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길어.
: 이번엔 심리테스트 같은거 아니니까 안심하구 스크롤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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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타지아-단편란 (go FAN)』 1143번
: 제 목:[응모] A Vegetable War (직역:야채전쟁)
: 올린이:smdm (서문다미) 99/06/01 23:44 읽음:1513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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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VEGETABLE WAR
: (직역 : 야채 전쟁)
:
:
: 내 이름은 포테이토(potato).
:
: 지하 야채 마족 사단 구근류 부대 제일단장이며, 지하 야채 마족 연
: 합군 총사령관이다.
: 하늘을 최고로 섬기며 지하를 우습게 보던 간악하고 영악한 지상
: 야채 마족과의 전투도 어느덧 일년이 넘었다.
: 구근류(球根類:감자, 토란, 고구마...) 부대와 막강 레디시(radish:무),
: 혹은 뿌리류 부대와, 백마술로 무장한 향신 야채(마늘, 양파, 달래, 생
: 강 등등...)부대로 굳건한 위력을 자랑하던 우리 연합군은 약해빠진 지
: 상 야채 마족의 싹을 짓밟으며 승리하고 있었다.
: 우리는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지상 놈들은 우리의 움직임을 미리 알고 예리
: 하고 무서운 타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놈들의 무서운 공격에 우리 군
: 대는 훌륭한 장군을 많이 잃어야 했고, 수많은 야채 마족 병사도 희생
: 시켜야 했다. 더구나 포로로 잡힌 우리 지하 야채 마족들은 *야채 수
: 프(통째로 넣고 삶는 무시무시한 형벌)란 극형에 처해지는 수모까지
: 당해야 했다... 실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
: 도대체... 놈들은 어떻게 우리의 작전을 알고 있는 것일까...
:
:
: "이건 첩자의 짓이 분명합니다!!"
: "흥분하지 마시오. 케로트(carrot:당근 혹은 홍당무) 장군."
: 점잖은 얼굴의 레디시 장군이 빨갛게 흥분한 케로트 장군을 말렸다.
: "하지만... 놈들의 손에, 놈들의 손에 제 형님이!!! 어흐흐흐..."
: 괴로워하는 케로트 장군의 모습에 지하 야채 마족 장군들은 씁쓸한
: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
: 케로트 장군은 케로플 장군과 함께 지하 야채 마족군 장군들 중 유
: 일한 쌍둥이 형제였다.
: 그러나 지난번 제 2 차 샐러드 전쟁 때 포로로 잡혀간 케로플 장군
: 은 야채 수프와 쌍벽을 이루는 무서운 형벌, *야채 주스형(통째로 갈
: 아버리는 잔혹한 형벌)을 받고 당근 주스가 되는 참혹한 일을 당했다.
:
: "침착하시오. 그래서 우리도 줄기 장군, 아스파라거스(Asparagus)와
: 케비지(Cabbage:양배추) 장군을 *탕평채형(여러 죄인 야채를 한꺼번
: 에 썰어서 누가 누구의 시체인지 알아볼 수 없게 밀전병에 싸서 버리
: 는 혹독한 형벌.)에 쳐하지 않았소."
: 언제나 침착한 레시디 장군의 발언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 케로트 장군은 여전히 흥분한 어조로 외쳤다.
: "그것으론 부족하오!! 놈들의 수프형에 대항할 *각색 부전형(각종
: 죄인 야채를 모아 토막토막 썰어 기름에 튀기고 부치는 정말 끔찍한
: 형벌)을 덧붙일 것을 주장하오!! 놈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야 합니다!!"
: "헉! 그, 그건 너무 잔인하지 않소..."
: 갈릭(garlic:마늘)장군이 떨리는 음성으로 말하자, 케로트 장군은 더
: 욱 흥분해서 벌겋게 변해 버렸다.
: "무슨 소리요!! 지금 나의 심정으론 금지된 *장아찌형(일부에선 *피
: 클형이라고도 한다)까지 불사하고 싶습니다!!"
: 그러자 어니언(onion:양파) 장군이 일갈했다.
: "말을 삼가시오!! 장아찌형이라니!! 그런 무서운 형벌이 무엇 때문에
: 금지됐는지 모른단 말이오!!"
:
: 장아찌형.
:
: 그 엽기성과 잔인함으로 모든 야채 마족에게 공포의 대상이 된 형
: 벌. 가장 고통스럽게 죽인다하여 금지된 금단의 형벌이다.
:
: 장아찌형의 무서움은 바로 염장공법에 있다.
: 죄인 야채들이 차라리 주스형이나 야채수프형을 선택하게 한다는
: 공포의 염장공법으로 장시간에 걸쳐 서서히 말라죽게 만든 후, 토막내
: 흩뿌리는 하늘도 두려워할 무서운 형벌인 것이다. 더구나 장아찌형의
: 가장 무서운 점은 이 형벌을 받은 죄인 야채의 시체는 땅에서도 받아
: 주지 않으며(썩지 않아서...) 지나가는 개도 안 먹는다는(너무 짜서...)
: 실로 경천동지(驚天動地)할 형벌인 것이다!!
:
: "케로트 장군,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형벌이 아니오. 지상 놈
: 들이 우리 군대를 속속들이 뽑아 죽이는 지금의 형국을 어떻게 타개
: 해야 할지가 가장 큰 문제 아니오."
: 나의 발언에 레디시 장군도 동조했다.
: "그렇습니다. 분명 놈들은 우리 지하 야채 마족군에 첩자를 두고 있
: 는 것이 분명하오. 그것도 상당한 위치에 있는 자로."
: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시오?"
: 미심쩍은 말투로 어니언 장군이 물어보자 레디시 장군은 단호한 태
: 도로 말했다.
: "생각해 보시오. 지금까지 놈들이 간파한 우리의 작전은 높은 위치
: 에 있는 자가 아니라면 얻어내기 힘든 정보였소. 이건 고위 야채 마족
: 이 첩자란 소리나 다름없소."
: 그러자 어니언 장군은 입가를 이죽거리며 말했다.
: "그렇다면 첩자는 보나마나 그라운드넛(Groundnut : 땅콩)장군이겠
: 군."
: 그 순간 한쪽에 앉아 가만히 듣고 있던 그라운드넛 장군이 벌떡 일
: 어났다.
: "뭣이? 지금 그 말은 취소하시오!!"
: "당신이 첩자가 아니면 누가 첩자란 말이오? 당신은 구근류도 아니
: 고, 뿌리류도 아니고, 그렇다고 향신 야채류도 아닌, 견과(堅果)잖소!!"
: 다음 순간 작은 키의 그라운드넛 장군의 주먹이 그림처럼 날아갔다.
: "크헉!!"
: "결투다!! 이런 빈스(Beans:콩)만도 못한 놈!! 내 비록 견과지만, 몸
: 도 마음도 지하에 있거늘... 감히 날 웰넛(Walnut:호두)나 체스트넛
: (Chestnut:밤)같은 놈과 똑같이 취급하려 하다니..."
: 흥분한 그라운드넛 장군은 주먹을 떨었다. 그러나 어니언 장군은 입
: 가에 흐르는 진액을 닦고, 피식 웃었다.
: "훗, 또 모르지. 지하의 은혜를 잊어버리고 지상 놈들과 죽이 맞았
: 을지 누가 알아?"
: "뭐라고?"
: 그러자 보다 못한 스위트 포테이토(Sweet potato:고구마)장군이 그
: 라운드넛 장군의 팔을 잡았다.
: "침착하시오!! 우리끼리 싸워서 어쩌잔말이요!! 이건 오히려 놈들이
: 원하는 거요!!"
: "놓으시오! 이런 모욕적인 발언을 듣고 참는다면 진정한 야채 마족
: 이라고 할 수 없소!!"
:
: "그만 두지 못하겠소!!"
:
: 나는 강하게 소리쳤다.
: 이런 난장판이라니... 굳건하던 우리 지하 마족 연합군의 당당한 위
: 엄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 "어니언 장군! 그대의 마법 향신 부대가 많은 야채를 잃었다는 것은
: 잘 알고 있소. 그러나,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함부로 모함하는 행위는
: 내가 용서할 수 없소!!"
: 추상같은 나의 목소리에 어니언 장군은 고개를 숙였다.
: "포테이토 총사령관... 우리 부대는 진저(ginger:생강) 장군과 그의
: 생강 부대를 모두 잃어야 했소... 그러나 그라운드넛 장군의 땅콩 부대
: 는 너무나 멀쩡하잖소!!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이오!!"
: 어니언 장군의 눈에서 매운 진액이 흘러내려 순식간에 모든 야채
: 장군들을 울게 만들었다. 역시... 어니언 장군의 눈물은 맵군.
: 나는 눈물을 닦으며 차갑게 대꾸했다.
: "나의 감자 부대도 멀쩡하지 않소! 어니언 장군의 주장대로 라면 나
: 야말로 첩자가 되겠구려."
: "그, 그건..."
: 어니언 장군은 눈물을 닦고 고개를 숙였다.
: "그리고 그라운드넛 장군. 어니언 장군이 실언하긴 했지만, 지나친
: 행동이었소. 내 얼굴을 봐서라도 그만 화를 푸시오."
: 그라운드넛 장군은 입술을 깨물며 화를 삭혔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
: 며 마음을 가라앉히더니 점잖게 말했다.
: "알겠소, 포테이토 총사령관... 여러분, 소란을 피워서 정말 죄송하
: 오. 나 그라운드넛은 땅콩의 이름을 걸고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하는
: 바이오."
: 그리고 자리에 털석 주저앉았다. 바닥에 누워있던 어니언 장군도 고
: 개를 숙이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 나는 조용해진 지하 야채 마족 장군들을 둘러봤다. 누구하나 빠지지
: 않는 훌륭한 야채 마족들이다. 이 들을 의심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 고통스러웠다.
: 하지만, 지금 같은 비상 시국에 감상은 불필요한 것!!
:
: "우리는 전면전을 눈앞에 두고 있소. 놈들도 우리도 한계요. 이번
: 전쟁이 지상 놈들과의 마지막 전투가 될 것이 뻔합니다. 그러나 정보
: 의 보안 유지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작전 회의는 무의미하오. 그래서
: 생각했소."
: 나는 다시 한번 야채 마족 장군들을 찬찬히 둘러봤다.
:
: "이번 회의에서는 작전을 내리지 않겠소!!"
:
: "포테이토 총사령관!! 그게 무슨 소리요!!"
: 어니언 장군이 소리쳤다.
: "총사령관, 작전이 없으면 우리는 어떻게 전쟁을 하란 말이오!!"
: 케로트 장군도 황당해 했다.
: "어이가 없소이다. 아무리 첩자가 있다고 해도 전쟁에 작전을 안 세
: 운다니, 애벌레 무서워서 감자 안 키운다는 소리나 마찬가지요!!"
: 레디시 장군 조차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다시 진지하
: 게 말했다.
: "다들 침착하시오. 완전히 작전 없이 전쟁을 하겠다는 것은 아닙니
: 다. 지금 회의에서만 작전을 짜지 않겠다는 소리요."
: "하면, 포테이토 총사령관께서는 무슨 생각이 있으신가 보군요."
: 스위트 포테이토 장군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 "이번 전쟁동안 난 최고의 작전을 수행할 것이오. 이 작전은 적에게
: 알려 진다고 해도 결코 놈들이 파악할 수 없는 진정 무서운 작전이오.
: 그러나 여러분들이 날 절대적으로 신용한다는 것이 전제돼야 이 작전
: 이 성공할 수 있소."
: 모든 야채 마족 장군들이 침을 삼키며 나의 얼굴만 쳐다봤다. 난
: 신뢰에 가득 찬 야채들을 향해 강하게 말했다.
:
: "이번 작전은 [무계획(無計劃)이 계획이다] 작전이오!!"
:
: "!!"
:
: [무계획이 계획이다!!]
: "그, 그것은... 궁극의 작전!! 무계획!!"
: "그렇소, 갈릭 장군. 그 옛날, 마멀레이드 전쟁 때 과일류 장군 라스
: 베리(raspberry:나무딸기)가 펼친 궁극의 작전이오!!"
:
: 무계획(無計劃)!!
:
: 일명 아무 생각 없다 작전!!
: 적으로 하여금 도저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도록 하여 혼란
: 을 일으키는 고도의 심리작전, 무계획!!
: 이 작전에 임하는 모든 장군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전쟁을 수행해
: 야 한다. 전쟁시에는 "골머리 터지게 작전을 새워야 한다"는 상식과
: 터부를 과감하게 깨버린 통쾌한 작전인 것이다!!
: 더불어, 애초에 계획이 없기 때문에 적의 첩자가 와도 전혀 가져갈
: 정보가 없다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 그러나 이 작전에는 큰 약점이 있었으니...
: 아군끼리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어서 큰 혼란을 야기할 수
: 도 있다는 사실이다.
:
: "포테이토 총사령관. 우리가 무계획을 잘 실현할 수 있겠소?"
: 불안하게 날 쳐다보는 그라운드넛 장군에게 나는 자신 있게 소리쳤
: 다.
: "걱정 마시오!! 여러분은 아무 생각 없이 있으면 됩니다. 이 무계획
: 의 핵심은 바로 아무 생각 없는데 있소!!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 空卽是色)!! 생각 없음이 생각 있음이고 생각 있음이 생각 없음이다!!
: 바로 이것이 무계획의 최고 핵심이오!!"
: "하지만 무계획만으로 이길 수 있을까요? 놈들은 신종 방어 무기
: 프라이팬(frying pan)이 있소!! 사실, 지금까지 패한 원인은 프라이팬
: 때문이기도 하잖습니까?"
: 레디시 장군의 거침없는 지적은 사실이었다. 최근 전투에서 연속으
: 로 패배한 이유는 작전이 새 나갔기 때문만이 아니라, 무서운 방어 무
: 기 프라이팬 때문이기도 했다.
:
: 그러나,
:
: "알고 있소. 그 때문에 난 이번에 획기적인 공격 무기를 지급할 생
: 각이오. 프라이팬은 물론 어떤 방패도 막을 수 없는 전설의 무기!!"
: "도대체 무슨..."
: "미안하오, 갈릭 장군. 아직은 공개할 수 없소. 내일 전투시, 그때서
: 야 공개할 생각이오."
: 확신에 찬 나의 대답에 장군들은 수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무계획과 전설의 무기. 포테이토 사령관을 믿겠소."
: "나 어니언도 믿겠소."
: "우리 뿌리류는 포테이토 총사령관을 믿소이다."
: 굳건한 신뢰가 담긴 눈빛으로 야채 장군들은 나를 쳐다봤다.
: "고맙소, 야채 장군 여러분. 나 포테이토는 분골쇄신(粉骨碎身)하여
: 기필코 승리할 것을 다짐하오!!"
:
: *
:
: 우리의 축복 받은 지하에도 아침은 찾아왔다. 포근하고 따스한 대지
: 의 품을 박차고, 이제 지상 놈들에게 진정한 야채의 진수를 가르쳐줄
: 차례다. 지상 야채 놈들과 결전 장소는 넓고 푸른 키친 보드(Kitchen
: board:도마) 평야에서 치러질 것이다.
: 키친 보드(Kitchen board:도마) 평야는 언덕하나 없는 정말 순수한
: 평야지대다. 늪 하나 없고, 그 흔한 냇가 하나 없는 정말 순수한 토지.
: 마치 우리 지하 야채를 위해 마련된 곳 같지 않은가.
:
: "포테이토 총사령관. 이곳은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 나의 오른팔 스위트 포테이토는 감회가 새로운 듯 했다.
:
: 그럴 만도 하다. 이 키친 보드 평야는 우리 구근류 집안의 앞마당이
: 었다. 전쟁이 나기 전까지, 타로(taro:토란)와 스위트 포테이토, 그리고
: 나 포테이토가 이 곳에서 함께 뛰놀았었다.
:
: "그렇구나, 스위트 포테이토. 아우여, 둘만 있을 때는 사령관이란 말
: 을 하지 않아도 좋다."
: "형님, 이 아름다운 키친 보드 평야 위에 간악한 지상 놈들의 더러
: 운 녹즙이 뿌려진다니...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 스위트 포테이토의 눈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난 스위트의 어깨에 손
: 을 얹고 나직히 말했다.
: "전쟁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승리이란 수많은 야채들의 희생 위에
: 세워지는 풀 비린내 나는 영광이지."
: "...우린, 풀 비린내를 맡으며 무얼 얻으려는 걸까요..."
: "........"
: 스위트 포테이토의 질문에 나는 아무 것도 답하지 못했다. 이 넓은
: 평야에 진액을 흘리며 우리는 정말 무엇을 얻으려는 것일까...
: "그래, 스위트.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 전쟁에 승리
: 하는 것이다. 전쟁의 의미는 승리한 이후에 찾아도 늦지 않다. 가자꾸
: 나. 놈들의 녹즙을 키친 보드 평야에 뿌리러."
:
: 바로 그때, 뿌리류 정찰대 병사 잔뿌리 25637호가 뛰어왔다.
: "보고 드립니다!! 놈들이 선전포고를 보내왔습니다!"
: 잔뿌리 병사가 내 놓은 선전 포고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
:
: 우둔한 지하 놈들에게 고한다!!
: 씨바! 함 붙어보자!
: 맞장 뜨자!! 씹쌔야!!
:
: -칠리 페퍼(Chili pepper:고추) 총사령관 백-
:
:
: 이 무례한 선전 포고는 장군들을 흥분시켰다.
: "이런 잡초만도 못한 놈들!!"
: 케로트 장군은 흥분해서 온몸이 빨갛게 상기됐다.
: "정말 막돼먹은 놈들이오!!"
: 어니언 장군도 주먹을 떨었다.
: "이건 우리들을 화나게 하려는 놈들의 심리 작전이라고 생각합니다!
: 너무 흥분해서 놈들의 장단에 놀아나면 안돼오!"
: "레디시 장군의 말이 옳다고 보오. 너무 흥분하지 마시오."
: 그리고 나는 끓어오르는 화를 억누르며 최대한 점잖게 선전 포고에
: 답했다.
:
: 간악한 잡 야채들에게 말한다!!
: 씨바, 함 맞장 떠보자!!
: 개 쐬이들!!
:
: -포테이토 총사령관 백-
:
:
: 전투적인 선전 포고로 병사들의 사기는 고무되었다. 이제 치러질 장
: 군끼리의 일대일 대결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잘 정렬된 우리의
: 지하 야채 부대는 함성을 질러댔다.
: "와아아아 - ! ! 지하의 맛을 보여주마!!"
: "나와라! 비료도 못 먹은 지상 놈들!!"
: 그러자 지상의 푸루죽죽한 놈들도 맞서 외쳐댔다.
: "썩은 내 나는 땅속 것들!!"
: "너희 같은 놈들은 모조리 뽑아 죽여주마!!"
: "YY한 것들!!"
: "XX하고 있네!!"
: "XYW만도 못한 것들아!! XWYTU하지?"
: 지상의 무례한 야채들은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을 퍼부었다.
: 나는 인상을 구기며 소리쳤다.
: "역시... 상대 못할 것들이군... 뜸들이지 말고 대결할 자를 나오라고
: 해라!!"
:
: 그러자 지상 놈들 사이에서 오밀조밀한 야채 한 무리가 나섰다. 똑
: 같이 생긴 야채들은 옹글몽글 모여 소리쳤다.
:
: "이놈들! 나 브뤼셀 스프레트(Brussels sprouts:알양배추)가 상대해
: 주마!"
: "상대해주마!"
: "상대해주마!"
: "상대해주마!"
: (같은 말 12번 반복)
: [*작가 주: 브뤼셀 스프레트는 한 줄기에 스무 개 이상의 미니 양배
: 추가 열리는 양배추과 식물임.]
:
: "아니, 저 놈들은 열 두 형제 브뤼셀 스프레트?"
: 나의 외침에 브뤼셀 스프레트 열 두 놈은 다시 소리쳤다.
: "네 놈들이 탕평채형에 쳐한 캐비지 형님의 원수를 갚기 위해 나왔
: 다!!"
: "나왔다!"
: "나왔다!"
: "나왔다!"
: (다시 12번 반복)
:
: "이... 비겁한 놈들!! 떼거지가 아니면 싸우지도 못하는 시든 야채 같
: 으니!!"
: 불같은 성미의 케로트 장군이 외치자 브뤼셀 스프레트 열 두 형제
: 는 다시 소리쳤다.
: "흥! 우리는 몸도 마음도 하나인 브뤼셀 스프레트 형제다!! 감히 우
: 리를 떼거지라고 말하다니!! 너도 당근 주스가 되고 싶냐!!"
: "되고 싶냐!!"
: "되고 싶냐!!"
: "되고 싶냐!!"
: (역시 12번 반복)
:
: 돌림노래 같이 반복되는 브뤼셀 스프레트 형제의 외침에 케로트 장
: 군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 "에잇!! 바람든 야채들 같으니!! 토막내주마!!"
: "잠깐, 케로트 장군!"
: "말리지 말아주시오! 포테이토 총사령관!!"
: 흥분한 케로트 장군의 모습에 난 조용히 고개 저었다.
: "아니오. 말리는 것이 아니라, 침착하게 상대하란 말을 하고 싶었소.
: 그리고, 이걸 가져가시오."
: 나는 오늘을 위해 준비한 전설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 "아, 아니! 저것은!!"
: "포, 포테이토 총사령관...."
: "저것은... 전설의 무기... 프렌치 나이프!!(French knife:부엌칼, 혹은
: 식칼)"
: 신음 같은 레디시 장군의 한마디에 모두들 입을 벌렸다.
:
: 프렌치 나이프!!(French knife:부엌칼, 혹은 식칼)
:
: 야채 마족은 물론이거니와, 후르츠(Fruit:과일) 마족, 미트(Meat:고
: 기) 마족, 피쉬(Fish:물고기) 마족 등등, 어떤 마족도 피할 수 없는 공
: 포의 무기!!
: 그 칼끝은 피쉬 마족을 가르고, 그 칼등은 야채 마족을 짓뭉개며,
: 그 칼날은 단단하다는 카우(Cew:소) 마족중에서도 가장 질기다는 머
: 슬(Muscle:근육, 혹은 힘줄)도 간단히 자른다는 전설의 무기!!
:
: "케로트 장군, 그대의 용맹함을 믿소! 케로플 장군의 원한을 갚고
: 오시오!!"
: 케로트 장군은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프렌치 나이프를
: 뽑았다. 프렌치 나이프는 햇빛을 눈부시게 반사하며 그 시퍼런 날을
: 자랑했다.
: "와라! 막돼먹은 지상 야채들!! 나 뿌리류 장군 케로트가 상대해 주
: 마!!"
: 브뤼셀 스프레트 열 두 형제는 코웃음을 치며 똑같이 소리쳤다.
: "흥! 아무리 프렌치 나이프라고 해도, 우리 열 두 형제의 검진! 촤핑
: (Chopping:칼이나 chopper[고기 써는 큰 식칼]로 잘게 써는 것.)을 막
: 지 못한다!! 받아라!"
: "받아라!"
: "받아라!"
: "받아라!"
: (또 12번 반복)
: 그리고 브뤼셀 스프레트 열 두 형제는 작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 거대한 부쳐 나이프(Butcher knife:스테이크 칼)을 꺼내 사방팔방으로
: 콩튀듯 뛰었다.
:
: "가소로운 것들!! 부쳐 나이프는 카우 마족에게나 사용할 것이지!!
: 너희의 촤핑이 얼마나 결점이 많은지 가르쳐 주마! 마법의 힘! 쿠킹의
: 힘이여! 핫 오븐!!(Hot oven:오븐의 뜨거운 온도. 400∼425℉)"
:
: 그러자 케로트 장군의 주변으로 뜨거운 오븐의 기운이 뻗어 나왔다.
: "아니! 마법이!!"
: "마법이!!"
: "마법이!!"
: "마법이!!"
: (계속 12번 반복)
:
: 뜨거운 오븐마법의 바람에 놀란 것은 브뤼셀 스프레트 열 두 형제
: 만이 아니였다. 우리 쪽 지하 야채 장군들도 놀라고 있었다.
:
: "아니! 향신 야채도 아닌 케로트 장군이 마법을!!"
: "언제 저런 고도의 오븐 마법을 익혔단 말인가!!"
:
: 오븐 마법!!
: 그 옛날 위대한 흑마법사 쿡(Cook)에 의해 계발된 최고의 마법!!
: 주로 뜨거운 공기를 이용한 화염계 마법으로
: 베리 슬로우 오븐(Very slow oven:아주 약한 온도 250∼275℉),
: 슬로우 오븐(Slow oven:약한 온도 300∼325℉),
: 마더렛 오븐(Moderate oven:중간 온도 350∼375℉),
: 핫 오븐(Hot oven:뜨거운 온도 400∼425℉),
: 베리 핫 오븐(Very hot oven:아주 뜨거운 온도 450∼475℉),
: 익스트리 핫 오븐(Extremely hot oven:가장 뜨거운 온도 500∼52
: 5℉)의 육 단계로 분류된다. 베리 슬로우 오븐마법만으로도 충분히 무
: 서운 위력을 발휘하는 최고의 공격마법!!
: 그것을 케로트 장군이 발휘하다니!!
:
: 오븐의 열풍 속에서 케로트 장군은 결사적으로 소리쳤다.
: "네 너희 지상 것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배운 마법이다!! 너희를 모
: 두 오븐에 쪄주마!! 이야아아아 - ! !"
: "끄아아아 - ! !"
: "끄아아아 - ! !"
: "끄아아아 - ! !"
: (끝까지 12번 반복)
: 말많던 브뤼셀 스프레트 열 두 형제는 뜨거운 오븐의 열기에 푹 익
: 은 야채가 되었고, 우리 병사들은 함성을 질렀다.
: "케로트 장군 만세!!"
: "오븐의 맛이 어떠냐!!"
: "지상 놈들아!! 지하의 힘이 어떤지 똑똑히 알았겠지!!"
: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
: "케로트 장군도 익고 있다!!"
:
: "뭐라고!?"
: 정말 케로트 장군도 자신이 일으킨 오븐의 열기에 익어가고 있었
: 다!!
: 급하게 마신 물은 체한다는 격언처럼 급하게 배운 오븐 마법은 시
: 술자까지 익혀버리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 "케로트 - ! !"
: 피를 토하는 나의 외침에 케로트 장군은 익어가면서도 빛나는 프렌
: 치 나이프를 높이 들었다.
: "포테이토 총사령관! 뒤를... 부탁하오!! 으윽... 형님... 저도... 뒤따
: 라..."
: 그렇게 케로트 장군은 익어갔다.
: "케로트으으으 - ! !"
: "장군니이이임 - ! !"
: 이런... 이런 비극이!!
: "케로플 장군은 당근 주스가 되고, 케로트 장군은 구운 당근이 되다
: 니!! 크허!!"
:
: 그러나 우리에겐 슬퍼할 시간도 없었다.
: "포테이토 - !! 둘다 익어 버렸으니 이번은 무승부다!! 이번에는 우
: 리 부대의 아티초크(Artichoke:솜엉겅퀴)가 상대해주마!!"
: 그리고 비실비실한 지상 놈들 사이에서 두터운 몸집을 자랑하는 낯
: 선 야채가 튀어 나왔다.
:
: [작가주 : 아티초크는 엉거시과 아티초크속 봄뿌림 여러해살이풀/
: 원산지 : 지중해 연안, 입사귀가 두꺼운 야채로 맛은 아스파라거스와
: 비슷.]
:
: "아티초크? 처음 들어보는 야채로군."
: "아무래도 수입용병인 것 같습니다."
: 레디시 장군은 아티초크란 야채 마족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 "총사령관, 이번엔 내가 가겠소."
: "레디시 장군, 그대가 벌써?"
: 우리 지하 부대 중 가장 뛰어난 검술을 지닌 레디시 장군이 벌써
: 나가다니...
: "아무래도 저 아티초크란 용병은 심상치 않습니다. 나에게 프렌치
: 나이프를 주시오. 놈을 썰어버리고 오겠소."
: 레디시 장군의 눈빛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 "...좋소. 부탁하오, 레디시 장군."
: 결연한 표정으로 일어난 레디시 장군은 아티초크를 향해 뚜벅뚜벅
: 걸어갔다. 아티초크도 레디시 장군을 향해 천천히 걸어왔고, 그 둘은
: 결전 장소 한 가운데 섰다.
:
: 아티초크와 레디시 장군은 서로를 노려보며 한참을 서있었다. 그렇
: 게 탐색전을 벌이던 두 야채 중 아티초크가 먼저 입을 열었다.
: "나, 너와 싸운다."
: "검사에게 말은 불필요한 것. 검을 들어라."
: "싸운다."
: 아티초크는 도끼처럼 생긴 클리버(Cleaver:뼈를 쪼개는데 사용되는
: 나이프, 탄소강으로 만들어지며, 사각형 칼날을 가졌다.)를 꺼내 들었
: 고, 레디시 장군은 날렵한 프렌치 나이프를 들었다.
:
: 숨막힐 것 같은 긴박감이 흘렀다.
: 아티초크와 레디시 장군은 서로의 눈을 쳐다보며 틈새를 찾았지만,
: 두 야채의 단단한 육체는 어떤 틈도 보이지 않았다.
:
: 긴장된 순간이 흐르고,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클리버와 프렌치
: 나이프가 날았다!!
:
: "다스 검법!!(Dice:사각형으로 네모지고 조그맣게 써는 것. 일명 주
: 사위 썰기.)"
:
: 레디시 장군은 질서 정연한 검세를 펼치며 아티초크를 네모 낳게
: 갈라갔다. 그러자 아티초크는 레디시 장군의 프렌치 나이프를 피하고
: 오히려 레디시 장군을 다지려 들었다!!
:
: "민스 검법!!(Mince:아주 작은 조각으로 잘게 다지는 것. 일명 다지
: 기.)"
:
: "웃! 민스!! 대단하군! 이건 어떨까!! 슬라이스!!(Slice:얇게 저미는
: 것.)"
:
: 레디시는 아티초크의 민스 검법을 피하며 다시 아티초크의 두꺼운
: 껍질을 벗기려 들었고, 아티초크는 믿을 수 없는 힘으로 슬라이스 검
: 법을 쳐냈다.
:
: "좋다! 슈레드 검법!!(Shred:아주 얇게 찢거나 썰든지, 혹은 채치는
: 것.)"
:
: 아티초크의 무거운 클리버가 무게감을 실어 레디시 장군을 내리쳤
: 다. 그러나 레디시는 유연한 동작으로 슈레드 검법으로 피하며 화려한
: 검세를 펼쳤다.
:
: "받아라!! 궁극의 비기! 커트!!(Cut:자르기.)"
:
: 레디시의 칼이 무지개 빛으로 날았다. 아티초크도 그 빠르고 살벌한
: 검세에 놀라는 듯 했다.
:
: "아니!! 궁극 비기 커트!! 그렇다면...스코어!!(Score:야채의 표면에 칼
: 집을 내거나 감자, 무에 썩은 부분을 도려내는 것.)"
:
: "다시 다스!!"
: "민스!!"
: "슬라이스!!"
: "슈레드!!"
: "XXX!!"
: "...!!"
:
: ......
:
: 레디시 장군과 아티초크의 결전은 막상막하(莫上莫下), 호각지세(互
: 角之勢)였다. 녹즙이 튀는 지독한 대결은 끝날 줄 몰랐고, 야채부대들
: 은 지루해 했다.
: "양파 463745호야, 우리 언제 끝나나 내기할래?"
: "천연 비료 한 봉지 걸고 하자."
: "에이.. 두 봉지는 걸어야지."
: "앗! 양파 463745호, 감자 354267호, 저걸 봐! 둘 다 움직이는 걸 멈
: 췄어!!"
: "정말이냐! 당근 167802호야!!"
: 과연, 레디시 장군과 아티초크는 검을 내리고 서로를 노려보며 움직
: 이지 않았다. 지하 야채 마족들도, 지상 야채들도 모두 숨을 죽이고
: 야채 마족을 쳐다봤다.
: "...나... 아티초크... 너같이 검 쓰는 야채... 첨이다..."
: "...나 레디시도.... 마찬가...지..."
: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둘은 쓰러지고 말았다.
:
: "비기다니... 이럴수가..."
: "포테이토 총사령관, 이제 어쩌실 겁니까!!"
: 어니언 장군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상대편도 웅성거리며 동
: 요하는 듯 했다.
: "...어쩔 수 없소... 마지막으로 총사령관끼리의 대결을 펼쳐야지!"
: 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 "총사령관!!"
: "포테이토 총사령관!!"
: "총사령관!! 사령관이 나가시면 어떡합니까!! 아직 무계획이 남아있
: 지 않습니까!! 끝까지 우릴 지휘하셔야 지요!!"
: "그라운드 넛 장군, 나도 그러고 싶지만, 저쪽도 나와 같은 생각인
: 가 봅니다."
: 그리고 나는 손을 들어 한곳을 가리켰다. 그곳에서 푸르죽죽한 지상
: 놈들 사이에 단연 돋보이는 붉은 칠리 페퍼 총사령관이 걸어나오고
: 있었다.
:
: "포테이토!! 나 칠리 페퍼와 결전을 치르자!! 너와 나!! 지상과 지
: 하!! 어느 쪽이 더 우세한지 겨뤄보자!!"
:
: 칠리 페퍼의 음성이 키친 보드 평야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 "제발 가지 마십시오!! 도발에 속아넘어가시면 안됩니다!! 무계획을
: 실행하셔야 지요!!"
: 갈릭 장군의 애절한 목소리도 나의 결심을 바꾸지 못했다.
: "알고 있소. 하지만, 난 더 이상 야채 마족 장군들을 잃는 슬픔을
: 겪고 싶지 않소. 이번에는 내 손으로 칠리 페퍼를 쓰러뜨리고 오리
: 다!!"
: "총사령관..."
: 이제, 소중한 야채 장군을 잃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는 것이 싫어
: 졌다. 내 손으로, 내 두 팔로, 칠리 페퍼를 칠리 파우더(Chili powder:
: 고춧 가루)로 만들고 말리라!!
: "포테이토 형님!!"
: "스위트 포테이토, 너도 날 막는 거냐?"
: 스위트 포테이토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 "아닙니다. 전장까지 모시겠습니다."
: "그래... 고맙다."
: 난 쓰러진 레디시 장군의 손에서 프렌치 나이프를 들었다. 수없이
: 쓰러진 야채 장군들을 위해 나는 이를 악물고 앞으로 나갔다.
:
: 칠리 페퍼... 오늘은 기어코...?
:
: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왜일까... 왜 이렇게 등뒤에서 살벌한 기운이
: 느껴지는가, 그리고 왜 우리의 지하 야채 장군들이 경악한 표정으로
: 소리치는 것일까...
: 왜... 옆구리가 이렇게 타는 듯 아픈 걸까...
:
: "포테이토 총사령관!!"
: "총사령관!!"
: "스위트 포테이토!! 당장 그만둬라!!"
:
: "죽어라!! 포테이토!!"
: 이럴 순 없어, 이건 거짓이다!!
: 나의 형제 스위트 포테이토가...
: "으아악!!"
: 스위트 포테이토의 손에 들린 포테이토 필러(Potato peeler:감자 껍
: 질 벗기는 칼)의 두날 칼날은 나의 옆구리 껍질을 사정없이 벗겨냈고,
: 나는 녹말을 흘리며 쓰러졌다.
: 왜... 왜, 스위트 포테이토가 나를!!
:
: 서, 설마...
:
: "스, 스위트... 네가 첩자... 였단 말이냐..."
: "그렇다! 내가 정보를 빼낸 첩자다!! 전혀 몰랐겠지, 포테이토!!"
: 지금까지 저렇게 악에 받친 스위트 포테이토를 본적이 없었다. 난
: 점점 녹말이 많이 흐르는 옆구리를 손으로 누르며 외쳤다.
: "왜... 어째... 서... 이런 짓을..."
: "이 자식!! 당장 죽여버리겠어!!"
: 어느새 성질 급한 그라운드 넛 장군이 뛰어와서 스위트 포테이토를
: 땅바닥에 눕혀버렸다.
: "갈릭 장군!! 어서 치유마법을!!"
: "최선을 다하고 있소!! 어니언 장군!! 알리신 마법!!"
: 그러나 나의 상처가 너무나 깊어 치유마법 알리신도 먹히지 않았다.
: "너 이 자식!! 왜 이런 짓을 한거야!!"
: 그라운드 넛 장군은 스위트 포테이토를 결박하고 다그쳐 물었다.
:
: 견디기 힘든 아픔 속에서 스위트 포테이토의 음성이 귓속으로 흘러
: 들었다.
: "난... 난 지금까지 위선적인 구근류 가문에 속아왔어. 난 당당한 지
: 하의 뿌리일족 중에서도 가장 당당한 구근류라고 생각해 봤다. 헌데!!
: 알고 보니 모든 게 거짓이었어!!"
: 스위트 포테이토의 음성이 점점 떨려왔다. 스위트는... 스위트 포테
: 이토는 괴로운 표정으로 나에게 속삭였다.
:
: "형님, 형님은 알고 계셨겠지요? 우린 뿌리가 아니에요. 우리는 지
: 하에 있을 자격이 없다구요. 알고 계셨죠? 우린 덩이줄기란 것을!!"
:
: "!!"
:
: 온몸의 껍질이 벗겨지는 듯한 충격이었다.
: "스, 스위트..."
: "헛소리 마라!! 그게 무슨 망발이냐!!"
: "닥쳐!! 견과 주제에 구근류 일에 끼어 들지마!!"
: 그라운드 넛 장군 마저 스위트 포테이토의 박력에 입을 다물었다.
: 스위트 포테이토는 타는 듯한 눈으로 날 쏘아봤다.
:
: "대답해 주세요... 우린, 덩이줄기지요? 그렇지요? 뿌리가 아니라, 저
: 지상 놈들처럼 줄기가 맞지요!!"
:
: 스위트 포테이토의 처절한 외침이 키친 보드 평야에 울려 퍼졌다.
: 누구보다 구근류임을, 지하 야채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던 스위트 포테
: 이토의 마음은 소금기 어린 평야처럼 황량했다.
:
: 그러나 이건 아니다... 정말 아니야...
: "스위트... 넌 뭔가 잘못 알고 있다..."
: "잘못 알긴 뭘 잘못 알아!! 형님도, 타로도, 나도!! 모두 덩이줄기잖
: 아!! 우린 저기 파랗게 모여 있는 지상 야채라고!! 지하 야채가 아니란
: 말야!!"
:
: "바보 같은 놈!!"
:
: 난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 "우리가... 우리가 무슨 지상 야채란 말이냐!! 그래, 네 말대로 토란
: 과 나, 우리의 조상은 한때 줄기였다. 하지만, 이미 지하의 은혜를 받
: 는 당당한 지하 야채이거늘..."
: 그러나 스위트 포테이토는 발악하듯 소리쳤다.
: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출신이 바뀌는 건 아니오!"
: 너무 큰 분노에 상처의 아픔까지 잊어버릴 지경이었다. 나는 자리에
: 서 일어나 스위트 포테이토에게 다가갔다.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에서
: 는 녹말이 흘러내렸다.
: "그래... 나도 한때 나의 출신이 줄기라는 것을 괴로워했다. 우리는
: 왜 레디시나 케로트처럼 뿌리가 아닌가 고민했지... 하지만, 언제나 같
: 은 결론에 도달했다. 내가 사랑하는 지하가, 내가 몸담고 있는 지하가!
: 나의 고향이고 나의 모든 것이라고!!"
: 자꾸만 아물지 않은 상처가 아파 왔다. 갈릭 장군의 알리신 마법도
: 내 깊은 상처를 완전히 아물게 하진 못했다.
: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걸 모르고 있는 스위트 포테이토에게 이 말은
: 꼭 해줘야 해!!
:
: 바로 그때, 칠리 페퍼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 "음하하하하 - ! ! 바보 같은 지하 놈들!! 잘했다, 스위트 포테이토!!
: 지상 군대여!! 저 썩은 내나는 지하 놈들을 쳐라! 진격하라!!"
:
: "우아아아 - ! !"
:
: 지상 총사령관 칠리 페퍼는 전군 출동을 명령하자, 지상 야채 마족
: 들은 노도처럼 밀려왔다.
: "이런... 스위트... 너에게 덩이줄기 얘기를 해준 사람이... 설마..."
: "그렇소... 칠리 페퍼였소! 하지만, 나 자신도 여러 가지로 조사해서
: 사실이란 걸 알았소."
: 이렇게 어리석을 줄이야... 적이 하는 말을 그대로 믿는 바보 같은
: 동생으로 키우다니!!
: "초, 총사령관!!"
: "우린 어떻게 합니까!!"
: "당황하지... 마시오... 모두들 질서를 지키고..."
: "포테이토 총사령관!!"
: 나는 견디지 못하고 다시 쓰러지고 말았다.
: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제가 다시 치료를..."
: "갈릭 장군!!"
: 난 치료하는 갈릭 장군의 손을 잡았다.
: "어서... 어서 무계획을 실천하시오. 난 아무래도 좋지만, 우리 지하
: 야채들은... 쿨럭, 꼭, 꼭 승리..."
: 난 점점 기운이 빠져 갔다. 갈릭 장군은 나의 손을 꼭 잡고 결연히
: 말했다.
: "알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무계획을 성공시
: 키겠습니다. 자!! 지하의 자랑스런 야채들이여!! 무계획으로 하나가 돼
: 라!! 우리의 힘을 보여주자!!"
:
: "우아아아 - ! !"
:
: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 지하 야채 마족들의 용맹한 함성이 들려온
: 다...
: 그리고 내 곁에 멍하니 서있는 스위트 포테이토...
: 어리석은 내 동생...
: "스위트 포테이토여... 내가 모르는 것이 있다... 나와... 타로는... 덩
: 이줄기지만... 넌... 넌... 으윽..."
: "혀, 형님..."
: 아... 세상이 좁아져 간다... 하지만... 하지만, 꼭 말해야해...
:
: "넌... 너만은!! 덩이줄기가 아닌.... 당당한, 당당한 지하의...쿠, 쿨럭...
: 지하의 덩이뿌리다아아아!!"
:
: 쓰러진 내 몸을 떠나는 의식 속에서 나는 스위트 포테이토의 절규
: 를 들을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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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을 위해 수없이 희생된 모든 야채들을 위해, 묵념 -_-
: 서문가의 마지막 희망 다실이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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