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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차의 오글오글한 이야기 77
산업혁명이 일어난 것도 영국의 전역에 티타임을 확립해 주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말 그대로 혁명이었고, 그것 은 인류의 총체적인 발전을 가져오는 진일보의 위대한 발걸음이기도 했습니 다. 르레상스의 기운으로 서서히 변해 가던 유럽의 경제, 사회, 노동자의 권리 등이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해서 혁신적 으로 바뀌었습니다. 영국에서 시작되어 전 유럽으로,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백여 년의 시간이 걸렸으나 지금도 진행중이 라고 나는 봅니다. 이 산업혁명 이후 영국의 모든 회사와 공장에서는 오전과 오후에, 잠시 쉬는 시간이라는 티타임 이 정립되었습니다. 오늘날 영국의 아무리 작은 사업장이라 하더라도, 홍차 키트와 몇 가지의 과자가 준비되어 있어 노동자들의 작은 즐거움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도 많은 곳에 서 이런 시간이 공식적으로 확정되어 있으나 비공식적인 곳이 더 많습니다.
그러나 이런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티타 임과는 달리, 귀족과 상류층의 티타임은 전혀 생각치 않은 구도로 펼쳐지고 있 었습니다. 어느새 티타임은 재력과 권 력의 무게를 재는 척도로 변했고 여성 특유의 허영끼와 자랑질을 마음대로 할 수있는 무대로 변질되고 있었습니다.
오늘 내가 티타임에 초대되어 새로운 티포트와 차 도구들을 보고, 전혀 생소 한 비스킷과 케잌을 보았다면 다음의 티타임엔 그것보다 뛰어나고 새로운 뭔 가를 보여주어야만 했으니까요.
여기에 기름을 부은 세력이 등장했으니 바로 부르조아입니다. 원래 부르조아 라는 말은 성 안에 사는 일반의 부유한 백성들이라는 뜻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중세의 유럽은 봉건 영주제로 귀족의 봉토와 성 안에서 백성들이 살았습니다.
농토는 모두 귀족의 영지에 속했으나, 상업과 기술의 발전 등으로 유산 계급이 된 부유한 주민들이 점차 두각을 나타내어 귀족들의 틈새를 파고 들었습니다.
티타임은 우정과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 되는 중요한 시간으로 자리잡았고, 부르조아 계급은 귀족들과의 금전 관계가 맞물려 티타임이나 파티의 귀한 손님들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자본력과 누구 보다 빠른 구매력으로 중국과 일본에서 에서 사들인 진귀한 다구들을 선보였습 니다. 귀족들과 상류층들은 생전 처음 보는 동양의 아름다운 차 도구에 완전히 매료되고 말았습니다. 유럽에 오리엔 트 열풍이 부는 계기가 되었고 도자기를 비롯,의상이며 민화까지 귀족들은 마구 잡이로 사들였습니다. 민화 우키요에는 원래 일본의 서민 생활이나 카부키배우 들,게이샤들의 농염한 성풍속을 그린 목판화인데 선명한 색감과 처음 보는 그림의 선이 유럽인들을 매료시켰습니 다. 그들로서는 처음 대하는 그림들이 었고 신비로운 색감과 선은 놀라운 선망 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우키요에가 유럽에 처음 들어간 것은 정상적인 수입 에 의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차 도구를 유럽에 보내기 위해 포장한 종이가 바로 우키요에 목판화를 찍은 그림이었던 겁니다. 목판화에 대고 그 림을 얼마든지 재생산해낼 수 있기에, 일본인들은 귀중한 도자기를 포장하는 포장지로 사용했습니다. 원래 우키요 에는 가치있는 예술품이 전혀 아니었습 니다. 일본의 저속한 풍습을 자유롭게 그린,일종의 민화였고 일본 만화의 시작 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우키요에에 유럽이 반했고 그 색다른 그림에서 예술 을 발견했습니다. 포장지에 지나지 않았던 우키요에의 가치를 알아본 것은 유럽인들이었으며, 그로 인한 일본풍이 얼마나 만연했는지 모릅니다.
유럽의 모든 예술에 일본풍이 스며 들었 고 예술가들도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일본 특유의 색정적인 누드와 거침없는 방사 장면을 ,일본적인 색채와 선으로 채운 우키요에는 오랜 세월에 걸쳐 선풍 을 일으켰습니다. 차 한 잔이 일으킨 기적은 이것 뿐만이 아닙니다.
도자기와 제과 기술의 혁신적인 발전을 가져왔고,현재 전 세계에서 고가로 팔리 는 명품 그릇들의 대부분은 티타임의 경쟁 의식이 만든 결과물입니다. 존 후작 부인이 어느날 월리엄 공작부인의 티타임에 참석해서 새로운 다구와 과자 들을 보고 맛 보았다면,다음 모임엔 더 좋은 그릇,과자,꽃장식 등을 기어이 해 놓아야 직성이 풀렸고 또 다른 귀족부인 들, 역시 마찬가지 였습 니다. 수요가 있 으면 생산은 이루어지게 되어 있습니 다. 원래 유럽은 도자기가 귀해서, 중국 에서 수입된 자기 그릇들은 왕후 귀족들 외엔 사용하지 못 했습니다. 도자기는 은그릇과 함께, 자물쇠가 있는 거대한 장에 보관되는 귀중품이었지요. 도자기에 대한 안목이 넓어지면서 수입 품에 만족하지 않고, 좀 더 아름답고 좀 더 흰 빛의 도자기를 갈구하는 마음들이 커졌습니다. 어떤 차색이든 새하얀 잔 에 담기는 차의 빛깔이 가장 아름다웠으 니까요 .
-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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