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통신 129/200410]처음 알게 된 철물점鐵物店
그제도 인근 면소재지에 있는 ‘철물점鐵物店’을 찾았다. 농촌에서 살다보니 찾지 않을 방도가 없다. 그제는 낫이나 칼을 가는 숫돌을 사러 간 것이다. 숫돌은 3000원, 숫돌을 고정시키는 쇠틀은 4000원. 예전엔 아버지가 확독 옆에 박힌 숫돌에 낫과 칼을 갈아주었는데, 이제는 모든 것을 내가 해야 한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한다’고 넓적한 돌에다 낫을 몇 번 문질러 써보기도 했는데, 도무지 불편하다. 시골에서는 바가지 하나, 철사 한 토막이라도 소용되지 않는 게 없다. 하다못해 나사못 하나라도 없으면 사야 한다. 그래서 무엇이든 버릴 수가 없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런 철물점을 낙향하기 전까지는, 아파트에 살면서 솔직히 무엇을 파는 가게인지 알지 못했다. 또한 알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가장家長이라해도 전구조차 갈아끼울 줄 모르고, 벽에 못 하나 박지 못하는 ‘손방’인지라, 그 모든 것이 아내의 몫이었다. 한심지경. 생각해보니, 참말로 미안한 일이었다. 그런 철물점을 요즘은 시도때도 없이 들락거린다. 아니, 어쩌면 철물점이 없다면 시골생활을 영위할 수 없을 정도이다. 지난해 7월부터 고향집을 고친다며 찾은 게 족히 100번은 넘었을 터이고, 풀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했다.
철물점은 ‘만물상萬物相 그 자체’였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하고, 한없이 유용한 온갖 실용적인 제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막말로 ‘처녀불알’만 빼고는 다 있는 것같다. 무척 신기했다. 구멍가게부터 제법 큰 전주의 도매점에도 가봤다. 도구道具로 된 생활필수품은 거의 다 있다고 보면 될 듯했다. ‘사람 사는 데는 이런 것도 있어야 하는구나’를 여러 번 느꼈다. 이제껏 철물점이 없다면 얼마나 불편했을까, 아니 불편할 정도가 아니라 살 수 없었을 것이다. 특허나 실용실안의 차이도 알게 되고, 그런 제품을 만드는 분들이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역시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더니, 그 말이 맞았다.
이제는 ‘혹시 이것도 있을까?’ 싶어 십리길을 달려가기 전에 전화로 묻기도 한다. 마침 철물점을 아버지와 함께 운영하는 30대 중반의 친구가 친구의 사위였다. “박서방, 이런 것 있어?” “도대체 왜 이렇게 살 것이 많은 거야?” “안파는게 없네. 귀지개도 파시나?” “뭐, 예초기刈草機가 40만원이 넘어?” “엔진톱도 사야는데 어쩌면 좋아” “보일러가 전원을 껐는데도 소리가 나고 물이 떨어지네. 한번 와봐” “참내, 철물점 이용하지 않은 세상에 살고 싶다” 이런저런 푸념을 늘어놓을 때마다, 이 건실한 친구는 빙긋이 웃을 뿐이다. 나는 이런 친구가 삶을 ‘제대로 산다’고 생각한다. 쓸모있는 물건들을 팔아 조금의 이문을 남기겠지만, 궂은 일들을 대신 해주며 남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언젠가 썼던 ‘블루칼라, 두 명의 젊은이’의 한 주인공이다. http://cafe.daum.net/jrsix/h8dk/416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는 ‘쥐박이’를 비롯한 발에 걸릴 정도로 지천인 정상배政商輩들보다 몇 배 더 ‘훌륭하다’고 생각지 않는가?
철물점과 철물점 젊은 주인을 예찬하자고 쓰는 생활글은 아니지만, 칭찬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어제는 ‘쇠 지게’는 싫다며 ‘나무 지게’를 어떻게든 구해달라고 떼를 썼다. 산의 밭에 퇴비라도 한 포 뿌리려면 지게가 있어야 할 것같았기 때문이다. 왕년에 아버지가 직접 만든, 반질반질한 나무지게를 버린 게 ‘큰 실수’임을 이제야 알았다. 무엇인가를 까불려면 체(챙이)도 있어야 한다. 고사리를 삶아 건지려니 뜰채도 없었다. 어르신들의 손길로 닳아진 물건들을 함부로 버리는 게 아님을 이제야 처음 알았다. ‘암것도 모르면서 부나비처럼 농사짓겠다’는 막동이아들을 바라보는 구순의 아버지 심정은 어떨까? 오직 “끌끌끌” 혀만 차고 계실 듯하여 민망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누군들 처음부터 잘 했을 것인가? 못하면 못하는대로, 조금씩 조금씩 몸에 익혀가며, 도道닦는 마음으로, 벌罰서는 심정으로 농촌생활 슬기롭게 적응해볼 생각이다.
첫댓글 말이 그렇지 농사 일이라는 것이.... 나는 사실 우천이 안내려갈지 알았다.
그런데 이제 우공이산의 느낌이 전해진다!
시골 사람이 철물점을 들랑거리는 건 좋은것이제?
쉽게 상상이 간다.
손재주 없는 사람 일하는 것을 보면 속이 폭폭할것잉게...
우천 글을 읽으면 왜 내가직접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
쿠팡이나 옥션같은 온라인업체에서 구매해라 다 있다
농기구도 지역의 특성에 맞게 제작된게 있어
대장간에 가면 직접 만들어주지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