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닭똥은 텃밭의 거름으로 유용하게 쓰인다.
비료를 쓰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지저분한 닭장 바닥이 점점 높아 부득불 청소한다.
날이 풀리면 하려고 기다렸는데 계속된 추위로 작업을 일단 시작했다.
이참에 병아리용 케이지도 뜯어내어 공간도 넓혔다.
밖으로 걷어내어 수북하게 거름 더미를 쌓았다.
닭도 아는지 일을 쉴 때마다 닭장에 들어와서 확인한다.
지난번에 나무를 태운 재와 언 채소도 밭에 함께 쌓았다.
썩은 나무도 밤이면 텃밭에서 태운다.
마당 정리를 조금씩 해 나가고 있지만 일은 줄어들지 않는다.
나무를 태우던 밤,
산책을 마친 길고양이가 잠자러 닭장으로 들어간다.
가만히 보니 알 놓는 홰에 올라가 웅크리고 있다.
닭이랑 조금 친해졌는지 닭도 기척이 없다.
아침에 둘러보니 고양이가 물을 먹는데 닭이 고양이 머리를 쪼았다.
그래도 어린 고양이는 닭을 의지하는 듯 얌전히 있는 모습이 귀엽다.
아내는 얻어온 고양이 간식을 몰래 챙겨주는 모양이다.
닭똥을 정리하니 텃밭이 가득할 정도로 꽤 많이 나왔다.
봄날이 오면 땅도 뒤집고 꽃밭에도 뿌려야겠다.
모처럼의 삽질에 허리가 뻣뻣하다.
시간이 조금 남아서 현관 옆으로 시멘트 작업도 준비했다.
마당 군데군데 봄나물이 나오는 것을 보니 봄이 가까운 듯하다.
말씀에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가운데서 거룩함을 온전히 이루어
육과 영의 온갖 더러운 것에서 자신을 깨끗하게 하자 하였다.
거룩함을 온전히 이루면 깨끗함은 덤이다.
시원하게 닭똥을 치워주니 꼴에 닭장 주인 행세를 하는 암탉들이 부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그런즉 사랑하는 자들아
이 약속을 가진 우리는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가운데서
거룩함을 온전히 이루어 육과 영의 온갖 더러운 것에서 자신을 깨끗하게 하자[고후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