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인 중에 유난히 커피를 즐기는 이가 있습니다.
수년째 직접 커피콩을 갈아 커피를 내려 마시고, 외출할 때도 원두 스틱 커피를 소지합니다.
효율을 따지면 원두 스틱 커피를 마시는 게 좋다고 하면서도
커피를 내리며 향을 느끼는 과정을 수중히 여기는 게지요.
시간 낭비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효율'이란 단어를 자주 사용합니다.
그들은 달리면서 팟캐스트를 듣고, 일을 하면서 책상에서 샌드위치를 먹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라 믿습니다.
‘효과’가 실제 목표에 가까워지도록 일하는 것이라면
‘효율’은 일을 가장 경제적인 방식으로 하는 방법이지요.
하지만 ‘효율’적인 게 정말 ‘효과’적인지에 대해선 고민해봐야 하겠습니다.
효율과 효과의 차이는 깨어 있는 시간뿐만 아니라 수면 시간에서도 드러납니다.
‘하버드 불면증 수업’의 저자 ‘그렉 제이콥스’는
사람들은 불면증의 기준을 수면 시간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더 중요한 건 수면 효율이라고 말합니다.
가령 침대에서 8시간을 보내고 실제 잠을 잔 시간이 6시간뿐이라면
수면 효율이 75퍼센트란 얘기입니다.
4당 5락이 대학 입시의 효율적 전략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건
충분히 잠을 자고 공부 밀도를 높이는 게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거든요.
효율성을 강조하는 무한 바쁨의 시대에는 멀티태스킹이 대세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집중력은 매우 제한적이라 작업 전환을 할 때마다
이전 작업 정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려면 15분 정도 소요된다고 합니다.
우리가 멀티태스킹을 효율적으로 느끼는 건 효과와 상관없는 기분 탓이란 뜻입니다.
게다가 나이가 들면 전전두엽 피질의 효용성이 떨어져
멀티태스킹 같은 특정 기능을 수행하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현역일 때, 30분 단위로 스케줄을 조율할 정도로 무한 바쁨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기에 쓴 원고는 필연적으로 무한 퇴고를 불러왔지요.
늘그막의 글쓰기에서 효율을 생각하다보니 컴퓨터 앞에서 작업은 항상 하나만 하게 됩니다.
커피를 마신 뒤에 글쓰기로 바로 진입하는 내 루틴이 깨지면 진독사 나가질 않거든요.
효율이란 이름의 멀티태스킹은 산만함의 다른 이름일지 모릅니다.
평범한 나로서는 저쪽에서 오는 자극을 차단해야 이쪽에서 오는 자극과 정보를 온전히 느끼거든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