾았다가 나는 겸연쩍게 되돌아 나왔다. 손님인 내가 주인한테 오리려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요즘 같은 세태에 아직도 종이 우표를 찾는 구닥다리로 취급받은 기분이었다. 나는 길 건너 다른 문구점을 찾아갔다. 문을 조심스럽게 밀고 들어서면서 우표가 있는지를 물었다. 주인 할머니는 이외로 상냥했다. 우표를 찾는 사람이 없다보니 미쳐 갖다 놓지 못했다고 했다.
나는 그날 저녁 편지를 띄울 수 없었다. 이튿날 퇴근한 후 내가 사는 곳에서 제법 떨어진 우체국으로 갔다. 창구에서 우표를 달라 했더니 내 봉투묶음을 통째로 달래서 건네주었다. 사실 나는 우표를 사서 한 장 한 장 내 손으로 직접 붙일 요량이었다. 그런데 창구의 직원은 자동으로 출력되는 바코드 같은 증지를 편지봉투에다 순식간에 붙였다. 나는 참 편리해진 세상을 실감했다.
그로부터 며칠 지나서였다. 모임에 가끔 얼굴을 보였던 분이 나한테 간접 연락이 왔다. 자기한테는 우편물이 닿지 않더라고 했다. 확인해 보니 내가 보낼 때 착오로 빠트렸더랬다. 사실 유선전화나 휴대폰으로 모임 장소와 일시를 알려주어도 상관없을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뒤늦게 봉함봉투에다 편지 내용을 채웠다. 나는 별도로 편지 한 통을 마련해 우표 한 장을 사야했다.
나는 저녁산책을 가면서 그 편지봉투를 들고 나섰다. 우체국은 근무시간이 마감된지라 우체국으로 가서는 될 일 아니었다. 경험법칙상 수일 전 들린 두 문구점으로 가 또 헛걸음하기 싫었다. 나는 문구점보다 조금 더 떨어진 서점으로 갔다. 바깥에서 제비무늬 표찰로 우표판매 가게임을 먼저 확인했다. 주인한테 우표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선뜻 꺼내주었다. 예쁜 가시연 우표였다. 10.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