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디 스위스 태풍에 휘청한 뉴욕증시, 금리 인상 중단 전망에 낙폭 만회[블룸버그 마켓랩]
(블룸버그) 미국의 일부 지방은행들이 파산한 지 며칠 만에 크레디 스위스 그룹의 새로운 혼란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면서 뉴욕증시는 급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오후 들어 주요 중앙은행이 더 가혹한 경착륙을 막기 위해 ‘매파’적 태도를 자제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낙폭을 만회하는 등 변동성이 극심한 모습을 보였다.
스위스 중앙은행과 금융 규제 당국은 대출기관 주변의 신뢰 하락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경우 크레디 스위스가 유동성 지원을 받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한때 2% 넘게 하락했던 S&P 500은 낙폭을 줄였다.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과 같은 대형 금융주 주가도 낙폭을 줄였지만, 2020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소위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CBOE 변동성 지수(VIX)는 10월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투자자들이 안전한 피난처로 고개를 돌리면서 금은 상승세로 돌아섰고, 달러는 일본 엔을 제외한 다른 통화에 비해 상승했다.
금융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거래자들이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베팅을 접고, 오히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엿보기 시작하면서 채권 금리는 전 세계적으로 급락했다. 스왑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연말까지 미국이 정책 금리를 1%포인트 이상 내릴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물론, 영란은행(BOE)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긴축 가능성도 하향 조정했다.
크레디 스위스와 거래하는 은행들은 위기가 심화할 경우 보상받을 수 있는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서둘렀다. 신용부도스왑으로 알려진 파생상품에 대한 수요는 대출 기관이 심각한 재정적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수준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적어도 금융 위기 이후 주요 글로벌 은행에서 볼 수 없는 일이다.
다시 시작된 은행권의 혼란은 월가 유명인사들의 우려 섞인 발언을 이끌어냈다.
‘닥터 둠’으로 알려진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는 크레디 스위스 주가가 급락하자 “크레디 스위스는 너무 커서 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는 “10년 이상 쉽게 돈을 벌고 저금리를 유지하는 동안 형성된 금융 시스템에 균열이 생겼다”면서 은행 위기가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트의 레이 달리오는 “최근 실리콘밸리 은행(SVB)의 실패가 ‘탄광의 카나리아’에 불과하다”면서 “부채 및 신용 시장의 수축으로 인한 여파로 문제가 가중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JP모건 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밥 미셸은 금융 시장 전반에 걸친 은행 혼란이 경제 경착륙을 경고했다. 그는 “연준이 다음 주에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으로 예상하며, 경기 침체는 불가피하다”면서 “현재 최선의 투자 전략은 고품질 채권을 고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이 단계에서 모든 사람이 ‘금융 위기 2.0′을 걱정하는 것은 아니다.
모건 스탠리의 리사 샬렛은 최근 미국 은행들의 파산이 2008년 세계 경제를 침체시킨 것과 같은 위기의 전조가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했다.
그는 “연준이 경제를 둔화시키기 위해 통화 정책을 공격적으로 긴축하는 시기에 몇몇 지역 대출 기관의 붕괴는 대부분 부실한 위험 관리로 인해 발생했다”면서 “더 많은 은행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지만, 금융 산업과 경제의 전반에 대한 위협으로 번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투자자들이 낙관적이든 비관적이든 간에 적어도 한 가지에 대해서는 합의가 있는 것 같다. 바로 지금은 많은 불확실성 속에서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점이다.
네이션와이드의 리서치 책임자 마크 헤켓은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는 여전히 고조되고 있으며, 유동성 축소는 주식 및 채권 시장의 변동성에 휘발유를 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은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돌아올 때까지는 계속되는 압박에 취약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