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소설/기성회비 15회

[BLUEBOAT/불루보트]

15

머하노 식당

 왼손을 오른팔 겨드랑이까지 당겼을 때다.

 “니 거서 머하는 짓이고?”

 어느새 나타났는지 덩치가 박성기회장보다 30%는 더 큰 아주 고약하게 생긴 다른 경매사가 박성기회장의 뒤에서 말했다.

 깜짝 놀라 뒤돌아보자 험상한 인상의 다른 경매사가 서 있었다. 아차 싶었다.

 경매사가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니 오데보고 욕했노?”

 사태가 급박하게 됐다 고 직감한 박성기회장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겨드랑이를 북북 긁으며 괴로운 듯 말했다.

 “욕이라뇨? 전 욕 못합니다.”

 “그럼 머꼬?”

 “제가 옴진드기로 전염되는 지독한 피부병이 좀 있거든요.”

 “머어? 오옴?”

 “네. 좀 심합니다.”

 “겨드랑이에도 옴 있나? 내 살면서 겨드랑이 옴 있다는 말 처음 들어본다.”

 “보여드릴까요?”

 박성기회장은 짐짓 더 세차게 겨드랑이를 긁으며 경매사에게 한발 다가섰다. 경매사가 기겁을 하고 뒤로 물러서며 손을 내 저었다. 겨드랑이를 긁는 모습이 꼭 욕하는 것 같았다.

 “하이고 저리가라. 얼른 안가나?”

 자칫했으면 모욕죄로 끌려 들어가 실컷 두들겨 맞거나 경찰에 넘겨질 뻔한 위기를 넘기고 쫓겨나듯 경매사들의 사무실에서 물러났지만, 경매사에게 푸대접 받은 것이 너무 억울하고 괘씸해서 숨을 몰아쉬며 쌕쌕거렸다.

 혼비백산한 경매사가 혀끝을 차며 사무실 안으로 후딱 뛰어 들어갔다.

 허지만, 그로부터 이틀 만에 박성기회장은 경매사용어는 물론 중매인의 손동작까지 완전 마스터했다. 기적 같은 일이었다.

 2일전새벽 울진수산물경매장.

 경매사의 매몰찬 대접을 받고 돌아선 박성기회장의 속은 부글부글 끓었다. 아침은 물론 점심도 굶은 체 위판장 앞의 쉽후크배를 고정시키는 걸림쇠에 걸터앉아 고민에 빠졌다.

 한 끼만 굶어도 살이 덜덜 떨리는 박성기회장의 고민이 얼마나 깊었으면 두 끼나 걸렀을까? 아무튼 그는 그렇게 줄 곳 쉽후크에 앉아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차라리 농산물을 할까?”

 “아니야, 농산물도 경매는 마찬가질 거야. 농산물경매사들이라고 달라? 그 놈이 그놈이겠지.”

 “차라리 집으로 돌아갈까? 내가 왜 이래? 미쳤나? 원대한 포부를 안고 집나온 지 열흘도 안 돼 이렇게 나약해지면 앞으로 뭘 해?”

 “내 이름이 뭐냐? 박성기 아니냐? 성공할 성城, 기둥 기基. 다.”

 박성기회장은 자신의 이름 朴成基를 다르게 해석하던 담임선생님을 생각했다. 기둥을 쌓아 성을 만들 큰놈이라고 항상 담임선생님이 농담처럼 말했던 朴城基가 머릿속에 인이 되어 박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세상에서 자신을 인정해 주고 믿어 준 사람은 어머니와 담임선생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어머니와 담임선생님을 실망시키지 말자! 사나이 가는 길, 한번 빼 든 칼은 무엇이든 내리쳐야 한다. 그래 나는 전사다! 네버리나운스 네버폴, 아이캔두never renounce never fall, I can do.라고 외쳤다. 담임선생님이 항상 박성기회장에게 귀가 따갑도록 외치던 말이었다.

 몇 시간 만에 쉽후크에서 벌떡 일어섰다.

 깊은 상념에서 깨어났을 때는 모든 거래가 끝나고 도매인과 소매인 그리고 고객들은 떠나고 없었다. 위판장은 을씨년스럽게 음산했고 울진항은 벌써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배가 고팠다.

 배고프다고 생각하자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항만도로를 따라 식당을 찾고 있는데 길 건너 모퉁이식당 간판이 줌인zoom in되었다.

 식당 간판 이름이 희한했다.

 머하노.

 허지만 박성기회장은 식당 이름을 금방 이해했다. 밥 안 먹고 뭐하냐? 이런 뜻이라고 자신 있게 해석했다. 아침 점심, 두 끼를 연거푸 거른 자신의 처지를 두고 꼭, 식당이 말하는 것 같았다. 식당은 협소했지만 바닷가 식당치고 아주 깔끔했다.

 주인아주머니의 인상도 후덕해 보였다.

 “식당이름이 참 요상하고 기막힙니다.”

 “머하노 말이가? 우리 아재가 짔다. 그건그렇고 저녁때가 다 됐는데 입때까지 아침도 안묵고 머했노?”

 두 끼나 굶었다는 말에 주문하자마자 부랴부랴 상을 차려 나온 식당아주머니는 진짜, 진짜 친절했다. 박성기회장이 좋아하는 게장무침도 한 접시 덤으로 내왔고 오징어회도 한 접시 듬뿍 담아 왔다.

 무침게장 한 접시만 해도 밥값 넘을 것 같은 인심이었다.

 “어서 묵어라. 얼매나 배고팠노? 세상에 제일 불쌍한기 밥 굶는 기다. 앞으로는 제때제때 챙기 묵어라.”

 허겁지겁 두 숟갈질에 밥그릇 바닥 긁는 박성기회장에게 주인아주머니는 안쓰럽게 말했다. 꼭 어머니 같았다.

  “밥값이 없었던 가베? 안보던 얼굴인데 어서왔노?”

 단 세 숟갈질에 밥그릇을 비운 박성기회장에게 밥 한 공기를 더 가져다주며 식당아주머니가 혀를 찼다.

 “위판장에 취직했나? 앞으로 때 넘기지 말고 온나. 돈 나고 사람 났나? 돈 나올 때까지 그냥 와서 묵어라.”

 “고맙습니다.”

 박성기회장은 머하노식당에 3일간 하루3끼니를 해결하러 다녔다. 밖에서 동정을 살펴 가장 한가할 때만 들어가서 밥을 먹었다.

 3일째 되는 날이었다.

 “와이리 늦었노? 바뿌던가베?”

 “아닙니다.”

 점심을 먹는 박성기회장에게 식당주인아주머니가 말했다.

 “아재는 몇 호에서 일하노?”

 “저 아저씨 아닌데요?”

 “붕알만 차면 남자는 다 아재지. 붕알 안차면 아지매고.”

 박성기회장의 얼굴이 빨개졌다. 붕알이란 사투리를 알아들었기 때문이다. 식당주인아주머니가 또 민망한 말을 했다.

 “얼굴 뺄개지는거봉께 아직 껍질도 안깐 풋총각이네? 맞재?”

 “네.”

 “그때가 좋을 때다. 아무데나 흔들고 다니도 머라카는 사람도 없고”

 식당아주머니의 말에 코가 닿을 듯 밥그릇에 고개를 처박았다. 어머니 같은 아주머니라도 여잔데 부끄럽다. 너무 부끄럽다. 그 모양을 보고 식당아주머니가 웃었다.

 “내가 농했대이. 아재 덩어리가 커서 해본말이다. 몇호라캤재?”

 “위판장에 취직한 거 아닙니다.”

 “그라몬 요게 머할라꼬 왔노? 요새 공사도 없는데.”

 “좀, 볼일이 있어서요.”

 “뭥고? 볼일이?”

 박성기회장은 식당아주머니를 빤히 쳐다봤다.

 혹시 식당아주머니에게 경매사의 은어隱語에 대한 답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는 경매사 없죠?”

 “머 할낀데? 경매사 할라고?”

 “아닙니다.”

 “그라몬 머꼬? 이유를 알아야 박든지 빼든지 하재.”

 박성기회장은 사실대로 말했다.

 식당아주머니가 배를 째고 웃었다.

 “맞다. 요게 경매사들 성질 더럽다. 마침 저어게 우리 아재 오네. 우리 아재한테 부탁해바라. 우리아재도 옛날에 중매인했다.”

 식당아주머니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식당아주머니의 남편이 들어섰다. 박성기회장은 식당아주머니의 남편으로부터 경매사들의 은어와 손놀림을 그때부터 전수받기 시작했다. 책만 보면 하품부터 했던 박성기회장의 경매사 은어배우기는 개구리 때려잡는 것보다 더 재미있었다. 배운다는 것이 이렇게 재미있다는 것은 머리털 나고 처음이었다. 식당남편이 가르치는 한 동작 한 동작을 집착해서 배웠다. 아니 집념이었다. 3일 만에 웬만한 경매사 뺨치게 경매사들의 은어와 중매인의 능란한 손동작을 마스터했다.

 박성기회장이 식당남편으로부터 전수받기 시작할 때.

 “경매사 글마들 씨부리는기 말 아이다. 손님 끌라고 아무렇게나 씨부리는기다. 그래야 경매가 재밌거든.”

 경매사들의 은어가 헛말이란 식당남편의 말에 박성기회장은 허탈했지만 가격을 흥정하는 중매인 손놀림의 숫자암시엔 탄복했다.

 그가 배운다는 것에 열의를 가지고 대든 것은 그의 인생에서 이것이 처음이었다.

 그날 밤이었다

[푸른바다]

드디어 경매사 은어와 손놀림이 무었인가를 알수있는 박성기 신기하기만 하게씀니다.

[BLUEBOAT/불루보트]

푸른바다님
밤 늦어 오셨군요
아마 푸른바다님도 바다 이야기가 낯설지 않을 거 같습니다
좋은밤 행복한 주일되십시오

[젠틀맨]

며칠동한을 어판장을 맴돌다가 결국 소원을 이루는 경마기술
뭐하노식당 아주머니 인간미에 바늘귀 만한 희망이 보이는 듯 랍니다.
밤이 깊어갑니다. 오늘도 수고 하셨슴니다. 고운밤 되세요..

[BLUEBOAT/불루보트]

ㅎ
아직 안주무셨군요
이제 글 올리고 막 돌아서다 다시 왔네요
젠틀맨님의 후원에 글 더 재미나게 쓰려고 노력 중입니다
주일도 날씨가 장난 아니랍니다 허지만 멋진 주일보내세요

[김일수]

경매사 손놀림 배움에 제미를 느낄정도면 공부보다는
자기소질을 잘찾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식당아주머니 따뜻하게 대해주는 인정미가 이추운 겨울에 마음부터가 녹아드는듯
잘풀릴것같슴니다.

[BLUEBOAT/불루보트]

김일수님도 아직 안주무셨군요
주말 밤을, 아니 주일 새벽을 뜬 눈으로 샐건가요?
저야 직업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거지만...ㅋㅋㅋ
주일도 날씨가 차다네요 허지만 신나게 겨울 추위 즐기세요

[느티나무]

박회장 이제 마음좋은 머하노식당 아줌마 만나 조금 낳아젔다고 생각됩니다.
하루 빨리 정착할수 있었으면 좋겠슴니다.원했던 중매인 기술도 조금 배웠으니까요...

[BLUEBOAT/불루보트]

머하노 식당같은 사람들만 있다면 살기 좋은 세상일 텐데...
느티나무님의 예상처럼 박성기회장은 머하노 식당의 인연을 잘 이어가겠죠
고운 주일되십시오

[무한도전]

잘 읽었습니다 새로운 연재 기대 ~기대~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목촌토성]

감상 잘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