ㅊㅊ https://theqoo.net/1650040094
기록이 많이 부족한 우리나라 고대사지만
그중에서도 꽤 상세하게 그리고 아주 드라마틱하게 기록이 남아있음에도
아직 제대로 극화되지 않은 이야기가 몇개 있음
그중 내가 생각하는 가장 재미있는 소재는 바로 원조 재혼황후, 두명의 왕과 결혼한 우씨 왕후임
(고구려드라마중 제일 익숙할 주몽의 소서로 우씨로 뿅)
고국천왕 2년 (180년) 비의 신분이었던 연나부의 딸 우씨는 고국천왕의 왕후에 봉해짐
고국천왕의 시기는 귀족vs왕권의 대립이 심화되던 시기였고 고국천왕은 재야의 인물을 등용, (대표적 을파소) 왕권을 강화시킨 왕
(왕권을 강화하는 금와왕아니다 고국천왕이다 레드썬)
이 시기 왕후의 친척 등이 반란을 일으키기도 했다는 기록이 있으므로 권력을 둔 투쟁이 상당했을 것으로 또 왕후의 힘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할 수 있음
그러나 우씨에겐 약점이 있었는데 바로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것이었음 (이는 고국천왕의 원인일 수도 있으나 이어질 이야기를 보면 사실상 우씨에게 원인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
그러던 와중 고국천왕이 197년 후사없이 승하함 우씨의 나이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고국천왕의 왕후로 17년을 살았으니 아무리 적게잡아도 최소 30대 중반으로 추정됨
마땅한 고국천왕의 직계 후계자는 없는 상황이었고 고국천왕의 승하는 왕후 우씨만이 알고 있었음 (궁 내부를 우씨가 제대로 장악하고 있었거나 최소한 실권 없는 왕후는 아니었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음)
이때 우씨는 자신의 권력, 안위 그리고 크게보면 국가의 미래까지 걸고 커다란 도박을 하게 됨
바로 고국천왕의 첫째 동생 발기를 찾아간 것임
아무리 고대라고 하나 왕후의 신분으로 몰래 첫째 동생인 발기를 찾아간건 상당히 위험한 행동이었음
우씨는 과감하게 발기를 찾아가 왕의 승하 사실을 숨긴채 후사를 논하려 함
"현재 대왕께 후사가 없습니다. 그러니 연장자로써 마땅히 뒤를 이으시지요"
그러나 발기는 찾아온 왕후를 외면하며 쫓아냄 이미 왕에게 후사가 없으니 자기가 가장 다음 왕에 가까운건 본인도 알았을테니
또 사실 왕후가 발기에게 딱히 왕 자리를 넘겨줄 생각이 없었다고 판단하기도 함
왜냐면 대왕의 승하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았고 그 상태에서 후계를 논하는건 역모에 해당하는 행위이므로
발기 입장에선 가만히만 있으면 알아서 굴러올 왕 자리를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그것도 형제의 왕후인 우씨와 모험을 할 필요가 없었던것임
(우씨를 쫒아내는 발기의 모습이다 부여사람 아님 고구려 사람임)
"왕께서 아직 젊으시거늘 후사를 논의하는 것은 역모입니다 그러니 돌아가십시오"
이새기가....후회하게 만들어주마
매몰차게 쫒겨난 우씨는 이러한 굴욕과 망신에도 굴하지 않았음
오히려 발기의 또다른 동생 연우를 찾아감
(우씨를 환대하는 주ㅁ..ㅗㅇ..아니 연우)
그리고 연우는 우씨를 예를 갖추어 환대하며 직접 고기를 잘라와 우씨를 대접함
원래 고구려에서는 높은 신분의 사람이 보통 하인을 부려 음식을 준비하고 고기를 썰어 대접함
스스로 고기를 잘랐다는 것은 상대를 귀한 손님으로 여겼다는 반증임
이에 우씨는 연우와의 결합을 결심하여
“대왕이 돌아가셨으나 아들이 없으므로, 발기가 연장자로서 마땅히 뒤를 이어야 하겠으나, 첩에게 다른 마음이 있다고 하면서 난폭하고 거만하며 무례하여 당신을 보러 온 것입니다.”
하고 사실상 스스로 고구려 다음왕으로 연우를 선택함
발기에게 한것과 달리 이미 고국천왕이 죽었다는 사실을 밝히며 나와 함께하자는 정치적 메세지를 강하게 던진것임
연우가 우씨를 대접하며 고기를 직접 자를 때 손가락이 베여 피가 났는데
우씨는 직접 치마끈을 풀어 손가락을 메어주었다는 기록이 있음
->이 덕에 우씨와 연우간에 형수, 시동생의 관계보다 더 깊은 관계가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고 해석하기도 함 그게 정치적인 것이든 밀월적인 것이든
우씨가 매어준 피묻은 치마끈으로 둘은 사실상 운명 공동체로써 합의함
그날 밤 바로 데려다달라는 핑계로 도성까지 연우를 데려온 우씨
도성 앞에서 돌아서려는 연우를 우씨가 불러세웠고
"궐에 초상이 있어 홀로 있기 두려우니 함께 들어가 상의합시다" 하며 손을 잡았음
그렇게 둘은 달밤에 함께 손을잡고 도성에 돌아옴
다음날 우씨는 고국천왕의 사망을 발표하며 후계로 연우를 낙점함
"대왕께서는 승하하시기 전 연우에게 대왕의 위를 넘겨주라 하셨소"
누가봐도 왕후의 말 빼곤 증거가 없었으나 대부분의 세력은 이들을 지지했고 백성들도 크게 반발하지 않았음
그만큼 이미 왕후의 세력이 상당했거나 정치적인 계산을 모두 맞추어 놓았다는 말이기도 함
고구려에서 산상왕의 즉위 그리고 우씨의 왕후 책봉에 유일하게 반기를 든 세력이 있었으니
바로 눈앞에서 왕자리를 뺴앗긴 발기임
많이 빡친 발기 에휴 이후 행적 생각하면 못난놈...
발기는 군사와 자신의 세를 일으켜 수도인 국내성을 포위하고 잘못된 승계라며 산상왕과 우씨를 압박함
그리고 기존의 연우의 처자식을 죽이겠다 압박하고 실제로 연우의 식솔을 모두 사살함
그러나 산상왕과 우씨는 그에 굴하지 않았고 고구려의 주요세력과 백성들이 모두 발기에게 등을 돌리며 반란에 실패함
발기는 포기하지 않고 고구려의 적국인 후한 말 공손시 정권에 투항하여 고구려를 배반하고 고구려를 침공했는데
이때 산상왕의 명을 받은고국천왕의 막내동생 계수에게 패비함
당시 계수는 이렇게 말했음
"연우가 왕위를 양보하지 않은 것이 비록 대의는 아니나 형으로써 분한 마음을 억누르지 못하고,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고구려를 멸하려 하다니. 죽은 뒤 무슨 면목으로 조상들을 뵈려 하시오?"
이 말을 들은 발기는 결국 자살하고 고구려 왕위는 완벽하게 산상왕과 우씨의 것이 됨
또한 계수는 마지막 형제의 의리를 지켜 발기의 장례를 잘 치르고 도성으로 돌아왔는데 이를 산상왕이 된 연우가 "반란한 자에게 어찌 그러한 것이냐" 하고 꾸짖자
“왕후가 비록 선왕의 유명으로 대왕을 세웠더라도, 대왕께서 예로써 사양하지 않은 것은 일찍이 형제의 우애와 공경의 의리가 없었던 까닭입니다. 신은 대왕의 미덕을 이루어 드리기 위하여 시신을 거두어 안치해 둔 것입니다. 어찌 이것으로 대왕의 노여움을 당하게 될 것을 헤아렸겠습니까? 대왕께서 만일 어진 마음으로 악을 잊으시고, 형의 상례로써 장사지내면 누가 대왕을 의롭지 못하다고 하겠습니까? 신은 이미 말을 하였으니 비록 죽어도 살아있는 것과 같습니다. 관부에 나아가 죽기를 청합니다.”
라는 말로 왕의 노여움을 풀기도 함
우여곡절 끝에 왕이 된 우씨와 산상왕
산상왕은 자신을 선택한 정치적 파트너인 우씨에게 크게 보답함
"연나부 우씨를 형사취수제 (형제의 부인을 아내로 삼는 풍습)에 따라 왕후로 봉한다"
형사취수제의 가장 극적인 예시이기도 한 이 사건으로
우씨는 진정한 재혼왕후가 되어 고국천왕의 왕후, 그리고 산상왕의 왕후라는 두번째 왕후의 자리를 스스로 거머쥠
180년 고국천왕의 치세부터 산상왕 그리고 동천왕의 치세까지 50년 이상 고구려의 권력을 쥐락펴락했던 원조 재혼왕후 우씨는
심지어 친아들이 아닌 동천왕의 극진한 효도까지 받으면서 왕태후로써 끝까지 궁궐의 실세로 살다가 234년 사망함
(후일담까지 쓸까 하다가 너무 길기도 하고 재미없을까 싶어서 뺐어 ㅋㅋ)
간단하게 후일담 정리하자면
1. 우씨의 위세가 너무 강력해서 산상왕이 눈치보느라 다른 부인을 못들임 근데 둘 사이에 후사가 오랫동안 없었어 산상왕 문제가 아니고 우씨가 아마 아이를 못낳는 몸이었다고 추측함 그래서 눈치보다가 평민여성과 사이에 애를 딱 하나 낳았는데 그게 동천왕 우씨는 그게 맘에 안들어서 존나 괴롭혔는데 애가 양엄마라고 원망 안하고 완전 효도해서 우씨가 천수 누리고 잘살아감
2. 우씨가 죽고 자기는 첫번째 남편 고국천왕 보기 부끄럽다고 두번째 남편 산상왕 옆에 묻어달라함 그래서 그렇게 묻었더니 동천왕에게 무당이 (아마 추측상 나라의 무당인듯) 자신의 꿈에 고국천왕이 나와 자기가 산상왕과 싸웠다고 나의 아내인데 동생의 무덤 옆에 묻혔으니 너무 부끄럽다 그래서 자기의 무덤을 가려달라 부탁함 이에 동천왕이 고국천왕 무덤에 나무를 심어줌ㅋㅋㅋ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최고 권력자 여성으로 평생 권력을 쥐며 가장 높은 자리인 왕후 자리를 유지했고
두 명의 남편 모두 왕이었던에서 어마어마한 임팩트를 가진 원조 재혼왕후 고구려의 우씨왕후를 소개해봄
정말 스토리화 할 요소가 많은데도 관련 작품은 되게 적은편이라 의아하고 많이 아쉬움 ㅠㅠ
역사서에 한줄 실린 대장금으로도 드라마 만드는판에 훨씬 기록이 많고 어마어마하게 드라마틱한 실존 인물을 제대로 다룬게 왜 없을까...
최근 버프툰에서 왕후의 제국이라는 이름으로 웹툰이 연재되고 있다네 이글 쓰면서 알았음 나도 보려고 ㅋㅋ
문제시 왕후의 제국 영업 https://bufftoon.plaync.com/series/1003907 (왕후의 제국 작가 아님 사실 내가 우씨 왕후를 좋아함 근데 웹툰 생겼대서 반가워서 홍보함)
ㅊㅊ https://theqoo.net/1650040094
첫댓글 우와 대박 드라마 되면 개재밌을 듯
끝까지 편안하게 살았다니 진짜 최고의 삶이네
와 개재밌다
오 재밌다
헐!! 나 한국사 교양들을때 들었던 건데 이렇게 깊게 첨들어봐 걍 형사취수제만 들었지... 대박재밌다
와 재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