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재미진 구경 중 하나가 장날 구경 아니겠습니까.
섬진강을 기준으로 지도를 반 접으면 순천과 진주가 맞닿습니다.
진주가 서부 경남의 중심권이라면 순천은 동부 전남의 중심지.
순천역 근처 천변에 순천 아랫장이 있는데, 호남권에서는 가장 큰 시장이라 합니다.
2,7일 장날 규모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구요.
언젠가는 가보리라 지도에 저장을 해 두었는데,
마침, 아무 일정이 없던 토요일 순천 아랫장 장날입니다.
가보자.
진주에서 순천가는 기차는 무궁화호, 매진입니다.
몇 분 후 다시 들여다보길 세 번 째, 표가 한 장 있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S-train 자리가 제법 널널합니다.
기차 안에서 식당 몇 곳을 찾아봅니다.
61번 전집과 아랫장 소문난짜장을 두고 고민하였으나,
점심을 먹지 않은 오후니, 짜장을 한 그릇하고, 전에 막걸리를 한 잔 하는 계획을 세웁니다.
주문하면서 베낭을 옆 자리에 두고, 잠시 숨 돌리는 사이 짜장면이 나옵니다.
4천원.
짜장면이 나오고서야 반찬을 가지러 일어섭니다.
원산지 표시판에는 재료가 모두 국내산입니다.
미리 삶아 놓은 면 같으나 단단한 느낌, 선호하는 면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리 나쁘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이 한 그릇이 4000원일 수 있나요?
전분 비율이 많은 짜장이지만,
양배추와 양파가 푹 익어 만들어낸 단맛과 감칠맛이 매우 맛있습니다.
깍뚝썰기한 돼지고기는 단단히 씹히면서, 고기 풍미가 너무 좋습니다.
허허 웃음이 납니다. 왜 돼지고기 이렇게 맛있지???
너무나 적당한 이 밸런스는 무엇인가?
가격이 저렴하기만 해서 사람들이 찾는 식당은 아니고,
이 식당만의 그 무언가가 있습니다.
젓가락질을 할 수록, 짜장면이 줄어들수록 재료의 맛과 다루는 솜씨에 고개가 끄덕여 집니다.
하지만 약간 아쉬운 짜장자체의 맛. 셀프로 가져올 수 있는 춘장을 조금 풀어보니 한결 좋습니다!!
반쯤 먹고 고춧가루를 풀어 먹습니다.
이 또한 좋습니다.
장 곳곳에 스피커가 있고 음악이 적절한 크기로 나옵니다.
천년을 살리오~ 몇 백년을 살다 가리오~
내 인생 고달프다 울어본다고 누가 내 맘 알리오~
한 때 젊었을 할매들 다라이다라이 판 피고 앉아 있는 모습들을 보며 그 무언가가 들어있는 짜장면을 먹으며 노래 가사가 귀에 꽂히는데, 그냥 마구 눈물이 났습니다.
허허
짜장면 한 그릇 잘 먹고,
장을 두 바퀴 돌아보고
버드나무 멋진 천변을 따라 걸어 순천역으로 와서 기차를 타고 진주로 돌아왔습니다.
전 집은 못 가고
다음 방문을 기약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