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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대호원을 지나고 방장실이 눈앞에 보였다. 서문아가 눈에 띄게
긴장하는 것이 느껴졌다. 적무강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가 흠칫
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그러자 적무강은 그녀의 손을 더욱 꽉 잡았
다.
손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에 서문아의 떨림이 잦아들었다. 곁
눈질로 보니 적무강의 얼굴선이 보였다. 서문아는 다시 앞으로 고개
를 돌리며 적무강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
방장실 앞에 도착하자 그들을 안내해 온 사미승이 조심스러운 목
소리로 그들이 왔음을 알렸다.
"손님들을 모시고 왔습니다."
"안으로 뫼시어라."
"예."
사미승이 조심스럽게 방장실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은은한 향이
풍겨 나왔다.
"들어가시지요."
"음!"
적무강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문아를 이끌고 방장실로 걸음을 옮겼
다.
생각보다 소박한 방이었다. 그래도 소림사의 방장이라면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는 장식이 돼 있을 줄 알았는데 이것은
탁자와 벽에 걸린 가사 외에는 특이한 물품이 없다. 썰렁하다 못해
황량하기까지 했다.
방에는 다섯 명의 승려들이 있었다. 적무강은 그들의 얼굴을 차분
하게 바라보았다.
붉은 가사에 하얀 수염과 하얀 눈썹이 인상적인 승려가 그와 서문
아를 지그시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앉으시게."
"감사합니다."
적무강은 서문아와 함께 그들의 자리로 배정된 곳에 앉았다.
조금 전에 말을 한 노승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소림의 장문인인 원광(元光)이라고 하네. 그리고 이들은 내
사제들로 각각 장경각과 계율원, 장생원, 지객당을 맡고 있는 원혜,
원상, 원호, 원율이라고 하네. 원율은 시주도 보았겠지?"
"예. 적무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사람은 십자성의 웅풍대 부
대주였던 서문아라고 합니다."
적무강이 포권을 하면서 자신과 서문아를 소개했다. 그러자 원혜
를 비롯한 노승들이 반장을 하며 고개를 약간 숙여 보였다.
원광대사는 약간은 의외라는 눈으로 적무광을 바라보았다.
도마(刀魔), 그 얼마나 살기가 넘쳐흐르는 별호인가? 말 그대로 도
의 귀신이라 불리는 남자가 생각보다 젊다는 데 놀랐고 평범하게 생
겼다는 데 또 한 번 놀랐다. 그 자신이 생각했던 도마의 모습과는 너
무나 확연하게 다른 것이다.
원광대사가 말을 건넸다.
"그래, 시주께서는 무슨 일로 소림에 오시었소?"
"이 사람 때문에 왔습니다."
"십자성의 웅풍대 부대주였다는 여시주 때문이라....."
그의 눈이 다시 서문아로 향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심유한 눈빛에
잠시 흠칫했던 서문아는 이내 평정을 되찾고 담담한 눈으로 원광대
사를 바라봤다.
'이 여시주도 보통의 인물은 아니구나. 미간에 사기가 가득한데도
저리 담담한 눈빛이라니......'
원광대사는 서문아가 정상의 몸이 아님을 눈치 챘다. 저런 상태에
서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녀가 적무강
에게 무한한 신뢰의 눈빛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여인에
게 저런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남자라니. 원광대사는 적무강을 다시
바라보았다.
평범하게 생긴 얼굴이지만 굳게 다문 입술하며 흔들림 없는 눈동
자가 그의 굳은 심지를 보여 줬다.
"십자성 때문에 왔다고 했소?"
"그렇습니다."
적무강은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어디, 시주가 무슨 일로 소림에 온 것인지 직접 들어 봅시다. 그
러고 나서 모든 것을 결정하겠소. 여기에 있는 나의 사제들은 소림을
움직이는 중추인물들이오. 이들과 나의 의견이 일치될 때야만 시주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오."
"소림이 원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게 무슨 말이오? 소림이 원하는 것이라니?"
"전 말을 돌려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특히나 이런 자
리에서는 말입니다."
적무강의 말에 계율원주 원상대사의 얼굴에 노기가 떠올랐다.
"갈! 방자하구나. 감히 이곳이 어디라고 그런 행태냐? 네가 강호
에서 조그만 명서을 얻었다고 보이는 게 없는 모양이구나."
"훗!"
적무강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이에 원상대사를 비롯한 다른 노
승들의 눈에도 마찬가지의 빛이 어렸다. 그러나 적무강의 태도는 여
전히 여유로웠다.
"그럼 소림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움직인단 말입니까? 살기 넘치
는 무공과 잔혹한 손속으로 인해 몇 대 전에 양성을 금지한 철혈나
한을 양성하면서까지?"
"어허~! 말이 심하구나! 그런 망발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시
주는......"
"무릎 꿇고 빌기라도 하란 말인가?"
원상대사의 계속되는 말에 적무강의 말투가 변했다.
적무강과 원상대사의 눈이 마주쳤다. 소림의 계율을 담당하는 원
상대사. 소림이라는 거대한 무력 집단의 계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성정이 단호해야 한다. 그런데 원상대사는 단호한 데다 불같기까지
했다. 때문에 적무강이 소림의 정체성을 묻는 질문을 하자 불같이 화
를 내는 것이다.
적무강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이것은 협상이기도 하지만 싸움이기
도 했다. 여기에서 밀리면 한없이 밀릴 수밖에 없었다. 비록 이곳이
소림이긴 하지만 절대 밀리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됐다.
적무강은 차갑게 말을 꺼냈다.
"난 소림에 손님으로 온 것이다. 그리고 십자성의 행위에 같이 대
항하기 위해 온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도 들어 보기 전에 이런 대꾸
라니. 당신은 당신의 말에 책임을 질 수 있는가?"
"시주!"
원상대사의 눈이 부릅떠졌다. 산문에 세워진 사천왕상에 비견될
정도로 위압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상대는 적무강이었다. 이따위
겉모습에 위축될 정도였으면 소림에 오지도 않았다.
순식간에 방 안에는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일촉즉발의 기운, 누
군가 건들면 금세라도 터질 것만 같은 공기였다.
얼굴을 일그러트린 원상대사와 달리 원광대사는 여전히 심유한 눈
으로 적무강을 바라보았다.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마치 대나무와 같아서 힘으로 억누르면
그 이상의 반발력으로 일어선다. 이런 남자에게 권위를 내세우는 것
은 어리석은 일이다.
"사제는 그만 하시게. 적 시주는 소림에 도움이 되기 위해 찾아오
신 분이네. 그리 행동하는 것은 큰 결례라네."
"죄, 죄송합니다, 사형."
원상대사는 순순히 원광대사의 말에 따랏다. 그러나 그의 눈은 완
전히 수긍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장문인인 원광대사의 권위에 성질
을 억누른 것뿐이었다.
원상대사가 성질을 누르고 조용히 하자, 적무강의 얼굴 역시 평상
시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놀랄 정도로 빠른 변화였다. 서문아는 내심
적무강의 행동이 걱정스럽긴 했지만 그렇다고 말리지는 않았다. 그
가 이렇게 행동하는 데는 반드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
했기 때문이다.
"십자성 때문이라? 확실히 소림은 십자성을 좋지 않게 보고 있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주와 연수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하겠네. 비
록 십자성의 힘이 크다 해도 삼백 년 동안 준비해 온 소림의 힘도 그
에 못지않다네. 더구나 구대문파가 힘을 모두 합치면 십자성과도 능
히 자웅을 결할 수 있다네."
"명분은 어떻게 준비하시겠습니까?"
원칙적인 말을 하는 원광대사에게 적무광이 일격을 날렸다.
"십자성을 응징하거나 힘으로 누르려면 명분이 필요할 터, 설마 소
림이나 구대문파가 명분도 없이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아니겠지요.
십자성은 이제까지 큰 허물없이 강호를 경영해 왔습니다. 그런 상태
에서 구대문파가 십자성을 치기 위해 움직인다? 그것은 강호의 민심
을 떠나가게 만들 뿐입니다. 장문인께서도 그 점을 잘 알고 계실 텐
데요."
"음!"
"십자성에 홍수희 소저를 파견한 것도 따지고 보면 허물을 찾아내
기 위해서 아니었습니까? 그리고 철혈나한을 굳이 이 시대에 부활시
킨 것도 그런 계획의 일환이 아닙니까?"
원광대사뿐 아니라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승려들의 눈빛이 변했다.
도마라고 해서 단순히 무공이 강한 남자라고만 생각했는데 놀랍게
도 그는 자신들의 목적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무공뿐 아니라 대국을
꿰뚫어 보는 혜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적무강으로서는 만형통과 곽부종이 전해 준 내용을 추려 말한 것
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그것은 적무광의 승부수였다.
소림이 지니는 한계성은 강호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
고 불가의 특성상 자비를 생각해야 했다. 그러나 적무강에게는 그런
것이 필요 없었다. 그는 남의 눈을 의식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
다.
"시주께서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가? 이 늙은이들은 늙어서 그
런지 쉽게 알아들을 수 없군."
"이 여인이 소림에게 명분을 만들어 줄 겁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웅풍대를 양성하기 위해 희생된 수많은 젊은 무인들, 그리고 천
왕성과 격돌하는 과정에서 희생양이 된 웅풍대의 무인들. 이 정도만
으로도 소림이 움직이는 명분은 충분할 겁니다."
"그것은 십자성 내부의 일이네. 결코 소림이 움직일 만한 명분은
되지 않네."
"후후~! 그렇다면 더 이상 여기에 있을 이유가 없군요. 일아나겠
습니다."
적무강은 더 이상 대화를 포기했다. 그러자 원광대사의 미간이 찌
푸려졌다.
"시주께서는소림을 너무 우습게 보는 모양이군. 이곳은 오고 싶
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마음대로 가는 그런 곳이 아니라네."
"언제부터 절에서 그런 규제를 정했습니까?"
"소림은 모든 불가의 태두라네. 소림은 지켜야 할 것이 많네. 그러
기 위해서 필요하면 어떤 오욕이라도 뒤집어쓸 수 있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 역시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떠
한 일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설혹 그 상대가 소림이라 할지라도..."
"이곳은 소림일세."
"난 적무강입니다."
원광대사의 말에도 적무강은 밀리지 않았다.
"사형, 더 이상 대화할 필요 없습니다! 강호에서 그깟 명성 좀 얻
었다고 기고만장하나 본데 이런 녀석 없어도 소림에는 아무런 문제
가 없습니다. 감히 소림에 와서 거래를 하려 하다니!"
원상대사가 다시 불같이 화를 냈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를
말리는 기색을 보이던 다른 노승들도 그를 말리지 않았다.
소림이라는 자부심, 천 년이라는 세월 동안 강호의 태두로 존재해
왔다는 커다란 자부심이 적무강을 용납치 않는 것이다.
"소림 역시 이득을 위해 움직이는 강호 집단, 그런 곳에 와서 거
래를 하려는 것이 무슨 문제란 말이오? 단지 부처를 모시고 해탈을
위해 수도를 한다면 강호에 대한 관심을 아주 접어야지, 왜 십자성의
동향에 당신들이 신경을 쓴단 말이오? 그것은 소림 스스로가 강호집
단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말 아니오? 내 말이 틀렸소? 강호 집단이면
강호 집단답게 행동하시오. 겉으로는 인자한 척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취하지 말고. 그것은 정말 구역질나는 짓이오."
"허~어! 강호 집단이란 말인가?"
"아미타불!"
신랄한 적무강의 독설에 원광대사가 당황스러운 듯 수염을 쓰다듬
었다. 그것은 원광대사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누
구도 소림에서 이토록 원색적인 비난을 한 이는 없었다. 더구나 자신
들은 소림 최고의 수뇌부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언제
이런 말을 들어 본 적이 있겠는가?"
'휴우~! 부끄럽구나. 욕을 들어도 할 말이 없구나.'
지객당주 원율이 남몰래 한숨을 쉬었다.
사실 소림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가치는 오히려 소림의 정체성에
많은 혼란을 가져다주었다.
무림의 태산북두, 구파의 수장이라는 자존심이 십자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스스로는 불가의 요람이라고 하지만, 하는 행태를 보
면 여타 강호 집단에 못지않았다. 하지만 천 년을 굴러 온 수레바퀴
는 결코 몇몇 뜻있는 사람들이 멈출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지객당주 원율도 소림이 속세의 일에 자꾸 참여를 하는 것이 마음
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그 역시 소림의 일원이다 보니 어찌할 방도
를 찾지 못하고 이제까지 왔다. 그러나 지금 적무강의 신랄한 독설을
듣다 보니 새삼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러나 원상대사의 생각은 좀 다른 듯했다. 그는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감히 소림을 모욕하다니! 내 네놈의 버릇을 고쳐 놔야겠구나. 밖
으로 나오너라! 내 네놈의 알량한 무력을 확실히 꺾어 줄 터이니!"
"당신 정도로?"
적무강의 입가에 웃음이 어렸다. 그것은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이 사람은 왜 자꾸 소림을 자극하는 걸까? 분명 생각 없이 행동
하는 것은 아닐 텐데.....'
서문아는 갈수록 험악해지는 분위기에 할 말을 잃었다. 생각 같아
서는 적무강을 말리고 싶었지만 적무강을 믿기에 지켜보기로 했다.
원상대사의 눈에 불같은 노기가 떠올랐다. 소림에서 가장 성격이
급한 그의 성정이 도무지 적무강을 용납하지 못하고 있었다.
원광대사는 원상대사가 하는 것을 그냥 두었다. 그 역시 원상대사
가 하는 일이 옳지 않음을 알고 있었지만, 대화를 원활하게 진행해
나가기 위해서는 적무강의 기를 어느 정도 꺾어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괴리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원광대사는 소림을 위해서라
는 마음으로 참았다.
일촉즉발의 상황, 원상대사와 적무강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그때 문밖에서 들려온 목소리가 그들의 대치를 깼다.
"쯧쯧~! 원상, 네놈은 여전히 힘만 믿는 미련한 곰탱이 짓을 하는
구나. 저런 것이 소림의 계율원주라니. 소림이 망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사, 사숙!"
원상대사의 얼굴에 당황한 빛이 떠올랐다.
문이 열리며 조그만 노승이 나타났다. 그는 아까 적무강이 만났던
견오대사였다.
견오대사가 나타나자 원상대사를 비롯한 노승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견오대사는 그들보다 한 배분 위의 노승, 그야말로 소림의
살아 있는 역사나 마찬가지였다.
"하여간 세상 얼마 살지도 않은 것들이 근엄한 척 훈계하려는 꼴
이라니. 끌끌~! 게다가 사람 보는 눈도 없으니, 사형들이 너희들의
모습을 저승에서 보시면 좋다고 하겠구나."
견오대사는 상석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광대사
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감히 앉지 못했다. 같은 자리에 있는 것만
으로도 송구하다는 표정이었다.
견오대사는 못마땅한 눈으로 원광대사 등을 바라보다 적무강에게
시선을 돌렸다.
"끌끌~! 네놈도 제법이구나. 처음부터 이런 사태를 예견하고 있
었던 거냐?"
"후후~!"
"그놈, 웃음하고는! 원상, 네놈은 나중에 나한테 곡주를 사야 해.
네놈이 제자들 앞에서 당할 망신을 내가 막아 주었으니까."
"사숙님, 그게 무슨 말이십니까? 설마 제가 저 젊은이한테 졌을
거라는 말씀이십니까?"
견오대사의 말에 원상대사가 발끈했다. 그러나 견오대사의 태도는
너무나 태연했다.
"네놈 눈은 장식으로 달린 것이냐? 그렇게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
면서 어찌 소림의 계율원주를 맡고 있었단 말이냐?"
"그가 비록 우내육마를 쓰러트렸다고 하지만......"
"넌 이 젊은이를 이기지 못해."
"사숙!"
"네놈이 아무리 뭐라고 해도 그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야. 만약 내
가 이곳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넌 이놈에게 망신을 톡톡히 당했을 거
야. 이놈은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 때부터 자신의 의도대로 모든 대화
를 끌고 갔으니까. 하여간 산에서만 평생을 처박혀 있던 놈들이 산전
수전 다 겪은 놈에게 머리싸움으로 이기려 했으니, 쯧쯧쯧!"
원상대사의 얼굴이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로 붉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견오대사는 그런 원상대사는 신경도 쓰지 않고 적무강을 똑
바로 바라봤다.
"한 가지만 묻자. 달마삼검(達磨三劍)의 약속 때문에 온 것이더
냐?"
"삼백년 동안 적씨 집안의 누구도 그 사실을 잊은 사람은 없습니
다. 알고 계셨습니까?"
"네놈이 펼치는 도법. 살기 넘치는 그 도법을 어찌 못 알아보겠느
냐? 덕분에 삼십 년 동안 변함없이 해 왔던 오수를 즐기지 못할 정
도였다. 끌끌! 처음부터 그렇다고 말할 것이지. 소림을 시험해 볼 심
산이었더냐?"
"죄송합니다."
견오대사의 눈빛은 이 순간 찬연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것은
조금 전의 표정과는 확연히 달랐다.
"네놈이 죄송할 게 무에 있더냐? 다 소림이 못나서 그러는 것일
테지. 오죽 못났으면 네가 소림을 못 믿고 그리 떠봤겠느냐!"
만약 처음부터 달마삼검의 약속을 말했다면 쉽게 대환단을 얻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소림의 의중을 파악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적무강은 미리 소림의 심기를 긁으며 그들의 의중
을 읽으려 한것이다. 만약 견오대사가 나서지 않았다면 조금 더 적
무강의 뜻대로 흘러갔을 것이다. 하지만 견오대사가 나선 이상 그렇
게 행동할 수는 없었다.
견오대사가 서문아를 바라보며 말을 했다.
"저 처자가 네놈의 내자더냐?"
"그렇습니다."
"끌끌~! 그렇다면 어서 살리고 볼 일이지, 이놈의 땡중들과 말싸
움이나 하고 있다니, 네놈도 어지간하구나."
"어떻게 아셨습니까?"
"미간에 사기가 그득하구나. 곧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 같은데 네
놈은 처자의 목숨을 담보로 여기서 힘겨루기나 하고 있는 게냐?"
서문아를 바라보는 견오대사의 시선에는 안타까움과 연민이 가득
했다. 그런 그의 시선에 서문아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벅차오르며
두 눈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흐흑!"
"울지 말거라, 아이야. 네 팔자가 결코 순탄치는 않으나 남자 하나
는 기가 막힌 놈을 만났구나. 저런 눈빛을 가진 남자는 결코 배신이
란 단어를 모를지니. 믿고 따라라. 그러면 모든 일이 잘 풀릴 게야."
"네, 그리할 겁니다."
서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어렸을 적에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다.
어릴 적 그녀의 할아버지도 저리 자상하게 챙겨 줬었다. 그래서 견오
대사의 말을 듣든 순간 그간의 설움이 다시 떠오른 것이다.
고개를 숙이고 흐느끼는 서문아의 손을 잡으며 적무강이 말했다.
"살려 주시겠습니까?"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
"대환단을 주십시오."
"한 알이면 되겠느냐?"
"그렇습니다."
"그러자꾸나. 사람 살리는 것이 우선이니까."
견오대사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원상대사가 기겁을
했다.
"사숙, 어찌 그 귀한 것을 외인에게 함부로......"
"약속을 지키려는 것뿐이다. 원광 네놈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사숙. 적 시주가 달마삼검의 약속을 지키러 온 것이
라면 그보다 더한 것이라도 주어야지요. 처음부터 그리 말했으면 대
화를 하기가 더 용이했을 텐데요."
"사형?"
원상대사가 원광대사를 불렀지만 이미 원광대사의 얼굴에는 견오
대사와 비슷한 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첫댓글 잘~감상~~~감사합니다~~~~~
차원이 다른 사람들끼리
잘읽었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즐감~1
즐감
잘 보았습니다
감사해요~~
감사합니다
즐감합니다. ~~~~~
감사합니다
감사...
ㅎㅎㅎ
ㅈㄷㄱ~~~~~~`````````````````
즐독
감사합니다
ㅈㄷㄳ
즐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즐~감 하고 갑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즐독 하구 갑니다
달마삼검 의 약속이란 뭘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