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뉴-원소 이야기] 차갑고 신비로운 푸른 빛, 코발트(Co)
밝고 차갑고도 푸르른 새로운 느낌을 표현할 수 있게 한 '코발트 블루' 색감은 현대 예술가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색 중에 하나이며 이 훌륭한 안료의 발견은 부유함과 신비로움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코발트(Cobalt)는 기호 Co, 원자 번호는 27번인 화학 원소로써 코발트는 1735년 스웨덴의 화학자 게오르크 브란트에 의해 발견됐다.
중세 독일의 작센 지역에서 은 생산을 하는 광부들이 은 광석과 비슷하게 생긴 광석을 캐고 제련했는데 은은 얻어지지 않았다. 대신 유독한 증기인 코발트와 같이 포함되어 있던 비소(As)에서 나오는 AsO3로 인해 병이 들게 되었고, 은을 숨기고 쓸모없는 해로운 돌덩어리를 남겨놓은 도깨비 짓이라고 미신처럼 믿기도 했다. 그래서 코발트라는 이름은 '악령', '도깨비'를 의미하는 독일어 'Kobold'에서 유래했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코발트는 단단하고 금속 광택과 엷은 푸른색을 띠는 은회색 금속으로 강자성이다. 철의 약 3분의 2 수준의 금속 투과성을 가지고 있다. 넓은 온도 범위에서 두 동소체의 혼합물로 존재하는 경향이 있고, 변환이 느리다고 한다.
코발트 블루 색상의 탄생
19세기 초 전통적으로 선호되었던 푸른색 안료 울트라마린(Ultramarine)은 매우 아름다웠지만 무척 비쌌고 이로 인해 예술가들은 블루 색상 표현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미켈란젤로의 미완성 작품 가운데 하나인 '그리스도의 매장'에서 오른쪽 하단에 성모 마리아를 그리려는 자리를 비워둔 것으로 추측되기도 하는데 성모 마리아의 푸른색 옷을 표현할 울트라마린 안료를 구하지 못해서라고 추정될 정도로 울트라마린 푸른 안료는 비싸고 귀한 안료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새로운 푸른색의 개발이 필요했고 프랑스 내무장관은 저명한 화학자 루이자크 테나르에게 울트라마린을 대체할 합성 안료를 의뢰했다. 이에 테나르는 코발트 염으로 만든 도자기의 푸른 글레이즈에 영감을 받아 염화 코발트와 알루미늄을 혼합하는 실험으로 매우 아름다운 푸른색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탄생한 코발트 블루 색은 인상파와 후기 인상파 회화에서 르누아르, 모네, 세잔 등 화가들에게 특히 사랑받았고 밝은 색상과 창의성이 부흥할 수 있었다고 한다.
코발트의 용도
코발트는 전기 도금 시 물체에 산화 저항성을 갖는 매력적인 표면을 제공하기 위해 사용되지만, 합금을 형성하기 위해 더 널리 사용된다.
알루미늄과 니켈, 코발트로 구성된 합금인 알니코(Alnico)는 강력한 영구 자석을 만든 데 사용되며, 코발트와 크롬, 텅스텐을 포함하는 스텔라이트 합금은 고속·고온 절삭 공구와 염료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또 제트 엔진, 가스 터빈, 자성강 및 일부 유형의 스테인리스 강용 합금에도 사용된다.
코발트의 방사성 동위원소인 코발트-60은 감마선의 중요한 공급원이고 일부 형태의 암을 치료하고 의료 추적기로 사용된다. 코발트-60의 반감기는 5.27년이고 베타 붕괴를 통해 니켈-60으로 분해된다. 이 밖에도 코발트는 식물 품종 개량, 식품 보존 등 여러 분야에서 중요하게 사용된다.
코발트 블루, 청록색, 뉴 블루, 스몰트, 코발트 옐로우, 코발트 그린 등 코발트 화합물은 수세기 동안 도자기, 유리, 타일, 에나멜을 착색해 밝고 영구적인 파란색을 생성하는 데 사용되었다.
화학 공업에서 쓰이는 각종 촉매에도 코발트가 들어 있으며, 리튬 이온 전지의 양극 재료를 만드는 데도 사용된다. 코발트는 광물 코발트, 스말타이트, 에리트라이트 등에서 발생하며, 종종 니켈·은·납·구리·철광석의 부산물에서 가장 많이 얻어지며, 간혹 운석에도 존재한다.
주요 매장지는 자이르, 모로코, 캐나다에 소재하고 있으며, 미국 지질조사국은 북중부 태평양의 해저에 속하는 하와이 제도 및 다른 미국 태평양 영토와 가까운 수심이 비교적 얕은 곳에 코발트 퇴적물이 있을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코발트의 생물학적 역할
염화물, 황산염, 아세테이트 또는 질산염의 형태로 조심스럽게 사용된 코발트는 동물의 특정 무기질 결핍 질환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토양은 적절한 동물 영양을 위해 0.13에서 0.30ppm의 코발트를 포함해야 하고, 우리 몸에서는 비타민B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인체의 영양에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생명과학 금속이온'에 따르면 모든 동물의 신진대사에 필수적인 코발트는 코발라민코발라민(cobalamin)의 핵심 성분으로 비타민 B12로도 알려져 있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 식물, 균류는 비타민 B12를 생산하지 못한다. 유럽 생화학저널에 따르면 반추동물의 위 속의 박테리아는 코발트 염을 비타민 B12로 변환하며, 이 화합물은 박테리아나 고세균에서만 생성될 수 있다. 따라서 토양에 코발트가 최소한만 존재하더라도 방목 동물의 건강 상태가 현저하게 개선되며, 비타민 B12의 다른 공급원이 없기 때문에 하루 0.20mg/kg의 섭취가 권장된다.
코발트는 생명에 필수적이나 많은 양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다만, 울만의 산업화학백과사전에 따르면 매우 드물지만 코발트 결핍은 때론 치명적이며 악성 빈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오히려 과잉일 경우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은 작업장의 허용 피폭 한계(PEL)를 0.1mg/m3의 시간 가중 평균(TWA)으로 지정했고, 국립산업안전보건원(NIOSH)은 권장 노출 한계(REL)를 0.05mg/m3, 시간 가중 평균으로 설정했다.
뉴욕 과학 아카데미에 게시된 문헌에 따르면 만성 코발트 섭취는 치사량 보다 훨씬 적은 용량으로도 심각한 건강 문제를 야기했다. 1965년 캐나다에서 맥주 거품을 안정시키기 위해 코발트 화합물(황산 코발트)을 첨가했는데 이 맥주를 즐겨 마신 사람들이 알코올성 심근병증이 생겼다고 한다.
국제암연구소(IARC)에 따르면 텅스텐 카바이드를 함유한 코발트 금속은 사람에 발암 가능성(그룹 2A)이 있다고 한다. 20세기 초 뉴질랜드 북선 화산 고원에서 농업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소들이 '부시병(bush sickness)'이라고 불리는 병을 앓았다. 조사 결과 이 화산 토양에는 소의 먹이사슬에 필수적인 코발트 염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