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될 운명이었던 소녀 02
* 지금 이 순간 바보가 되더라도, 후일에 눈물흘리며 후회할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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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예? ”
“ 주신이 되시기 전까지 이스리엘님을 모실 신녀들입니다.”
....갑자기 들어와서는, 난데없이 무슨 강아지 풀뜯어먹는 소리야...
주신..? 신녀...? 아니, 그것보다 방금 말한 ‘이스리엘님’이라는 명칭.
나를 보고 말한 것 같은데..그리고 뭔가 익숙한.........
‘ 근데 여긴 나밖에 없는 걸? 자기들끼리 말하는 것도 아닐테구...’
그러고보니 저 여자들이 입은 옷들...내가 맨날 꿈에서 본 그 천쪼가리잖아!!
그리고....저 여러 가지 색깔의 머리. 꿈속에서 되게 신기했던 것들 중 하나다.
그럼....결론은, 여긴 꿈 속이라는 이야기!?
“ ......헐. 말도 않돼!! ”
“ 예....? ...무슨 문제라도....?”
내가 혼자 놀라서 소리치자 아까 그 신녀 어쩌구라는 여자들 중 하나가
날 이상하게(?)보며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내 귀엔 들리지 않았다.
‘ ...하지만, 꿈과는 느낌이 달라. 지금 내 의지대로 아주 자연스럽게 몸이 움직여지는 걸? ’
그녀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가느다란 흰 손을 들어올리며 말하는 서린.
분명 이건 자신, 은서린의 몸은 아니다. 이렇게 가늘고...새하얗고, 매끄러운 피부는.
제길- 뭐야.., 이 상황은!
서린의 미간이 점점 좁혀져가고 있을 때, 문이 다시금 열리며 남자와 여자하나가 들어왔다.
그들을 보며 고개를 조아리는 신녀들. 높은 지위인가보지? 남자는 녹색머리를,
여자는 긴 붉은 머리칼을 가지고 있었는데 굉장히 화려한 옷과, 뛰어난 미모(?)를 가졌다.
와아........내가 그들을 멍-해서 바라보고 있는데 날 향해 가까이 다가오는 그들.
“ 깨어났군, 흠....소문이 사실이긴 하네 ”
“ 어머- 정말 아름답잖아? 특히나 저 크리스털을 박은 듯한 저 눈동자! ”
“.......크리스탈...이요? ”
저거..나보고 하는 소리야? 저렇게 이쁜 사람들이....나보고 아름답다니!
눈이 삔거 아.....맞다, 이거 내 몸 아니지?!
대체 어떻게 생겼을까...크리스탈을 박은 듯한 눈동자? ....크리스탈은 투명하지 않았던가...?
지금 내 눈동자가, 크리스탈을 박은 것 같다고? ...하, 말도 않돼!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붉은 머리의 여자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물어왔다.
" ....아직 본인 얼굴을 못봤나보지? "
" 아, 네....."
" 그래~? 흠. 그러고보니 이 방엔 거울이 없네? 호호- 그럼.... 글래스 이미지[glass image] "
파앗-
" 꺄악 - "
여자가 뭐라고 중얼거리자 갑자기 내 앞에 조그마한 흰빛이 생기더니 곧 테두리가
은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손거울이 나타났다. 아....나 왜 소리지른거지, 쪽팔려...
" 후후- 놀랄 것 없어. 자, 봐봐. "
" .......가, 감사해요. "
긴장되는 마음을 가지고 허공에 떠있는 거울을 잡아 내 얼굴을 비춰보았다.
" ..........아- "
...작게 터져나오는 탄성.
....정말...이런 외모를.... 내가 가졌단 말이야?, 투명한 거울에 비춰지는 모습은
앞의 남,녀보다 더 아름답다고 할 수 있는, 그런 외모였다.
물결처럼 살짝 곡선을 이루며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화사한 백금발에 우윳빛보다
더 흴만큼 고운 피부에 오똑한 코, 키스하고 싶을 만큼 붉디 붉은 도톰한 입술.
하지만 무엇보다 그녀를 탄성짓게 만든 건, 바로
긴 속눈썹아래 자리한 거울처럼 모든 것을 비춰낼 것 만같은 투명한 눈동자였다.
투명하다고해서 눈동자가 없는 것 처럼 보이는게 아닌,
정말 크리스탈을 박아 넣은 것 같은 맑고 깨끗한 눈동자..... 하.......하....
.......이게....... 이게 정말 나?..... 내가 그렇게 거울만 쳐다보며 멍-하니 있자
피식 웃으며 입을 여는 초록머리칼의 남자.
" 피식 - .... 자기 외모에 반한건가? "
" 어머- 설마?..... "
그들의 짧은 대화에 정신을 차린 나. ....으윽, 내 외모에 내가 반할 수는 없지(..).
원래는 제일 먼저 물었어야했을 말을 이제야 묻는 자신을 잠시 한탄하며
그들에게 말하자 엷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해주는 여자.
“ 풋...난 8번째로 주신이 된 셀리시안이라고 해. 그리고 내 옆에 있는 남자는
나보다 먼저, 5번째로 주신이 된 데아스고. ”
“....아- ”
신,,,이었구나. 하긴 지금 이 상황에서 높은 지위의 사람은 보나마나 ‘신’이다.
조금 예상은 했지만..,역시 여기는 내가 맨날 꿈속에서 겪었던 세계의 다른 모습.
믿기 힘들지만, 딱히 정말이냐고 묻고 싶지도 않다.
뭐,상상과는 많이(?) 다른 성격 같기는 하지만.....,현실과 꿈을 종합하자면...
나..나도 신이란 소리?!
‘........아악-!!! 말도 않돼!!! ’
속으로 소리 없이 절규하는 서린, 남들이 들으면 ‘ 좋은 일 아니야? ’ 하겠지만
그녀에게는 그렇게 달갑지 많은 않은 것이었다, 바로 다음에 들려온 말 때문에.
“ 이미 예상은 하고 있겠지만, 넌 원래 신이었다. 예정대로 이곳에서 눈을 떴어야 했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 덕분에 넌 이곳의 차원과는 다른 반대쪽 차원으로 가게 되었지.
하지만 네 영혼은 원래 신체에 담길 영혼이었으므로 그곳에서의 삶이 끝나는 즉시,
이곳으로 돌아오게 되어있었다. ”
“ ........ ”
“ 그래서 지금 넌 니 ‘본래의 자리’로 온 것뿐이야. 비록 그곳에서 있었던 시간이
18년 뿐 이였긴 하지만 그 시간동안 신이 되기 위해 할 건 많았어.
대신 뭐..지금부터 해야 하긴 하지만. ”
“ 에......네? 뭐, 뭘요.”
난 원래 신이였다 이거지? 하긴...내가 생각해도 난 좀 특이했어.
죽을 때만 봐도 알수 있잖아? 보통 정신으로는 그런 짓 못하지. 암, 그렇고 말고
........등등의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던 서린은 할 게 있다는 소리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문했다.
‘ 설마....신이 될 조건으로 이상한 걸 하라는 건 아니겠지? ’
서린이 설마 하는, 불길한 마음으로 바라보던 여자의 입이 열렸다.
“ 음....뭐했었더라. 3만 년 전이라 기억도 잘 않나네. 아! 그래, 우선은 1번째 주신인
카제레스께 신력을 받은 다음, 그것을 사용하는 걸 네 스스로 익혀야해.
그리고 넌 12번째니까...선배(?) 신들이 가르쳐주고 싶은 게 있다고 하면 무조건
배워야해, 신고식이거든. 대충 검술, 마법, 정령술 등등 다양하지-
뭐, 나름대로 완벽하게 익히는데 200년이 걸리니까......그 후에 신이 되는 의식을 치르고 나서
차원계를 여는 법과 네가 관리할 일들을 맡게 되지. ”
하.....하.......뭐, 뭐라고? 100년? 100년이면...쪼글쪼글 늙은!!!!! ...아, 맞다
난 신이랬지....그래. 하지만 그말은..무려 200년 동안 공부(?), 아니...신고식을 치러야 한다는 말?
‘ 으아악-! ’
아까 여자가 3만...년 어쩌고라는 걸 보니 200년은 한 시간도 안쳐주는 것 같지만
난 21세기 한국에서 살다왔다고!! 아무리 과학이 발달했다지만 아직까지도 100년만 살아도
장수한건데.....200년 동안 그런 걸 배우고 있으라고...?
“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네? 쿡쿡, 귀찮긴 하겠지만 나중엔 이것저것 필요하거든~!
잘해봐! ”
“ 금방 끝내길 빌지. ”
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은 나가버렸다. 하....하......허탈한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그녀다.
‘ 아......않돼 -!!! 나 신 않할꺼야!!!!!!!! '
하지만 어쩌리? 후회해봤자 소용없는 것을. 그렇게 그녀는 백 몇십년 동안
선배 신들에게 (...원치 않지만) 이것 저것을 배워야했다.
여전히 귀여운 주인공..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