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장에서
김 성 문
몸이 근질거린다. 사우나를 하고 싶다. 내가 자주 가는 동네 목욕탕에도 사우나 시설이 있다. 오늘은 한참 동안 가지 못했던 대구 외곽에 있는 소문난 온천장으로 1시간가량 달렸다.
여느 때 같으면 온천장 주차장이 온통 승용차들로 빼곡히 들어서 있을 텐데, 오늘은 여유롭게 자리를 마련해 준다. 나도 마련해 준 자리에 마음 편히 주차하고 카운트 데스크로 향했다.
온천장 목욕탕 물은 수정처럼 맑다. 손님은 탕 속에 드문드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나도 손님과는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온천수에 몸을 맡기고 한 주 쌓였던 피로를 풀고 있다.
잠시 후 사우나에 들어갔다. 땀이 이마를 지나 눈썹까지 인사한다. 밖으로 나와 땀을 씻고 들어갔다 나오기를 3번이나 하였다.
물 밖으로 나와 휴식 의자에 앉아 온천수 선전판을 보았다. 수질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알칼리성 온천으로서 광물질이 풍부한 편이다. 맥반석 온천으로 신경통과 관절염을 비롯하여 피부병과 신경통에 효험이 있으며, 특히 위장병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처럼 효험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온천장 사우나를 다니기 전에는 우리나라의 전통 사우나인 숯가마를 자주 다녔다. 숯가마는 숯막 노동자들이 피로를 풀기 위해 시작했다는 설이 있다. 1994년경부터 생겨난 숯가마를 나는 친구들과 많이 이용했다. 수년 전만 해도 친구들과 숯가마에 가서 찜질하고 그곳에서 모임도 하였다. 주로 황토로 만든 숯가마에는 개량한복처럼 만든 황토색 숯가마복 차림으로 저온 방부터 시작하여 중온 방과 고온 방을 거치면서 땀을 빼고 수분을 보충하면서 하루를 보냈다. 숯가마를 갔다 온 날은 몸이 한없이 가벼웠다.
숯가마를 데우기 위해 참나무 장작으로 불을 피운다. 장작이 타고 난 후의 숯불에 오겹살을 구워 먹는 재미는 다음 날짜가 기다려질 만큼 매력이 있었다.
수년 후 숯가마에는 공기가 안 좋다는 소문이 있고부터는 출입을 안 하게 되었다. 숯가마에서 찜질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일상도 피로를 풀고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좋은 코스였다.
숯가마가 유행할 시기에 사우나의 4촌 격인 찜질방도 많이 생겨났다. 친구들과 찜질방도 자주 드나들면서 몸의 피로를 풀기도 하였다. 대형 찜질방에 가면 목욕과 식사, 운동, 수면, 오락 등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었다. 찜질방은 잠을 잘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찜질도 온찜질과 냉찜질에 따라 아픈 부위의 치료 효험이 다르다. 나는 운동을 한 후 관절에 통증이 있을 때 마다 온찜질을 자주 한다. 통증이 있는 부위가 시원하다. 냉찜질은 염증과 부종을 감소시킨다고 한다.
오래전 핀란드를 여행했을 때 호텔 내에 있는 핀란드 사우나를 경험한 일이 생각난다.
탈의실에서 알몸으로 긴 타올만 걸치고 사우나로 들어가는데 여성이 있어서 깜짝 놀라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여성들은 놀라지도 않고 태연하였다. 놀란 내가 미안할 정도였다. 탈의실은 달라도 사우나는 공용이었다. 서로의 예의를 지키기 위해 말없이 조용히 땀을 흘러내리면서 타올로 닦아 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핀란드는 사우나가 대표 문화라고 한다. 가족, 친구들과의 휴식을 위해 사우나를 즐긴다고 한다. 핀란드인들은 한 주의 일을 끝낸 토요일은 집안일과 쇼핑을 한 후 사우나를 하는 날이다. 저녁 6시에서 10시 사이에는 아마도 핀란드인 절반은 사우나를 즐긴다고 한다.
핀란드 속담에,
“사우나로 고치지 못하면 불치병이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계절과 관계없이 사우나를 즐긴다.
핀란드인들은 도심뿐만 아니라 인구밀도가 낮아 공간이 넓은 야외 깊숙이 들어가 있는 사우나를 많이 이용한다.
오리지날 핀란드 사우나는 중앙에 난로가 있다. 그 위에 주먹만 한 돌멩이들을 얹어 놓는다. 달궈진 돌 위에 물을 뿌려 발생하는 증기로 사우나를 한다.
핀란드는 지천으로 널린 자작나무 가지를 다발로 묶어 뜨거운 물에 담갔다가 자기 몸을 툭툭 친다. 그리고는 찬물로 씻어낸다. 땀도 빠지고 혈액순환은 물론 피부미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나는 수년 전 대형 목욕탕에서 정신이 혼미해진 사건이 있었다. 그 목욕탕에는 여러 개의 사우나 시설이 있었다. 벽에 옥으로 꾸민 사우나, 한약재가 듬뿍 들어 있는 사우나 등 여러 곳에서 땀을 뺐다. 탈수 현상이 일어났는지 정신을 차리니 목욕탕 휴게실이었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계속 깨어나지 못했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우나에서 밖으로 나온 기억뿐이었다. 그동안 119가 와서 응급처치가 잘 되어 회복되었으니 다행이었다. 그 후로는 한동안 겁이나서 사우나를 이용하지 못했다.
온천이나 찜질이나 사우나나 모두 몸을 건강하게 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고 본다. 그러나 각자의 체질에 따른 전문의의 조언을 받아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오늘 온천장 사우나로 핏줄 속 혈액이 활기차게 움직이는 것 같다.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몸이 깃털처럼 가볍다.
주차장에 있는 승용차가 기다린다.
첫댓글 신고식 합니다.
신입회원 김성문입니다.
선배님들께서 많은 지도조언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반갑습니다. 앞으로 많은 활동 부탁드립니다.ㅎ
유당 노병철 선생님!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많이 배우겠습니다.
코로나로 사우나도 마음놓고 못하니 몸이 더 찌부둥합니다. 저는 일본 온천마을 쿠로카와 갔을 때 동굴온천이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천연동굴 그 자체가 온천이었으니. 그곳에 남여 혼탕도 있었는데 용기가 부족해서 ㅋ.
조경숙 선생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순진하신 나머지 혼탕 경험도 못하시고~~ㅎㅎ
김성문 선생님,
반갑습니다.
혼탕이야기, 재미있습니다.
카페에서 자주 뵙기를 기대합니다.
박미정 선생님! 그때 혼탕경험이 없어서 면역력이 부족하여 조금 놀랐습니다~읽어 주셔서 댕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