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도록 그리운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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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생각만 해도
시리고 아픈이름이 있습니다.
채 피우지못하고
여자의 생을 마감하신 당신.
그리움의 이름 어머니!
목죄이듯 조여들던 가난한삶.
8식구의 가장
역할에 단 한시도 쉴틈없이
힘겹게 하루하루를 지탱하셨죠.
만삭의 몸으로 파출부일을 하시며,
배고픔에 굶주리고 있을 자식들 걱정에
일하시던 집에서 먹다남긴 음식들을
사정사정해서 얻어와 우리들을 먹이시고,
정작 어머니는
밭에서 주워온 배추뿌리를 삶아
그것조차도 식구들 눈치보며 드셨습니다.
폭력을 일삼는 무지막지한 남편과,
철모르는 어린 육남매,
고령의 홀시아버지,
그누구하나 소홀함없이
육신이 찢어지는 아픔속에서도,
어지럽고 혼란한 영혼속에서도,
끝까지 가족을 지키시려는 어머니는,
결국,막내동생을 임신한
만삭의 몸으로 무너져 내렸습니다.
제가 고1때 였죠.
함박 눈이 내리던 크리스마스 이브날,
집 옆에 있는 교회에 다녔던 우리 형제들은
밤늦게까지 교회 마당에서 눈싸움을 하고
자정이 다되서야 온몸이 젖은채로 집에 들어섰는데,
혼내실줄 알았는데 반갑게 맞아주시고,
젖은 옷도 다 갈아주시며,
주무시지 않고 마루에 앉아 촛불을 켜고
구멍난 양말들과 내복들을 모아놓고,
하나.둘 기워 가셨죠.
"내일 하셔도 되는데
왜 그러실까?"
그냥 단순하게
흘려보낸 성탄절 새벽,
긴박한 신음소리에 눈을 떠보니,
"애리야,
아스피린 좀 다오.
머리가 찢어질 듯 아프구나."
저는 임신중에 약을 먹으면
안된다는 것을 들은 바가 있어,
"엄마, 약은 안돼.
조금만 기다려.
할아버지 모셔올께."
머리를 부여잡고,
온방을 뒹구셨던 어머니.
할아버지는
그런 어머니를 보자마자,
인근에 있는 병원응급실로 뛰어가셨고,
그 순간에도 어머니는
"애리야,
그럼 칼이라도 다오.
머리를 째면 괜찮을 듯 싶다."
저는 무서웠습니다.
그 말씀대로 했다간,
돌아가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 졸이고 있을때,구급차가 왔고,
기사와 할아버지가 엄마를 실으시려 하자,
엄마는
"저 괜찮아요.
이러다 나을거예요."하며
애써 태연한 척...
그 와중에도 병원비 걱정에
안 타시려고 몸부림 치시다가
점점 더 온몸에
퍼지는 고통을 참지 못해,
혀를 깨무시기에 이르렀고,
응급실로 옮겼을때
바로 수술을 했어야 됐었는데,
할아버지는 고령이시고,
아버지는 고향 친척집에
인사차 내려가셔서 안 계시고,
저는 사방으로 친척집에 이웃집에
도와달라고 찾아다녀도,그때가 성탄절이어서,
모두 없었고,
이웃들도 선뜻 수술비를 내주고
보증 서기를 꺼려하는 눈치였다.
저는 병원 의사에게
매달려 애걸복걸 눈물로
사정도 해보고 하소연도 해봤지만,
너도나도 할것없이,
너무나 없이 살던 가난한 시절,
사람보다 돈이 먼저였던 병원에서
어머니는 결국 손도 써보지 못한 채,
눈도 감지 못한 채,
한 많고 파란만장한 생의 끈을 놓으시고 말았죠.
예수님이 탄생하신 그 날,
그 성스러운 날...그 축복의 날,
어머니는 눈에 밟히는 육남매를
안아보지도,얘기한번 나누지 못하신채,
이세상 짧은 소풍을 끝내셨습니다.
유품도 없이,영정도 없이,그렇게...
영원히 잊지 못할 통한의 크리스마스.
불혹의 나이를 앞둔 제가 어머니의 모습을
많이도 닮았다고 친척들은 저를 볼때마다,
눈시울을 적시곤 합니다.
동그란 얼굴,
햇빛에 눈살을 찌푸릴 때의 모습,
말의 어투까지 모두 닮았다고들 하시는데,
닮지 않은 한가지,
자상하고 다정한
남편의 넉넉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을 생활,
그리고 사랑스러운 두 딸.
어머니께 죄송할 정도로,
행복이란걸 느끼지 못하는 행복한 삶.
어머니께서
감수하신 모든 고통속에,
저의 남겨진 고통까지 안고 가시고,
저에겐 사랑과 행복만을 남겨주셨나 봅니다.
마음 한 구석이 짠해지고,
봇물 터지듯 무너져 내립니다.
억누르지 못할 지금의 이 심정을,
어머니께 들려드리고 싶어요.
김수철의
못다핀 꽃한송이를 들으며,
지난 추억속에 상흔처럼 남아있는,
엄마가 살아계셨던 그 때 그 시절로
한없이 빠져들고 젖어들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당신은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우신 분입니다.
모두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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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MBC라디오
여성시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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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도록 그리운 이름
조선의 국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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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4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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