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 인주면 냉정리에 있는 ‘봄에실농장’에 꽃피는 ‘花요일’이라는 스테이가 만들어졌다.
'봄에실 농장'은 오래전부터 번질나게 찾아다녔지만,
아산 ‘'백암길사람사진관’에 머물다보니, 한동안 발길이 뜸해졌다.
더구나 겨울 내내 서울에서 지내면서 아산은 잊어버린 듯 무심히 살았다.
‘봄에실농장’에 스테이 ‘화요일’을 만들었다는 소식에 ‘뮤아트’ 김상현씨를 비롯하여
기타리스트 김병수씨와 정영신 동지, 풍자 가족 등 다섯 명이 봄 소풍을 간 것이다.
농장에 가기 전에 백암 길부터 잠시 들렸는데, 국화가 만발했던 솥에는 바싹 말라버린 국화더미가 맞이했고,
늦가을에 심은 시금치는 이제 사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탁자에 쌓인 뽀얀 흙먼지가 무심함을 탓하는 것 같았는데,
방명록에는 김순규씨를 비롯한 다녀가신 분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시간이 없어 봄에 입을 옷만 챙겨 나왔으나, 올 해는 기력이 떨어져 자주 오지 못할 것 같아 더 서운했다.
‘봄에실농장’에 가보니 많은 변화가 있었다. 기존의 한옥을 스테이로 개조하며 주변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그 많은 일을 묵묵히 치러 낸 김창복씨와 이현이의 고생이 눈에 선하더라.
한옥을 재단장하여 손님 맞을 숙소로 만들었고, 정원에서 바비큐 파티를 즐길 수 있는
화덕과 야외무대까지 만들어 놓았는데,. 살림 꾸려나가느라 쩔쩔매는 선우 생각에 마음이 쓰렸다.
꽃피는 ‘花曜日’이라는 이름처럼 이곳은 철마다 갖가지 꽃들로 꽃 대궐을 이룬다.
비가 오면 맹꽁이가 “맹꽁맹꽁” 노래 하고, 여름밤엔 반딧불이 산채를 수놓는다.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들과 진달래, 개나리 등의 꽃 봉우리에 마음 설레고 있으니,
김병수씨가 먼저 왔고, 이어 김상현씨와 풍자가족도 도착했다.
오자마자 악기를 꺼내 연주부터 시작했는데, 자연 속에서 듣는 음악은 봄을 더 실감나게 만든다.
‘봄날은 간다’에서부터 ‘하얀 목련’에 이르기까지 아련한 추억을 불러들였고,
김병수씨의 감미로운 음률이 봄 밤을 흠뻑적셨다. 울어대던 풀벌레마저 기가 죽어 잠잠하더라.
상현씨의 슬픔이 우러나는 진한 음색은 새로운 개성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었다.
노래는 기교보다 마음의 울림이라는 것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목 수술한 후 높은 음에 무리가 따랐으나, 얼마나 노래에 열정을 쏟았는지, 그 경지를 뛰어 넘은 것이다.
세상 떠날 때도 된데다, 세상 돌아가는 꼴에 슬픔을 주체할 수 없었는데,
상현씨 노래를 들으니 불에 기름을 부은 듯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다.
병수씨의 간드러진 기타 줄 떨림까지 부채질했다.
그런 분위기에 어찌 술 생각이 나지 않겠는가? ‘
대마불사주’에다 곰삭은 김치와 삼겹살의 조화도 일품이었지만,
이현이가 끓여 온 얼큰한 국수 또한 별미였다.
김병수씨의 연주 솜씨는 들을 때마다 혀를 내두른다.
어떻게 저런 야릇한 소리를 만들어 내는지, 그 애드립의 줄 떨림이 가슴을 후벼 팠다.
그 순간에 눈을 감는다면 이보다 행복한 죽음은 없을 것 같았다.
새벽을 알리는 닭이 울었지만, 차마 막을 내릴 수 없어 두 시간이나 더 지체했다.
잘 먹고 잘 놀았지만, 자고 일어나니 온몸이 후들거렸다.
노는 것이 힘들다면, 그만 놀란 말이 아니던가?
누워 죽는 것 보다 서서 죽고 싶다.
상현씨가 부른 ‘하얀 목련’ 노래 가사처럼 “아픈 가슴 빈자리에 하얀 목련이 진다”
사진, 글 / 조문호
-스테이 '花요일'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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