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
동물원 학이 아니라
철원평야 학을 보았다
논둑길에서 숨을 죽이고
정말로 한 쪽 다리로 서 있는
위태로우면서도 우아한 자태에
숨이 정말로 죽어 얼어버릴 것 같았다
죽어도 여한이 없을 여운으로 눈 뜬 아침
흰빛만으로 검은빛만으로
세상 모든 빛을 바람으로 품는 학 사진이
단톡방에 올라왔다
학처럼 산다는 게 무얼까
마음으로 여풍이 밀어닥치는 데
미처 끄지 못한 뉴스가 치고 들어온다
광주 ․ 장성 대설 경보 확대 도로 곳곳 빙판길
충남 서천 전통시장 대형 화재… 한때 주민 대피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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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신장자치구서 규모 7.1 지진… 3명 부상
……
고고한 학 같은 삶을 계획하는 건
비루한 사치 같다
학은 학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그래도 학을 본 이상 학 같은 삶
꿈꾸기는 해야 하는데
문득 하늘 가린 학 날개 아래로 뿜어졌던
뚜룩뚜룩 두루미 소리를 더듬어보았다
살인으로 평화를 욕 먹이는 포성이
무얼 해도 무얼 하지 않아도
일어날 것 일어나고 일어날 것 또 일어나는
우리 세상에
학 학 학
민통선 통제선 같은 가쁜 숨을 퍼붓는다
그래도 학을 본 이상 학 같은 삶
꿈꾸어 보자
뚜룩 학 뚜룩 학 뚜룩 학
무얼 해도 무얼 하지 않아도
고고하고 아름답지 않을까
한 쪽 다리로 빛나게 서 있는
학처럼!
학. 학. 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