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중고차의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8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차 브랜드의 인기도 인기지만, 러시아와 중동 시장에 서방 주요 브랜드의 신차 공급이 막힌 덕도 크다고 한다. 달러 대비 원화의 가치 하락(고환율) 흐름을 타고 한국산 중고차의 수출 가격 경쟁력도 높아졌다.
한국중고차유통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4월 중고차(승용차·상용차 포함)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2.4% 급증한 29만6,704대에 달한다. 세단 위주였던 수출 차종도 현대차 투싼·싼타페, 기아 스포티지·쏘렌토 등 스포츠유틸리티차(SUV)까지 다양해졌다.
기아 카니발/사진출처:기아 홈피
특히 키르기스스탄과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로 수출이 크게 늘어났다.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의 신차 공급이 막힌 러시아가 주변국을 통해 중고차를 대규모로 들여오고 있어서다.
가제타루 등 러시아 언론은 지난(5월) 31일 현지 자동차 전문 포탈 오토스타트(автостат)의 분석 자료를 인용, 올해 1~4월 한국 중고차의 러시아 수입(한국 중고차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84% 급증한 2만2,800대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대부분 출고한 지 3~4년 된 차량으로, 러시아에 수입된 중고차 물량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기아(6,092대)와 현대차(3,180대)는 러시아의 수입 중고차 상위 5개 브랜드 가운데 1, 3위를 차지했다. 2위는 BMW다. 또 가장 인기 있는 3대 모델은 현대 팰리세이드(1400대), 기아 K5(1200대), 기아 카니발(1170대)로 모두 한국산 중고차였다.
현대차 신형 산타페/사진출처:현대차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중고차 수출53만2780대 중 키르기스스탄이 7만1923대로, 13.5%를 차지했다. 이들 차량은 대부분 준신차급으로, 평균 수출 단가는 2만703달러에 달한다. 수출 차량들은 대부분 러시아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키르기스스탄이 중고차의 러시아 우회 통로가 된 것은 2022년 3월 러시아로의 신차 공급이 중단되면서부터다.
수출 증가에 따른 그림자도 있다.
오토뉴스 등 러시아 자동차 전문 매체에 따르면 러시아 산업통상부 산하 연방기술규제 및 계량 기관인 ’로스스탄다르트'(Rosstandart, Росстандарт)는 기아차가 유압 전자 제어 장치(HECU)의 인쇄 회로 기판 문제로 5만5,350대의 차량을 리콜하기로 했다고 2일 발표했다.
리콜 대상은 2010~2016년 출시된 쏘렌토, 쏘울, 세라토 등이다. 엔진실에 위치한 HECU의 인쇄 회로 기판에 단락이 발생할 수 있어 퓨즈 2개를 교체하기로 했다는 발표다.
현대차 기아가 러시아에서 리콜을 실시한다/사진출처:СС0 Public Domain
이에 앞서 현대자동차의 러시아 공식 대리점인 ㈜현대자동차 CIS도 지난(5월) 30일 안전미끄럼방지시스템(ABS) 모듈의 접촉 불량 가능성을 이유로 9만9,256대의 차량을 리콜한다고 밝혔다. ABS 장치에 단락과 같은 기술적 문제가 있으면 엔진룸에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리콜 대상 차량은 2010년~2015년 판매된 그랜저와 제네시스 쿠페, 그랜드 산타페, 벨로스터, i40, 솔라리스, 산타페 등이다. 로스스탄다르트’는 “이번 리콜 조치로 모든 대상 차량의 멀티 퓨즈가 교체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에서 주목되는 현상 중 하나는 중국에서 조립된 서방 주요 브랜드의 차량이 늘아나고 있다는 점이다.
아프토브즈글랴드 등 현지 자동차 전문 매체에 따르면 중국에 조립되는 유럽 및 일본 자동차가 러시아에서 점점 더 많아지는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아프토스타트 분석 결과, 독일산 폭스바겐은 중국에서 생산된 승용차가 올해 1월~5월 판매된 모든 차량의 93.2%를 차지했다. 일본의 닛산이 84.6%로 2위, 마쓰다(81.7%) 3위, 토요타(74.6%) 4위 순이었다.
그러나 기아(43%)와 현대차(24.2%)는 볼보, 아우디, BMW 등과 함께 러시아 판매 전체 물량의 절반을 밑돌았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25년에 판매된 신차의 4.5%만이 중국에서 조립, 수입됐다.
이 통계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굴러다니는 폭스바겐, 닛산, 마쓰다 등은 대부분 '메이드 인 차이나' 차량이라고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