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곳 적자운영 불구 주민 요구 핑계 5곳 추가 조성나서
이용자 수·운영계획 없이 마구잡이 건설 예산만 낭비 축구장을 갖춘 대형 체육시설이 곳곳에 산재한 '체육시설 왕국' 울산시 울주군이 또다시 수백억원을 들여 체육시설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어 예산낭비는 물론, 인근 읍·면간 시설 유치 경쟁만 부추기고 있다.
특히 이용인원이나 활용도 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주민들의 요구사항이란 이유로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경쟁적으로 읍·면별로 대형 체육시설을 조성해 군민들의 혈세만 줄줄 샐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25일 울주군과 지역주민들에 따르면 인구 19만명에 불과한 울주군은 축구장을 포함한 종합운동장 규모의 스포츠시설이 6곳이나 운영중인데도 불구하고 5곳의 대규모 체육시설을 또 조성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다.
현재 울주군에는 울주군시설관리공단이 서생면 간절곶스포츠파크(천연구장 1면, 보조인조구장 2면, 풋샬구장)에 서생복지센터운동장(인조축구장 1면, 테니스장, 풋샬구장, 배드민턴장, 테니스장), 온산읍 온산운동장(인조축구장 1면, 족구장 2면, 테니스장), 범서읍 범서생활체육공원(인조축구장 1면, 인라인스케이트장 등), 두서면 화랑체육공원(인조축구장 1면, 풋샬구장, 게이트장 등) 등 5개 스포츠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또 길천산업단지 조성 인센티브로 상북면에 상북운동장이, 온양읍소도시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옹기마을 앞에 97억원이 소요된 온양운동장이 올해 준공됐다.
이처럼 체육시설 건립이 남발되면서 남울주지역(온산·온양·서생)의 경우 인구는 5만여명에 불과하지만 반경 5km 내에 종합운동장 규모의 대규모 스포츠시설이 4곳이나 산재해 있다.
여기에도 불구하고 울주군은 삼동면에 대암댐체육공원(예산 13억)을 조성하고 있는 것을 비롯, 삼동면 삼동운동장(43억), 웅촌면 웅촌운동장(22억), 청량면 청량운동장(20억) 등 4곳의 체육시설을 내년에 조성할 계획이다. 총 5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울주종합운동장도 내년 실시설계를 발주해 2011년 착공, 오는 2014년 완공할 계획이다. 울산 중구청의 한해 가용예산이 100억원을 밑도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 체육시설 건립에만 6배나 되는 금액을 쏟아붇는 것이다.
추가 체육시설 건립계획으로만 보면 인구가 2,000명도 안돼는 삼동면에 축구장을 갖춘 종합체육시설이 2곳이나 건립된다.
이에 대해 일부 주민들은 주민복지 향상과 체육진흥을 위한 체육시설 확장은 좋지만, 경쟁적으로 수십억에서 수백억의 예산이 들어가는 체육시설을 이용자수와 향후 이용계획조차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건립하는 것은 전형적인 예산 낭비라며 비난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07년 4월 울주군 서생면 진하리에 212억원을 들여 개장된 '간절곶 스포츠파크'의 이용객 수는 작년 1만9,000여명에 불과했다. 4,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체육시설에 하루 평균 이용자가 50여명 밖에 안되는 셈이다. 현재 개장한 체육시설에 찾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추가 건설될 곳도 전망이 밝지 않다.
울주군 관계자는 "소도읍육성사업 선정과 하늘공원 건립 등으로 시설 건립에 설문조사를 해보면 대다수가 체육시설을 희망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다소 적자를 감소하더라도 체육시설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환기자 h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