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서열체제 철폐-입시경쟁교육 해소-대학 균형 발전 선포대회 선언문
다시 광장이다. 비상계엄으로 장기집권을 획책한 독재세력에 맞서 국민이 온몸으로 만들어 낸 광장이다. 지금 광장의 빛과 함성은 과거처럼 대통령의 탄핵만 외치지 않는다. 사회대개혁에 실패한 역대 정권으로의 회귀도 원치 않는다. 광장은 승자독식과 차별의 야만적 사회를 넘어서 근본적 변화를 이끌 협력과 공존의 ‘체제 전환 운동’을 요구한다. 교육주체들은 사회재생산의 근간을 이루는 교육체제의 근본적 전환, 교육혁명을 요구한다.
독일은 197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나치 발흥의 기반이었던 ‘약육강식 경쟁위주 주입식교육’과 ‘승자독식 서열중심 엘리트교육’을 ‘협동교육’과 ‘민주주의교육’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아비투어시험을 현대적으로 바꾸고 상당한 수준의 대학 평준화도 이루어냈다. 프랑스는 68혁명을 계기로 대학서열체제를 허물어뜨리고 대학 교육을 민중에게 확대하였다. OECD의 많은 나라들에서는 경제적 이유로 대학을 못 가지도 않고 학력과 학벌 차별도 찾아보기 힘들다. 세계 최상위 등급을 받는 대학은 없지만 유럽 대학의 교육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OECD의 많은 나라들은 오랫동안 많은 노력을 통해 작은 차이가 있지만 대학 무상화·평준화의 경향을 가지고 있다.
극단적 대학 서열화와 입시경쟁지옥, 학생-학부모-교직원의 소외와 고통, 교육을 통한 계급재생산과 엘리트에 의한 지배, 학력과 학벌 차별 그리고 혐오, 미친 사교육비와 등록금 및 주거비, 지방대학 붕괴와 지방 소멸은 한국 교육과 관련된 오래된 병폐다. 여기에 최근 차별과 혐오 및 폭력까지 교육현장 안팎에서 확산되고 있다. 비상계엄을 찬성하거나 윤석열 탄핵을 반대하는 이들이 보이는 일부 행태는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대학서열체제와 입시경쟁교육의 낡고 병든 교육체제를, 공공성 강화와 균형 발전 그리고 협력과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교육체제로 전환시키는 교육혁명은 시대의 최우선 과제가 되었다.
입시경쟁교육으로 인해 공교육은 엉망이 되었다. 고등학교 2학년부터 수능 시험을 보려는 학생들로 자퇴생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유명 영어학원에 들어가기 위한 7세 고시까지 유행하고 있다. 입시경쟁교육은 결국 학생을 연대와 협력을 배제하는 ‘경쟁적 인간’, 시험능력주의에 매몰되어 사람을 등급으로 분류하는 ‘서열적 인간’, 불평등을 당연시하는 ‘차별적 인간’으로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다. 이는 곧 차별과 혐오로, 민주주의 파괴로 이어져 ‘만인의 만인에 대한적’으로 만드는 살벌한 사회로 인간들을 내던지게 된다. 한국은행은 최근 대학서열체제와 입시경쟁교육이 불평등의 대물림과 지방 소멸을 가속화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입시경쟁교육이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주범이라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인구포럼에서 발표한 실증연구 보고서를 통해 입시경쟁교육으로 인한 사교육비가 저출생에 최대 20%의 영향을 미친다고 진단하고 있다. 입시경쟁이 교육을 넘어 사회를 파국으로 내몰고 있다.
역대 정권은 끊임없이 대학구조조정과 대학구조 개편을 추진했다. 하지만 상황을 개선하지 못하였다. 교육-학문과 관련된 국민의 삶도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많은 대학이 사라질 위기이고 교직원과 학생과 지역 주민의 피해는 불을 보듯 뻔한데도 불구하고, 정작 책임을 져야 할 비리-부패-무능으로 얼룩진 일부 사학재단의 배만 불려주는 악법은 시행되기 직전이다. 대학 등록금 폭등마저 다시 시작되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좌절과 통탄을 넘어 극렬한 저항이, 낡고 병든 체제를 쓸어버리는 폭풍을 만드는 모든 이의 날갯짓이 절실한 시대이다.
대학서열체제와 입시경쟁교육을 해소하고 협력과 발달의 교육, 균형 발전하는 대학체제를 수립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이자 광장의 요구이다. 탄핵 너머 우리가 만들어야 할 세상의 한 모습이다. 거점 국립대 총장들은 지방 국립대의 발전을 위해 대학서열체제 해소를, 지방사립대학은 고등교육 재정 지원을 통한 지방 대학의 균형 발전을 요구하고 있다. 대학수능시험을 대입자격고사로 전환해야 한다는 대학 총장들의 압도적인 의사도 이미 몇 년 전에 확인되었다. 초·중등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도 내신과 수능시험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대입제도 개편을 요구했다.
지역 거점대학을 연구중심대학으로 전환하고, 국공립대와 희망 사립대학들로 지역연합대학체제를 구축하여 공동선발하고 공동학위를 부여하는 대학통합네트워크는 대학의 공공성을 확대하고, 대학서열체제를 해체할 사실상 유일한 교육체제전환 방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고등교육 재정을 OECD 국가의 1인당 고등 교육비 수준으로 하여 안정적으로 확보하여야 한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이 필요하다. 안정적 고등교육재정 확대가 있어야 교육-학문의 내실화와 대학체제의 올바른 개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시 광장이다. 우리는 비상계엄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리에서 한겨울을 다 보냈다. 이제 새 봄을 맞이한 광장의 혁명은 과거처럼 대통령 탄핵에 머무르지 않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교육체제의 전환, 교육혁명을 향하여 거침없이 전진해 나갈 것이다. 대학서열체제 철폐-입시경쟁교육 해소-대학 균형 발전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교육대전환의 시대를 함께 열어갈 것을 결의하며 우리는 교육혁명 시대가 도래하였음을 엄숙히 선포한다.
2025년 3월 15일
대학서열 철폐-입시경쟁교육 해소-대학 균형 발전 선포대회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