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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84
소녀 저격수
한정영 장편소설
신국판변형(140×215) |200쪽 | 값 14,000원
ISBN: 978-89-8394-986-8 (43810)
발행일: 2024년 08월 10일
분야: 국내도서> 청소년> 청소년문학
#역사 #자아 #가족관계 #진실 #판타지
#모험 #청소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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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위태로운 운명 앞에 선택받은 아이가 나타났다!
교과서 수록작가 한정영이 ‘가장 아끼는 작품’
“우리 안의 분노와 슬픔, 용기를 흔들어 깨우는 소설”
청소년소설은 물론 동화와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구축하는 한정영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 소설 『소녀 저격수』는 주인공 설아가 잊어버린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는 동시에 자아를 찾아가는 역사판타지 소설이다. 그리고 인물이 가진 내면의 힘과 위태로운 조선의 운명 앞에 자신이 선택받은 흥미로운 이유를 밀도 있게 전개한다. 작품을 읽다 보면 그 시기를 가로지르는 색다른 인물의 감각과 움직임에 나도 모르게 등장인물의 마음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청소년뿐만 아니라 모든 독자에게 공감과 재미를 선사한다.
설아가 눈을 떴을 때 할아버지가 곁에서 자신을 간호하고 있었다. 할아버지 말로는 설아가 머리까지 다치는 바람에 기억마저 잃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일본군이 할아버지를 찾아와 앞으로는 산에서 사냥하지 말라며 위협했다. 결국 일본군 병사가 할아버지에게 총을 쐈다. 할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설아는 울부짖으며 상황을 외면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할아버지의 죽음은 선명해져만 갔다. 이제 설아는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막막했다. 그러다가 이전부터 들렸던 자신 안의 목소리에 의문을 가졌다. 나는 어떻게 배우지도 않은 총을 정확하게 잘 쏘고, 체력이 남다를까. 설아는 자신의 존재를 기억해 내기 위해 애쓴다. 그리고 일본군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어떠한 실험을 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과연 설아는 어떤 아이였으며 잊어버린 기억은 무엇을 의미할까.
지금 우리에게 과거는 기억에 있을 뿐이고, 알 수 없는 미래만 남았습니다. 그리고 미래는 과거를 닮아 가려는 속성이 있다고 합니다. ‘지난 이야기’를 쓰려는 이유의 대부분은 그 ‘기억’을 다지려는 것이고, 다가오지 않은 미래가 자꾸만 지난 역사를 닮아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비록 이 한 편의 이야기가 그 모든 것을 다 해낼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몸부림치고 싶었습니다.
_‘작가의 말’ 중에서
★ 차례
프롤로그: 탈주자
홀로 남은 소녀
복수의 다짐
추적자
겨울의 나비
미행
의혹의 실마리
조나단 1125호
소녀 저격수
되살아난 기억
에필로그: 마지막 임무
작가의 말
★ 출판사 리뷰
당겨진 방아쇠, 마침내 깨어나는 비밀
『소녀 저격수』는 역사를 기반으로 한 소설이다. 하지만 작가는 역사 소설이라는 전형적인 구도와 전개를 건드리며 ‘소설’이라는 중점에 무게를 뒀다. 책을 펼치면 「프롤로그: 탈주자」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역사라는 익숙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낯선 단어들이 끼어들어 소설을 구축하고 있다. 거기에 속도감있는 전개와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생생한 장면들이 뒤를 받쳐 준다. 소설 속 주인공 설아는 사냥하는 장면으로 이야기에 등장한다. 그러나 사냥이라는 행위가 처음이라 익숙하지 않아 버둥거린다. 토끼를 잡기 위해 올무를 뒀는데 두 마리가 잡힌 건 운이 좋았다고도 표현한다. 설아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며 반복되는 일상을 사는 아이 중 한 명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전개는 깨져야 재밌다. 설아의 할아버지는 소설이 시작되자마자 죽는다. 그리고 신화에서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면 소녀 저격수에서는 궤짝이 열린다.
숨이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 궤짝을 더 뒤졌다. 광목천으로 감싼 탄띠가 나왔고, 탄띠에는 못해도 수십 발은 더 되는 탄알이 촘촘하게 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쇳덩이로 만들어진 족쇄가 놓여 있었다. 이런 게 왜 여기에 있을까, 싶어서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족쇄의 한쪽에 낯선 숫자가 쓰여 있었다.
733-W1125.
이 숫자는 무엇일까? 이런 게 왜 여기에 담겨 있으며, 이것들이 모두 설아 자신의 것이라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머릿속에 온갖 생각들이 떠돌았다.
p.79
설아는 자신의 모든 것을 의심한다. 무심코 넘겼던 과거의 일부터 현재의 사건까지 의문투성이다. 소설은 아직 초반을 달리고 있지만, 재미 요소는 차곡차곡 쌓여 이야기를 부풀리고 있다. 이러한 점은 책을 읽는 청소년 혹은 모든 독자에게 흥미를 심어 주며 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하는 동력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그리고 소설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비밀의 방아쇠가 당겨진 것이다.
“처음으로 누군가의 심장을 겨눈다면 그건 너희가 될 거야.”
설아는 전적으로 스스로를 돌이켜 본다. 과거 몸이 다쳐 눈을 떴는데 곁에서 간호해 주신 할아버지마저 알고 보니 그저 남일 뿐이었다. 설아에게는 가까운 가족이나 친척도 없는 것이다. 만약 내가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살았을까. 스스로 부정하거나 모든 것이 거짓이라 느껴질 수도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작품은 역사 소설이라 칭한다. 그렇기에 한 나라의 왕이나 거대한 전투를 다루는 기존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방식을 넘어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됐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설아에게는 이전부터 자신 안의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설아가 위급한 상황에 더 또렷하게 울린다. 그래서 소설을 읽다 보면 설아 외의 목소리에도 집중하게 된다. 한 인물 안에서 뻗어 나오는 두 가지 목소리는 이야기의 공백을 채워 주는 동시에 다음 전개에 대한 기대로 나아간다.
늑대가 두어 걸음 더 이쪽으로 다가왔다. 바로 그 순간 머릿속의 누군가가 말했다.
‘살아야 해!’
동시에 뾰족한 송곳이 머릿속을 깊이 찌르는 듯한 통증이 빠르게 일어났고, 그 아픔이 실핏줄을 타고 온몸으로 번져 나갔다. 뒤미처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달아나!’
그 말을 신호로, 설아는 재빨리 뒤로 돌아서 달아나기 시작했다.
p.19
설아는 목소리에 동요된다. 할아버지의 죽음에도 ‘할아버지가 위험해!’라는 목소리가 개입해 머릿속 생각보다 마음이 앞서 행동으로 옮긴다. 이어서 자신이 배우지도 않은 총을 쏘고, 늑대와 날렵하게 싸우기도 한다. 무엇보다 일본군 방역부대 소속인 사사키가 소리치는 자신의 본체에 혼란스러워 진다. 어떠한 것이 진실일까. 하지만 설아가 할아버지의 손녀라는 것과 조선을 지키는 것에 망설임이 없다는 건 분명하다. 그렇기에 설아의 총구는 조선의 반대편에 있는 상대를 향할 것이다.
화려한 겉모습 속 내면의 힘을 찾아서
SNS가 삶의 중심이 된 지금 흔히들 보여주기 식으로 자신을 꾸민다. 비싼 명품은 당연하고, 남들보다 더 좋은 것이나 희귀한 것을 찾아 애쓴다. 하지만 뒤로 한 발자국만 물러나 보면 그 빛나는 조명 아래 짙은 그림자가 끼어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우리가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서 화려한 테두리만이 아닌 내면의 단단함을 기르면 조금은 더 나은 오늘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설아는 다짐한다. 어려운 상황에 처했지만, 자신의 굳은 의지와 관념은 꿋꿋하게 밀고 나가겠다고 말이다. 흔히들 자아를 성찰한다고 하는 것처럼 설아도 위기를 넘어 ‘자아’를 설립해 가는 것이다.
설아는 733부대의 담장 쪽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물론 두려움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살아 돌아갈 자신이 있었다. 아니, 어떻게든 살아 돌아가야 했다. 그러기로 백두 대장과 약속
했고, 홍윤도 장군도 ‘백두 대장도 대한항일군에 합류하기로 했으니, 너도 꼭 우리와 함께 했으면 한다.’며 돌아와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물론 그럴 것이다, 라고 설아는 다짐했다.
설아는 그들의 말만으로도 기뻤다. 이제야말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았고, 쓰임새가 있는 사람이란 것을 인정해 주는 것 같아서였다. 아니, 그러기 위해 애썼다.
p.194
『소녀 저격수』는 설아의 목소리가 소설 전체를 관통하며 이야기의 줄기 역할을 한다. 이런 소설의 플롯은 자아를 형성해 가는 청소년 시기를 빗대 오롯이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든다. 또한 주인공 설아와 역사적 바탕 외의 무수한 관점은 작품의 결을 돋보이게 한다. 작가의 말에 나오듯 ‘그 기억을 다지려는 것’에 의의가 있는 것처럼 작품은 역사를 다지는 동시에 우리 안의 내면에 힘을 길러 준다.
★ 추천평
일제 강점기, 백두산보다 더 북쪽 천보산에 사는 소녀 설아는 토끼 사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늑대를 만난다. 죽었구나, 하는 순간 머릿속에서 들리는 소리에 이끌려 늑대에 맞선다. 설아의 남다른 능력은 어디서 왔을까?
『소녀 저격수』는 읽는 내내 높은 산 능선을 달리듯 숨이 찬 소설이다. 휘몰아치는 빠른 전개와 더불어 참을 수 없는 궁금증에 이끌려 책장을 넘기게 된다. 한 고개 넘고 나면 다른 고개가 앞에 나타나듯, 미궁으로 빠져드는 이야기에 눈을 떼지 못할 것이다.
심진규_(작가, 교사)
단숨에 끝까지 읽었다.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긴박함과 몰입감은 강인하면서도 매력적인 여성 주인공에게서 비롯된 듯하다. 열여섯의 어수룩하던 산골 소녀 설아가 암울한 일제 강점기를 온몸으로 헤쳐 나가는 이야기는 마침내 항일무장투쟁의 일원으로 적을 쏘아 넘어뜨리는 장면에 이르게 된다. 그 당당하고 호쾌한 모습에 후련함을 느끼다가, 소녀 저격수가 될 수밖에 없었던 비극적인 역사 앞에서 가슴이 저릿해지고 만다. 어두운 시대에 맞서는 내면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이 소설만의 유려한 문장과 강렬한 서사 속에서 심장을 울리는 가치와 진실을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
_박미연(작가)
★ 줄거리
설아의 기억은 온몸 여기저기가 찢어지고 부러져 있던 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눈을 떴을 때 할아버지가 곁에서 자신을 간호하고 있었다. 설아는 낯섦과 동시에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할아버지 말로는 설아가 머리까지 다치는 바람에 기억마저 잃었을 것이라고 했다. 둘은 산막에서 살았다. 사냥하고, 약초를 캐고 남들처럼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일본군이 할아버지를 찾아와 앞으로는 산에서 사냥하지 말라며 위협을 가했다. 소란은 점점 커졌다. 결국 일본군 병사가 할아버지에게 총을 쐈다. 할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설아는 울부짖으며 상황을 외면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할아버지의 죽음은 선명해져만 갔다. 이제 설아는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막막했다. 그러다 이전부터 들렸던 자신 안의 목소리에 의문을 가졌다. 나는 어떻게 배우지도 않은 총을 정확하게 잘 쏘고, 체력이 남다를까. 그러던 중 자신이 할아버지의 친손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일본군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무슨 실험을 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설아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퍼즐을 조금씩 맞춰 가는데…….
★ 본문 중에서
‘내가 어떻게…….’
늑대의 공격을 받는 순간, 재빨리 방어할 무기를 찾아낸 일이나, 윗저고리를 벗어 팔을 감싼 것도 그렇고, 비록 달아나긴 했지만, 놈들과 맞서 싸운 일이 믿기지 않았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또 다른 누군가 몸에 들어와 그가 자기 마음대로 움직인 기분이었달까.
그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무서워졌다.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너, 넌 누구지?’
설아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물었다. 그러나 대답할 리 없었다. 설아는 한동안 답도 없는 물음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평소의 설아는 밥 짓고 나물 캐거나 할아버지의 옷을 꿰매고 틈틈이 할아버지가 구해다 준 소학을 읽었을 뿐이었다. 고작 열여섯 살밖에 되지 않은 계집아이가 늑대와 싸웠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소름이 돋았다.
p.22
“하지만 너는 이제 연길에 가서 살아야 한다. 네 할아버지 뜻이야!”
“그보다는 할아버지의 총을 찾아야 해요!”
설아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백두 대장이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덩달아 까치의 말도 우뚝 섰다. 백두 대장은 설아를 빤히 쳐다보았다. 미간이 살짝 일그러져 있었다. 그 표정의 의미를 알 수 없어서 설아는 마주 보다가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마치 눈빛으로 혼내는 것처럼 느껴져서였다.
백두 대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네가 무슨 수로 할아버지의 총을 찾겠다는 것이야? 설마 복수라도 하겠다는 뜻이냐?”
그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러자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백두 대장이 못 박듯 말했다.
“며칠 산막에 머물다가 몸이 온전해지거든 원주댁과 함께 연길로 가거라. 이제 이 산은 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 가서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거라.”
p.40
“혹시나 했는데, 틀림없구나. 다시 한번 확인하기를 잘했지. 네 그 붉은 머리칼이 아니었으면, 못 알아볼 뻔했어. 그새 많이 컸구나.”
일본말이었다. 그 말이 하나도 막힘없이 귓속에 들어와 박혔다. 아니,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사사키의 말을 듣는 순간 설아는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로 머리카락에 전혀 신
경 쓰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할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는, 머리카락의 붉은빛이 밖으로 내비치기 전에 수도 없이 푸른 깻잎과 호두 껍데기 삶은 물로 머리를 감았었는데. 아니, 그건 그렇다고 쳐도 놈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마치 설아를 잘 알고 있다는 어투가 아닌가. 물론 설아는 대꾸할 수 없어서 놈을 노려보기만 했다.
“그 푸른빛이 도는 눈빛도 여전하고……. 그래, 게다가 넌 누구보다 뛰어난 아이였어. 어떻게 너를 잊을 수 있겠느냐?”
사사키가 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나 설아는 그 모습이 역겨워 토할 것만 같았다.
p.66
백두 대장은 고개를 끄덕였고,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서 입을 열었다.
“그럼, 함께 싸우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겠느냐? 더구나 이번 작전은 알다시피 매우 위험한 일이다.”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 남으면, 너를 지켜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전까지는 민 포수 영감님의 손녀였지만, 이제부터는 독립군 대원의 일원이 되는 것이야. 우리는 함께 싸우지만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도 괜찮겠느냐?”
“스스로 지키며 싸우겠습니다.”
“알겠다. 그럼, 이제부터 너 자신을 지키고 조선을 지켜라! 너는 두현과 함께 가라! 우리가 무얼 하는지는 들어서 알고 있을 것이다. 자세한 네 임무는 두현에게 들으면 된다. 꼭 살아서 만나자.”
그리고 백두 대장은 설아의 어깨를 두어 번 토닥였다.
p.157
“설아야, 내 말 잘 들어. 난 왼편으로 뛰어갈 거야. 그쪽으로 놈들을 유인할 테니, 말굽 소리가 멀어지면 넌 반대편으로 달아나. 알았지?”
“네? 오라버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이러다가는 둘 다 죽어. 이미 나 때문에 이길조 아저씨와 연민철 아저씨가 죽었어. 너라도 살아야 해.”
두현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하지만 설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 없어요.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제발! 너 하나만이라도 살리고 싶어.”
“오라버니!”
“나도 살아서 갈게. 정말이야. 약속할게!”
두현의 목소리는 아주 절실했다. 촉촉이 젖은 눈빛도 외면할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마자 두현은 재빨리 일어나 왼편으로 달렸다.
p.180
★ 지은이 소개
한정영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연구교수를 지냈다. 지금은 JY스토리텔링 아카데미,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미래의 작가들을 위한 다양한 강의를 하고 있다. 펴낸 책으로는 청소년소설 『나는 조선의 소년 비행사입니다』 『히라도의 눈물』 『변신 인 서울』 『빨간 목도리 3호』 『아빠는 전쟁 중』 『천 년의 음모』 『바다로 간 소년』 등이 있으며, 동화로는 초등학교 국어 활동 교과서 수록작 『굿모닝, 굿모닝?』을 비롯해 다수가 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