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어귀에서 미군 수송 차량대를 만난다.
앞장서 오는 지프차에서 비켜서라고 손짓을 한다.
이 길에서는 원님행차다.
운전수는 투덜거리면서 자기 차를 한쪽으로 비켜 세운다.
<폭발물 위험>이라고 붉은 글씨로 쓰고 자랑스럽게
해골의 탈바가지까지 그려 넣은 판대기를 저마다 붙인 트럭들이 잇달아 지나간다.
모두 가리개 천을 덮었다.
반들반들하게 손질이 잘된 차체에 운전대에는 멀끔한 병사가 둘씩 타고 있다.
반들반들하게 손질이 잘된 차체에 운전대에는 멀끔한 병사가 둘씩 타고 있다.
군모가 아니고 운동모자를 쓴 친구도 있다.
검둥이도 있다.
검둥이 병사가 이쪽을 보면서 주먹을 불끈 쥐고 실없이 울러댄다.
그리고 흰 이빨을 씨익 드러낸다.
신체검사를 받고 오는 길이라는 청년들이 목을 움츠리며 킥 웃는다.
차량들은 노란 헤드라이트를 켜고 있다.
같은 모양의 같은 가리개에, 같은<폭발물 위험>에, 같은 노란 헤드라이트에,
같은 빠르기로, 같은 병사들을 태우고 차량들은 한없이 지나간다.
언제 끝날 성싶지 않다.
길의 아득한 저쪽, 건널목이 보이는 산모퉁이에서
차들은 꾸역꾸역 자꾸 밀려나오고 그것은 이곳까지 빽빽이 이어져 있다.
차량들의 전진은 무한궤도의 되풀이처럼 그저 자꾸 제 마디가 또 돌아오고 하는
착각을 일으킬 뿐 축이 나는 것 같지 않다.
행차를 비켜선 버스의 뒤에는 어느새 줄줄이 차가 밀려 섰다.
이 대열은 모양이 갖가지다.
민간차량․군용차량․트럭․지프․스리쿼터 등등이다.
그러나 표정만은 한결같다.
조바심들이 나서 근질근질하는 역정을 누르면서 행차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