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기의 신작,
[라면 한 입] (김필연, 정덕기, Br송기창) 을 '광주 우리가곡'에서 접했다.
이 곡은 작곡가 정덕기가 꾸준히 시도하고 있는 생활가곡 시리즈의 연작이다.
정덕기는 이번 <라면 한 입>에서 지금까지의 일련의 생활가곡에서와 차별화 되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우선 시인 김필연의 시어가 일반적인 시형식을 도외시한 일상 대화체 주저리주저리 어법이다.
이 김필연의 시 같지 않은 시어를 받고 작곡의 실마리를 잡지 못해 난감해 하는 작곡의 마법사 정덕기의 복잡한 심사를
그의 다음 서술에서 엿볼 수 있다.
<김필연 선생님이 시 한 편 '툭' 던져놓고 가며 하는 말,
"선생님은 어떤 가사로도 곡을 쓸 수 있는 분이니까 '라면 한 입' 이 곡 좀 써주세요.
하며 가사를 던져주고 갔으나 2달이 지나도록 내 머리속에서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마감 날짜는 점점 다가오는데 말이다.">
얼마 전 <가곡 이야기>에서 말한 <아버지의 만물상 트럭>의 노랫말과도 다른 일상 대화체 시어에
작곡 마법사 정덕기도 작곡의 실마리를 잡기 어려운 난감한 처지에 빠졌던 것이다.
마감시간은 다가오는데 작곡 실마리를 잡지 못해 고심하던 정덕기 작곡가는 어느 날 교직원 채풀에서
열린 슈베르트 <마왕> 발표회에서 영감을 얻어 피말리는 그 동안의 고뇌에서 벗어나
당장 마법의 방망이를 휘둘러 작품을 완성한다.
<그러던 중 슈베르트의 마왕을 교직원 채플에서 듣고 무언가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마왕은 아버지, 아들, 마왕, 화자(전체를 설명해주는 사람) 4인이 등장하는데 이 곡은 아버지 아들 화자 3인이 등장한다. 마왕은 피아노에서 말이 달리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나는 이 곡에서 라면을 먹을 때 흡입하는 장면으로 시작하였다.
막상 작곡 시간은 그리 길게 걸리지 않았던 것 같다.>
이런 산고 끝에 태어난 <라면 한 입>은 그야말로 획기적이다.
시어, 곡 형식과 구조, 창법,, 에서 이제까지의 정덕기 어법과도 확연히 차이가 나는 획기적이다 못해
전위적 작법이다.
너무 색다른 김필연의 시어에 맞춘 우리 가곡사에 한 획을 그은 정덕기 회심의 역작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특히 노랫말 중에 나오는 '후루룹 앗! 뜨거'와 '아빠! ~~~'를 노래하는 외마디 비명은 우리가곡에서는
접한 적이 없던 서술형 대화체, 바흐의 b단조 미사나 오라토리오 물에 등장했던 '레치타티보' 형식을
채용한 이 기법은 '하앙~ 하앙~' 등, 도처에서 나타나는 이번 신작에서 확실히 자리잡은 작법이다.
아무리 시어와 작법이 획기적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소화하는 가수에 따라서도 큰 영향을 받는다.
그런 점에서 정덕기와 그동안 호흡을 맞춘 Br.송기창은 완벽한 딕션과 가창에서
바흐를 노래하는 테너 Peter Schreier나,
슈베르트를 노래하는 바리톤 Dietrich Fischer-Dieskau를 방불케하는 뛰어난 명품가수다.
정덕기와 송기창,
이 두 콤비의 조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으나 우리가곡의 발전을 위해서
계속되어야 할 과업이다.
https://youtu.be/GcjEGrl0ICs
다음은 광주 우리가곡에 올라온
[라면 한 입] (김필연, 정덕기, Br송기창, pf.김민경)에 대한 댓글을 기록으로 남긴다.
[댓글] 김평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