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자"를 지워주세요. [픽션]
문신 하나가 나를 평생 굽어진 어깨로 살게 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나의 손등에 새긴 "춘자"
문신이라고 하는 그것이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할 줄은 몰랐고
문신은 아무 때나
지울 수 있다고 생각했고
나는 춘자 손도 한번 못 잡고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
손등에 새길 즘에는 춘자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고 뭐든 좋았고 즐거웠고
나는 춘자가 먼발치서 지나가면 내 가슴은 벌렁벌렁 불탔다.
온통 춘자로 가득한 내 몸은 카본이 가득 든 카본 강철 통에서 검은 가루가 새어 나오듯 숨길 수 없이 춘자가 마구마구 새어 나왔다.
나는 춘자가 내 손등의 글씨를 한 번쯤은 볼 줄 알았는데...
기대가 절망으로 바뀌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느 날 춘자가 다른 남자와 팔짱 끼고 걸으면서 나를 본체만체했다.
발걸음은 따라가지는 않았지만 내 마음은 브레이크 없이 춘자를 향해 따라가고 있었다.
돈을 모아 손등의 문신을 레이저 치료를 받아야겠다고 벼른 지가 십 년이나 되었다.
손 한 번 잡아보지도 못하고 손등에 새긴 "춘자"라는 문신이 이렇게 한 사람의 인생에 커다란 짐을 지고 갈 줄 몰랐다.
손등에 새긴 문신은 돈 벌어 병원에서 레이저로 지우면 되겠지만 마음에 새겨진 문신은 어떻게 지우는지 가르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