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비만 수백만원… 예산 부족해
‘주가 조작과의 전쟁’을 선포한 금융감독원이 예산 부족 문제로 냉가슴을 앓고 있다. 높아진 유료 리딩방 가입비 때문에 금감원 직원 신분을 속이고 리딩방에 가입해 조사하는 암행점검이 어려운 실정이다.
금감원은 최근 구성한 불공정거래 특별단속반을 연말까지 운영한다고 밝혔다. ‘라덕연 사태’를 계기로 유사투자자문업자와 미등록 투자자문업체의 불법 리딩방 운영 실태를 파악하고 즉시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단속반 업무에는 유료 리딩방에 대한 잠입 조사 방식인 암행점검도 포함됐다.
암행점검은 수사권이 없는 금감원이 리딩방 운영 실태를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조사 방법이다. 금감원은 2021년 유료 리딩방 40개를 암행점검해 23개 업체의 위법 사항을 찾아냈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암행점검은 불법 리딩방 적발을 위한 가장 확실한 수단으로 꼽힌다.
하지만 적극적인 암행점검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급격히 오른 리딩방 가입비 탓이다. 특히 고급 정보를 얻으려면 ‘VIP’로 가입할 것을 유도하는데, 가입비가 수백만원에 이른다. 금감원 관계자는 21일 “가장 좋은 방법이어도 돈이 들어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올해 암행점검 관련 예산은 1800만원으로 알려졌다. 유료 리딩방 가입비가 평균 1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18곳밖에 들여다보지 못하는 셈이다.
불법 리딩방 관련 피해 민원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8년 905건이던 민원은 2021년 3442건으로 폭증했다. 적극적인 암행점검을 위해선 선제적인 예산 확충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예산 부족 상황에서는 제보나 풍문 입수 후에도 암행점검보다 비용이 덜 드는 간접 조사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추가 예산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