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 [憎惡] 의 마음
김광한
40여년전의 일입니다.함께 문학을 하던 친구가 당시 야당의 당수에게 신임을 얻었는지 제가 살던 지역구에 그 당의 공천을 받고 국회의원으로 출마를 했습니다.그 친구는 소위 민주화 운동으로 몇년동안 영어(囹圄)생활을 하기도 했고 그로 인해 가족들에게 많은 고통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그는 시인이자 소설가였습니다.이런 그를 친구로 둔 것이 여간 자랑스럽지 않았지요.
그래서 저는 그가 유세하는 현장에서 자원봉사를 하기도 했는데 주로 팜프렛을 돌리거나 그가 목청을 높이면 박수를 유도하는 역할을 했지요.그런데 어느날 집권당의 후보가 자신이 쓴 책들을 유권자들에게 나눠줬는데 이것을 받아든 우리 측의 40대 여자 운동원이 이를 악물고 "흐미 이 싸가지 없는 새끼가!이걸.."하면서 손에 들고 있던 그 책을 박박 찢어버리는 것도 모자라 발로 질겅질겅 밟아 대는 것이었습니다. 그 여자의 단추구멍만한 눈에 독기가 퍼져 나왔는데 정말 증오로 가득찬 모습 그대로였습니다.그 여자와 상대 후보자와는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는 사이인데도 무엇 때문에 그리 불같은 노기를 품었는지 이해가 안갔습니다.그후부터 저는 그 친구와 만나지 않았습니다.
상대를 증오한다는 것은 상대가 자신을 무시했다든가, 불이익을 줬다든가 할 때 미움이 집약되어서 나오는 현상인데 때로는 살인도 하게 되지요.증오로 가득찬 얼굴에는 미소가 없고 용서의 마음이 발붙일 틈이 없습니다.그래서 얼굴은 일그러지고 내장은 오그라 들어서 암과 같은 병이 들어와 자리를 잡게 되지요.6.25동란 때 저는 일곱살이었습니다.서울에서 외가가 있는 경기도 서정리 뱅애월이란 촌으로 피란을 갔는데 거기 벌써 공산괴뢰들이 점령을 해서 마을의 머슴꾼들이 인민위원회의 붉은 완장을 차고 마을 사람들을 도살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주인에게 받은 하시와 멸시를 공산주의 세상이 왔다고 믿고 주인을 비롯한 연관된 모든 사람들을 가차없이 곡괭이 삽 등으로 내리쳐 죽였습니다. 또 그 주인집의 어린 아들 딸들을 역시 무자비하게 살육했습니다.자기를 무시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자 이들은 마을사람들에 의해 또 다시 살육당하는 비극을 맞게 되었고 일부는 빨치산이 되어서 산속으로 숨어 들어갔습니다.지금의 좌익 사람들의 대부분 은 자신들의 조상이 지배자에게 멸시를 당했다는 유전적 결함을 안고 대명 천지에 김정일 만세를 부르는 등 대놓고 빨갱이 짓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그들은 나라야 어디갔건 자신들의 복수를 위해 광분하고 있는 것입니다.
1794년 혁명이란 이름아래 불란서에서는 대 참극이 벌어졌습니다.지롱드당의 당수 당통을 단두대로 처형한 자코빙당의 로베스피에르는 루이 16세와 그의 부인 앙트와네트를 역시 단두대에서 목잘라 죽였습니다.한번 피맛을 본 로베스피에르 일당은 며칠 동안 수백명의 정적을 단두대로 보냈지요. 불란서 국민들은 왕정을 싫어햇지만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 역시 원하지 않았지요.결국 로베스피에르는 반대당과 여기 동조하는 국민들이 잡아서 단두대로 보내 역시 목을 잘랐지요.
혁명은 간데 없고 파리 교수형장에는 죄없는 사람들의 목이 굴러다녔습니다.평화 대신 증오가 휩쓸고 간 정치판에는 공포만이 남아있었습니다.게르만 민족의 우월성을 강조했던 아돌프 히틀러의 유태인 말살 사건, 홀로코스트라고 하지요. 수백만명의 죄없는 유태인이 생체로 독가스실이나 화장터로 끌려가 참살을 당했습니다.캄보디아의 크메르 루즈란 이름의 폴포트란 악마 역시 미국을 증오해서 미국과 연관된 죄없는 국민을 2백만명 이상을 죽였습니다.조상이 전라도에 배경을 둔 김일성이란 놈 역시 공평한 세상을 만든다는 생각에 전쟁을 일으켜서 수백만명을 죽이고 그놈의 손주까지 세습하는 독재체제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지요.
일본군들의 난찡(남경)대학살, 만주족인 청나라 군인들의 양주(陽州)성에서의 한족 무차별 학살, 코소보에서의 인종청소 등등 모두가 선민의식과 상대에 대한 한없는 증오가 인류를 파괴시킨 것입니다.한사람의 마음 안에 도사리고 있는 증오는 이처럼 엄청난 결과를 가져옵니다. 마음안에 증오를 휴대하고 다니는 사람들의 얼굴은 늘 찡그려있고 화난 표정을 풀지를 못하지요. 여자도 그건 마찬가지입니다.남을 칭찬하지 못하고 이웃을 이유없이 미워하고 자신보다 잘났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을 증오하는 여자는 그 자신이 불행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지요.이런 여자들의 얼굴은 이쁘게 태어난 얼굴이 얼마 못가서 마귀할멈처럼 변하게 됩니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는 증오의 마음을 갖고 살다가 죽은 사람들이 그리워하던 시간을 소유하고 있습니다.또한 사랑과 정의로움, 자비의 일생을 살고간 사람들 역시 오늘의 시간을 그리워했을 것입니다.우리는 세상에 현재까지 존재하고 별탈 없이 살고있는 것에 대한 감사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자비,그리고 마음안의 병의 원인이 되는 증오를 씻어가면서 죽은 자들이 부러워하는 오늘을 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