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지저분하게 그걸 왜 먹어요?” 수박을 다 먹고나서 껍질을 벗기고 그 속 하얀 속살같은 속을 긇어내시는 것이다. “조용히 하렴. 이게 얼마나 맛있는건 줄 아니” 주방에서 뚝딱뚝딱 하시더니 수박속살 무쳐 나오는 수박무채는 그 어떤 반찬보다도 맛있었다.
지금도 수박을 다 먹고 껍질을 버리려 하면 어머니의 그 요리가 배시시 나의 입가를 웃음짓게 한다. 재야 셰프 전호용의 “네 맛대로 살아라”를 읽으면서 음식속에 녹아들어 있는 어머니의 추억과 사랑 그리고 이웃들의 친근함과 넉넉함이 묻어나오는 것이 마치 6시 내고향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하다.
“섬마을에서 삼형제를 혼자 키워야 했던 홀어미는 그날 운 때가 맞아 큼지막한 농어와 우럭을 잡아 잰걸음으로 집에 오다, 옆 짚 아이가 아직 밥을 먹지 못했다는 말이 걸려서 그냥 오지 못하시고 우럭을 한 마리 주고, 집에 와서 굶주린 세 형제에게는 농어를 끓어주셨다며 그 어미는 그 날 후에 두고 두고 옆집 아이에게 농어가 아닌 우럭을 준 것에 대해 부끄럽다고 여기셨다”(p91). 며 진정한 나눔은 이런 것이 아닌가 라는 친구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서 저자는 박완서의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를 언급하며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라는 깃발을 펄러덩펄러덩 훨훨 휘날리고 싶다. 아니, 굳이 깃발이 아니라도 좋다. 조그만 손수건이라도 팔랑팔랑 날려야 할 것 같다”라며 참된 부끄러움이 사라진 이 세태를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 일상의 한 끼의 밥이 주는 자유함과 참된 기쁨을 소개한다.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음식에 관한 이야기 한 보따리를 조금씩 조금씩 푸는 할머니의 구성진 목소리처럼 찰 진 구성이 나의 귀와 어린 시절을 상상하게 만든다.
“너희들 개구리 한 마리에 10원줄테니 잡아오렴. 할어버지가 아이들한테 약속한 돈은 당시 시골에서 용돈이라는 것을 받을 수 없는 우리들에게 강한 동기유발이 되었다. 그래서 인가 저녁이면 각 자 비닐 푸대에 개구리들이 와글와글 소리를 내며 용돈받을 생각에 줄을 섰던 기억이 있다. 할아버지께서 와병 중이라 보신하려고 한 것이다. 아이들은 마리당 계산해 주는 용돈에 기뻤고, 솥단지에 폭 과서 나오는 국물을 드시는 할어버지는 건강이 어느 정도 회복이 되셨다.” 그런 재밌는 추억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책 한 꼭지인 [개구리 곰탕]편의
이야기는 넘 재밌다. 늦둥이를 낳지만 제대로 젖을 먹지 못해 약한 막내에게 개구리 기백마리를 잡아 솥아 폭 고아 먹이자 점차 기력이 회복되어 얼굴에 핏기가 돌고, 눈빛이 맑아졌다는 것에 이르자, 그 때의 장면이 마구 상상이 되고 행복했다. 그리고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아련히 떠올랐다.
단순히 음식에 관한 글이 아니라, 음식을 통해 저자의 삶과 인생 그리고 자신과 관련된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기에 보는 내내 음식이 아닌 사람의 멋을 느낀다. 그러면서 곳곳에 소개하고 있는 지역의 다양한 음식을 소개하고 있기에 어쩌면 단순한 음식이야기보다 담백한 저자의 인생과 음식의 철학이 잘 드러나고 있다.
아내가 아침상을 차렸다. 깻잎이 잔뜩 들어간 볶음밥이다. 밖에 비는 주적주적 내리고 음악은 흐르고 아침 아내와 밥을 먹는데 왜 옛날 어머니가 생각이 나지? 잠을 자고 있으면 어디선가 맛있는 밥 냄새와 음식향이 자던 나를 깨우던 그리고 밥 먹으라고 소리치시는 어머니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것은 나와 어머니를 이어주는 것이 밥상인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지난날 추억의 한 순간으로 돌아가는 경험을 하게 되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경험을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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