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대지를 방문한 건 이른 더위가 찾아온 2020년 6월이다. 북한강 변을 따라 평온한 풍경에 취하며 도착한 대지는 멀리 강변 너머로 고래산의 원경이 중첩되는 근사한 경치를 가지고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북향의 푯대봉이 보여주는 단아한 근경이었는데, 종일 남측의 태양 빛을 받아 밝고 선명한 모습이 무척 생기있게 느껴졌다. 푯대봉은 높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은 산이었고 대지와의 거리도 적절해서 안정감을 주었다.
땅과 만나고 머물며 느끼다 보면 계획의 방향이 어렴풋이 잡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주어진 문맥은 생각을 정리하기에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자연스럽게 서향의 원경과 북향의 근경을 중심에 두고 배치를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집은 대지의 동남쪽 경계에 기대어 ㄴ자 홑집 형태로 자리 잡았는데, 이는 동쪽의 도로 소음을 걸러주고 남쪽에 높이 솟은 옆 대지의 시선에 대응하여 편안한 마당을 만들어 주었다. 동쪽 도로에서 5m 남짓 물러나 자리한 건축물과 낮은 담벼락의 조경들은 마을 가로의 풍경에 함께한다.
주거에서 프라이버시의 강도를 선택적으로 조율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외부로부터 보호받지만, 정도를 조율할 수 있는 장치로 접이식 슬라이딩 도어를 선택했다. 슬라이딩 도어는 30mm 간격의 목재로 마감되어 잔잔한 바람길을 만들며 개폐에 따라 공간의 확장을 경험하게 한다. 좁고 단단한 콘크리트 입구의 낮은 금속살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중첩된 고래산의 원경이 넓게 펼쳐진다. 1층에는 주차공간을 사이에 두고 집의 공용공간인 거실, 다이닝과 사랑방이 있다. 건축물의 안과 밖 중 주차공간을 선택할 수 있는데, 밖에 주차하면 마당과 연결된 기존 주차장을 넓은 유니버설 스페이스로 이용할 수 있다. 1층의 통합된 거실과 다이닝은 마당과 함께 북향의 밝은 푯대봉을 마주하며 너른 공용공간이 되고, 강한 서향 빛을 걸러주는 외부 벽체는 단란한 바비큐장의 경계를 만든다. 저녁 무렵 번져가는 노을을 바라보며 갖는 툇마루에서의 고요한 휴식은 집에서 누릴 수 있는 작지만 큰 사치다. 사랑방은 2층 매스를 받치고 있는 너른 기둥이자 가장 독립된 공간으로 다실과 손님방으로도 사용된다. 2층은 자녀방과 욕실, 드레스룸, 침실이 순서대로 나열되어 프라이빗한 기능을 하고, 옥상데크와 각 실에 면한 베란다가 채광과 환기, 휴식을 돕는다. 퍼블릭한 1층과 프라이빗한 2층을 연결하는 계단은 오브제적 성격을 주고자 재료와 형태를 구분하였고, 성격이 다른 공간으로 넘어가는 과정의 느낌을 주길 기대했다.
도시에서 어떻게 주변의 시선을 피하며 공간을 열어줄 것인가와 대조적으로, 사방으로 열린 자연과의 경계를 어떻게 제한하여 아늑한 공간을 만들 것인가는 전원주택 계획에서 중요한 주제라 여겨진다. 결국 주변 맥락의 해석에 관한 이야기이고, 그 맥락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계획을 추구하는 것이 ‘오롯’의 설계 방향이다. (글 이병호 / 진행 최다미 기자)
Section 1
Section 2
1F plan
2F plan
▲ SPACE, 스페이스, 공간
설계 건축사사무소 오롯(이병호)
설계담당 이병호
위치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711㎡
건축면적 154.62㎡
연면적 192.41㎡
규모 지상 2층
주차 2대
높이 7.35m
건폐율 21.75%
용적률 27.06%
구조 철근콘크리트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벽돌타일
내부마감 노출콘크리트, 도장, 원목마루
구조설계 은구조
기계,전기설계 대명기술단
시공 정담건설
설계기간 2020. 7 ~ 2021. 1
시공기간 2021. 4 ~ 2022. 3
인테리어설계 건축사사무소 오롯
글 이병호
사진 조엘 모리츠
자료제공 건축사사무소 오롯
진행 최다미 기자
출처 SPACE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