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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3월9일(목)맑음
바람 분다. 버스표 예약하고, 스마트폰 요금 확인하러 시내에 나가다. 청량심보살 저녁거리로 콩죽을 끓여 왔다. 알라딘에서 주문한 책이 왔다. 전재성님이 번역한 <테라가타>와 <테리가타>, 포켓판 <수타니파타>, 박문호 저 <뇌과학의 모든 것>. 뇌과학의 모든 것은 금성보살에게 줄 것이다.
2017년3월10일(금)맑음
관오사에서 보설스님, 명고스님 만나다. 헌재가 박대통령 탄핵 결정했다는 소식 듣다. 함께 기뻐하다. 지우스님이 공양청을 해서 수성 못 옆 식당에서 맛있게 점심 먹다. 파계사 보설스님처소로 가서 차를 나누며 환담하다. 명고스님이 보이차를 선물하다. 저녁에 명고, 지우스님과 함께 엘리바덴에서 목욕하고 <오월의 아침>에서 레몬 차 마시다. 호시절 하루였다.
2017년3월11일(토)맑음
아침 일찍 보설스님에게서 전화 오다. 파계사 올라와 매화 꽃 아침차를 마시라 청하신다. 지우스님 차타고 팔공산으로 달리다. 오후 2시. 초기불교공부모임 열리다. 서림스님과 함께 온 학해, 만민스님도 참석했다. 하참비구와 상참비구가 서로 마주보고 아빠띠 빠띠깜마apatti-patikamma(범계와 참회의식)을 하다. 빠알리어에 능통한 영일스님의 열정적인 발제를 듣다. 주제는 <부처님 정각 시부터 초전법륜까지의 부처님의 행적과 가르침>. 영일스님은 빠알리어 5부 니까야를 일일이 정독하고 거기서 나오는 정보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과 다른 것들과 보충할 부분을 알게 되어 불교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된다. 3전12상이 사성제뿐만 아니라 사념처, 사신족에도 적용된다는 사실, 싯다르타는 보리수 아래에 앉기 전에 벌써 부분적 깨달음 얻었다는 사실, 그래서 보리수 아래에서 성취한 정각은 정등각자-삼마삼붓다
Samma-sambudha의 완전한 깨달음이었다는 사실. 아라한의 길과 정등각자 붓다의 길은 차이가 있다는 것. 부처님의 과거 전생담 자따까Jataka에 따르면 싯다르타의 전생 수메다Sumedha는 과거 연등부처님께 수기를 받을 때 이미 아라한의 깨달음을 얻을 만한 경지였는데 연등부처님을 뵈옵자 마음에서 연등부처님과 같은 부처님이 되리리라는 願원이 일어났다고 한다. 그래서 수많은 세월동안 10바라밀을 닦아 드디어 현생에 정등각자가 되었다고 한다. 위따까vitakka와 위짜라viccara에 대한 이해, 개별적 깨달음과 통합적 깨달음, 사마따적인 사선정과 위빠사나적인 사선정의 차이, 선정에 들었을 때 사유가 가능한가? 선정 안에서 마나시까라manasikara가 일어나는가? 이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와 심도 있는 논의가 전개되다보니 분위기가 뜨거워져 밤 8시에 마치기로 하다. 자리를 정리하고 2부 모임을 갖다. 멀리에서 오신 서림스님의 총무원장 직선제에 추진 활동의 취지와 경과를 듣다. 스님의 진지한 열정에 모두 공감하다. 참석자 모두 직선제를 찬성. 몇 몇 스님은 서림스님이 보완해야 할 점과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예측을 이야기 하다. 스님들은 승가 내에 벌어지는 금권정치 카르텔, 빈부격차와 복지낙후, 수행가풍 추락 등,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어서 현시국의 정치상황에 대한 이해와 예측을 이야기하다. 이야기가 폭 넓게 흘러가다보니 자정이 훨씬 넘었다.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지다.
2017년3월12일(일)맑음
아침 7시40분 동대구 복합터미널에서 버스 타고 진주 오다. 보름 독경법회 하다. 아미화, 반야성, 향인 보살 셋이 참석하다. 다른 학생들은 봄바람에 실려 갔나보다. 점심공양 후 茶樂에서 커피 마시고 헤어지다. 그 동안 다니느라 피곤했는지 입술이 부르텄다.
2017년3월14일(화)맑음
화요강의하다. 이화보살 안내로 신입학생 박서진 오다. 예상했던 진도만큼 나가지도 못했는데 벌써 시간이 다갔다. 짧게 명상하고 끝내다. 밤바람이 차다. 달이 커다랗다.
2017년3월15일(수)맑음
아침 수행하다. 박문호 박사와 김대식 교수의 뇌과학 강의 듣다. 저녁 강의하다. 봄바람이 아직 차다. 결석자가 많다. 토요일 MT에 대해 이야기 하다. 명성보살이 진행을 준비한다.
2917년3월16일(목)맑음
오후에 대구에서 혜진스님과 경진스님이 오셨다. 진주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설봉스님 도예전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이다. 나도 동참해서 개막식 테이프를 끊었다. 설봉스님께서 만드신 도자기는 천하일품이다. 자연이 자기 스승이라고 소감을 말한다. 자연 앞에서 지극히 겸허해지며 은혜를 갚기 위해 보시행을 할 뿐이라고 하신다. 죽향으로 자리를 옮겨 차를 마시고 저녁공양을 하다. 경진스님의 지인인 <문정희 카페>를 방문하여 커피를 마시고 환담을 나누다. 돌아와 진주선원에서 함께 밤을 보내다.
2017년3월17일(금)맑음
아침 5시에 일어나 예불 드리고, 아침을 해먹다. 일찍 출발하여 다솔사로 달리다. 솔향기 맡으며 불이암을 오르다. 동초스님께 인사드리니 말차를 내주신다. 수행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하고 산을 내려오다. 예술회관으로 돌아오니 설봉스님께서는 도예전시실 문을 열고 관람객을 기다리고 계신다. 경진과 혜진스님 전시실에 남아 설봉스님을 도와주는데, 나는 조금 머물다 돌아오다.
2017년3월18일(토)흐림 차차 맑아짐
오늘은 MT 가는 날. 아미화보살님 운전하여 반야성과 함께 통영 마리나 리조트 콘도로 달리다. 바다에서 갯내음이 풍겨오는 해변도로를 달려 리조트 프론트에 도착하니 初鹿초록보살이 체크인 한다. 이미 도착한 여덟 분과 점심을 먹고 해안도로를 걷다. 경진스님이 가르쳐준 步法보법으로 걷다. 발뒤꿈치를 먼저 내딛으면서 걷는다. 그러면 자세가 똑발라지고 단전에 힘이 들어간다. 태극권의 고수들이 이렇게 걷는다고 한다. 여섯 시에 큰 방에 모여 김밥으로 저녁을 같이 먹다. 明星보살이 프로그램 진행을 맡다. 빙 둘러앉은 학생들에게 각자 법명의 뜻과 법명이 지어지게 된 인연을 이야기 해주다. 이어서 서로의 법명을 외울 수 있도록 ‘누구 옆에, 누구 옆에 누구입니다.’라고 돌아가면서 말한다. 이어지는 프로그램은 모든 학생이 어느 특정 학생 한 사람에 대한 느낌을 쪽지에 적어서 그 사람의 이름이 쓰진 종이에 붙인다. 그리고 을긋불긋한 쪽지가 가득 붙은 종이의 주인공이 자기에 대한 여러 사람의 느낌과 칭찬, 격려의 말을 대중에게 발표한다. 갖가지 내용의 쪽지 가운데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이야기 한다. 몇 몇 보살님은 ‘예쁩니다. 제일 미인입니다. 우리 모임의 꽃입니다.’ 라는 말에 환해졌다고 밝힌다. 돌아가면서 이야기 하다 보니 박장대소가 터지고 웃음꽃이 만발한 화기애애해진다. 세 팀으로 분반하여 ‘진주선원의 미래 비전’이라는 주제로 토론하다. 우리 모임에 아쉬웠던 점과 평소에 가슴에 담아두었던 것을 토로하고 소통하는 시간이 되었다. 한 시간이 지난 후 다시 함께 모여서 진지했던 토론의 결과를 적은 보고서를 읽는다. 가능한 해결책을 모색하여 이야기 하다.
몇 가지 결론: 선원의 미래는 <배움과 명상과 보살행, 평생 함께 가는 참 모임>. CST 훈련을 전문가 수준으로 달성하여 봉사를 할 수 있게 한다. 소통과 결속을 위한 알리미 소임은 해성보살이 맡는다. 강의 시간 끝에 명상을 20~30분 도입한다. 스님과의 상담 인터뷰를 가진다. 매월 한 번 집중수행시간을 갖는다. 한 해에 두 번 정도 MT를 간다. 등등. 모임이 끝날 무렵 함께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다. 밤11시에 일과를 마치다. 향산, 향원, 명안 개인사정 있어 돌아가다. 바다가 조망되는 큰 방 이곳저곳에 삼삼오오 모여서 자다. 바다 위에 몸을 누이고 빛을 마시며 날아가는 꿈을 꾸다.
2017년3월19일(일)맑음
7시 기상. 큰 방에 모여 예불 독경. 명상과 이어서 요가를 하다. 요가를 마무리 하면서 가볍게 율동하다.
`Danyabad, danyabad, danyabad, ananda 감사합니다, 행복합니다.`를 읊조리면서. 죽을 끓여 아침을 먹다. 공간을 정리하고 짐을 챙기다. 해안도로를 한 시간 가량 함께 걷다. 11시 리조트 앞뜰 파초 앞에서 헤어지다. 모두가 행복해 하고 사랑이 넘치는 만남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니 피곤하여 깊은 잠을 자며 쉬다.
2017년3월20일(월)흐림
오후에 아미화 와서 <문정희 카페>에 가다. 주인장이 핸드드립으로 내주는 커피를 마시다. 주인장의 수행이야기와 카페를 열어서 진주시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쓰겠다는 포부를 듣다. 보슬비가 내린다. 저녁 강의하다. 먼저 봄비 살포시 내린 아침에 이별하는 사람에게 주는 시
<송원이사안서 送元二使安西-안서도호부로 부임해가는 원 씨의 둘째 아들을 보내며>-
王維왕유(699~759)
渭城朝雨浥輕塵, 위성조우읍경진
客舍靑靑柳色新; 객사청청류색신
勸君更進一杯酒, 권군갱진일배주
西出陽關無故人. 서출양관무고인
위성(함양) 아침 비 내려 먼지를 살짝 적시니
푸르고 푸른 객사에 버들잎 새로워라
그대에게 또 한잔 술을 권하니
서쪽 양관을 넘어가면 친구 하나 없으리.
이별의 시라면 고려 문신 정지상을 빼놓을 수 없다.
<送人, 임을 보내며>-정지상(鄭知常,1068~1135)
雨歇長堤草色多, 우헐장제초색다
送君南浦動悲歌; 송군남포동비가
大同江水何時盡, 대동강하시진고
別淚年年添綠波. 별루년년첨록파
비 개인 긴 언덕엔 풀빛이 푸릇푸릇
임 보내는 남포엔 슬픈 노래 절로 나와
대동강 물은 언제나 마를까
이별의 눈물 해마다 푸른 물결에 뿌려지리니.
이어서 <보살의 37수행법> 가운데 10과 11을 설하다.
<법문의 키워드>
보디사트바Bodhisattva와 초인 도덕 Overman`s moral
아라한에서 보디사트바로 전향: 낮은 곳을 향하여 다시 돌아온 영웅Awakened Hero
이타적 동기altruistic motive는 진화의 정점에 일어난다.
Has there been something being sorted?
Choice-based evolution
kusala-dhamma-chanda-bhavana
How do you define yourself?
Re-define yourslef, and your mind and life will change.
Mold hits you back.
틀을 고집하면, 그 틀이 되돌아 너의 뒤통수를 치리라.
2017년3월21일(화)맑음
아침에 강변도로를 달리다 걷다 하다. 명안과 범연보살과 함께 <맛나원>에서 저녁 먹다. 화요 강의하다. 초당거사가 신입생을 데려왔다. 성품이 순직해보여 불교공부를 계속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2017년3월22일(수)맑음
어제 조깅한 것이 피곤했나보다. 늦잠 자다. 남은 딸기와 龍果용과를 과일을 믹서에 갈아서 꿀을 타 마시다. 저녁 강의하다.
<법문의 몇 단락>
1. 마음은 Intentionality 대상지향성이다.
인식주관 6根과 인식대상 6境은 상호연관적인 상응관계에 있다. 6근+6경=12처. 삼라만상은 12처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세계는 12처이다.
2. 業因果報: 인식주관이 대상을 향해 의지를 행사하는 것이 因이 되며, 이것이 業을 만든다.
의지의 작용을 입은 대상이 주관에게 반응해오는 것을 報라하며 이것이 果이다. 그래서 나에게로 다가오는 대상세계는 나의 인식주관이 투사한대로 느껴지고 경험된다. 이 세계는 나의 주관에 의해 인식된 것이며, 느껴진 것이다. The world is the
felt world. 내가 어떤 사람이나 대상, 환경에 대해 느껴지는 호오, 고락, 강약, 미추는 그에 대한 기억과 학습된 것이 원인이 되어 그 결과로써 그러한 감정을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니 기억된 대로 경험하고, 믿고 싶은 대로 경험한다. 그리고 던진 대로 되돌아온다. 어떤 사람에 대해 미움이 느껴지면 그 미움의 원인을 그 사람에게서 찾지 말고, ‘미움’을 일으킨 내 마음의 움직임을 알아차려서 ‘미움’ 이란 상황을 거기서 끝내라. 그러지 않으면 ‘미움’이란 상황에 말려들어 고통은 지속될 것이다. 미움, 네가 보였다!!! 보면 사라진다. 보여짐으로써 끝난다. 이것이 근원적인 해결이다. 부차적인 해결책으로서는 미워하는 사람을 용서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그 사람의 사정을 깊고 넓게 살펴서 ‘그랬구나, 그렇겠지’하고 받아드리며 이해해준다. 그러면 훨씬 대하기가 수월해진다. 그리고 자비심과 연민심을 배양한다.
3. 오셀로Othello의 의심은 천사 같은 부인 데스데모나를 죽이게 하였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죽이게 만들었을까? 오셀로는 얼굴이 검은 무어 Moor인이다. 베네치아 사람들에게서 차별대우를 받는다고 느끼며 자신의 출신에 대한 열등감이 있다. 그리고 아내와 나이차가 많이 나기에 ‘나이 많은 남편’이란 열등감도 있다. 이것이 비극의 씨앗이다. 게다가 그는 군인기질을 타고 나서 단선적이고 우직하며 고집이 세다.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믿을 것과 믿지 않아야할 것을 가릴 수 있는 현명함을 타고난 사람은 얼마나 복된가? 의심하는 남편에게는 깃털처럼 가벼운 손수건도 밧줄처럼 튼튼한 배신의 증거가 된다. 이유가 있어서 의심하는 게 아니라 의심 때문에 의심한다. 의심이란 스스로 생겨나는 괴물이다. 의심은 자신의 내면에 깃든 열등감과 악의를 증폭시켜 상대방에게 독을 뿜게 만든다. 의심은 죽음으로 이르는 병이다. 그는 지독하게 데스데모나를 사랑한다. 사랑하니까 죽인다고 독백한다. 이 무슨 역설인가?
난 널 죽이고 그리고 사랑을 하겠어. 이젠 마지막이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것이 이렇게 증오스러울 수가 있을까.
눈물을 참을 수가 없구나.
이 잔인한 눈물! 아니, 신성한 눈물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철퇴를 내리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사랑은 집착이요, 병이다. 사랑은 일방적이어서는 안 된다. 사랑은 상대방의 반응과 말과 행동에 의해 해석되어지는 것이다. 오셀로의 사랑은 일방적인 독선적인 사랑이다. 이는 자기애적이며 자아중심적인 사랑이다. 그러기에 그런 사랑은 아내를 간섭하고 길들이며, 구속하고 제약하며 죽인다. 사랑도 감옥이 될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랑이란 감옥에 갇혀 고통을 주고받는가? 세상에 남편과 아내가 사랑이란 이름 아래 서로를 구속하며 살아간다. 의심 많은 자신을 믿을 수 없다면 자신을 믿어주는 그 한 사람을 믿어라.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만 해도 당신은 이미 구제받은 것이다. 우리는 모두 비극을 불러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것을 이해하자. 그 약점을 부추기는 유혹은 언제 어디서든지 어떤 형태로 다가온다. 그런 유혹에 대항하는 면역력을 길러라. 그게 불교를 공부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