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1989년 교회 같이 가려고 후배(여) 집에 들렀는데 놀러왔던 친구가 나가고 있었다. 예뻤다. 친구 예쁘더라고 두어 번 얘기했더니 관심이 있다고 생각했는지 소개시켜줬다. 학교에 몇번 데려왔다가 모델하고 사귄다고 소문만 무성해졌다.
수지언니라는 룸메이트 얘기를 종종 했다. 삐쩍 마른 긴 쌩머리 여자 둘이 같이 다니니 사람들이 귀신같다고 했다나... 한번은 수지언니 TV 나왔다며 전화해 켜보니, 그게 가수 강수지씨 데뷔 무대였다.
늦은 시간에 종종 전화했었는데 강수지씨는 데뷔 전이나 후나 그 시간에 집에 있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 밤무대... 지방공연… 가수의 삶이 그런가보다. 워낙 오래 됐으니 얘기하지만 윤상씨와 잠깐 사귀었는데 소속사에서 떼어놓은듯 했다. 아마 계약에 연애금지조항이 있었겠지... 그 집에 윤상씨가 줬다는 통기타가 하나 있었는데 지판이 심하게 휘어져 도저히 칠 수 없는 기타였다. 이런 걸 줬나 싶어 그후 윤상에 대한 이미지가 별로 안좋다.
데뷔 후 LP 하나 얻으려고 가봤더니 사람들이 다 가져갔단다. 한장 남아 있기에 얼씨구나 했더니 그 판엔 강수지씨가 뭘 잔뜩 써놨다. 아빠, 엄마, 동생에게 전하는 말이어서 그건 차마 가져올 수 없었다. 아마 미국에 있는 가족에게 보내려고 했던 것 같다. 지금같이 핸폰이라도 있었으면 사진이라도 찍어뒀을텐데...
이 친구는 전라도에서 상경한 연예인 지망생이었는데 연예인 특유의 끼같은건 없었다. 모피 광고 모델도 했고 TV광고에도 한번 나왔다는데 반응이 별로 였는지 금방 사라져 나도 못봤다. 그쪽에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나중엔 배우 화장법을 배우기 시작했고 자기 얼굴에 연습해 점묘법같은 기법으로 어둡게 화장하고 나오곤 해서 전혀 다른 사람같이 보였는데, 배우 화장은 강한 조명때문에 좀 어둡게 해야 한단다....
성격이 상당히 좋았다. 사회생활을 일찍하고 연애계에서 진상들을 많이 상대해서 그런지 말과 행동이 차분하니 현명했다. 내가 말 실수 해도 화내지 않고 기분 나쁘지않게 가만히 얘기하는데 내가 잘못했다는걸 느끼고 사과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워낙 사는 세계가 다르다보니 공통점은 없어 별 연애감정없이 친구처럼 지내다가 점점 연락이 없어졌던 것 같다.
한참 연락이 없다가 내가 유학가기 좀 전에 연락이 왔는데 결혼 했단다. 내가 예전에 크롬 테입에 녹음해줬던 클래식 음악을 태교음악으로 듣고 있다며 “정성스럽게도 녹음 했네…” 한다... 소개팅 시켜준데서 혹시나 나가봤더니 헉… 직업이 전도사였다… 진작 얘기하지…
첫댓글 ㅎㅎㅎ. 이제는 연예인들까지 지인? 와! 그런데 잘못 짚은경우가 많네요...
잘못 짚어요? 강수지씨는 만나기는 커녕 목소리도 못들어봤습니다. 초기 1-2년 룸메였을텐데 진짜 노예계약이 맞나봅니다. 전화해서 있을 때가 없더라구요.
@안재형 마누라가 좋아했던 가수죠. 정말 핏기가 하다도 없는 훅 불면 날라갈것같은 체격으로 어떻게 노래를 했는지 몰라요. 그 특별한 판을 사셨으면 좋았을텐데, 뭐 누군가가 샀겠죠.
@SASMaster 아 강수지씨가 잔뜩 뭘 써넣은 LP요? 엄마 나 앨범 냈어!!! 첫 앨범 내고 감격에 겨워 쓴 가족들에게 보내는 메세지였습니다. 아마 미국집에 보냈을겁니다. 그건 아무도 감히 못가져갔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