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남북 간 긴장 속 NLL 분쟁 방지해야”
[RFA] 워싱턴-박수영기자 2022.07.10
▲2014년 4월 13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측 백령도 바닷가에 한국군이 설치한 상륙방지용 스파이크 모습. 서울보다 평양에 근접한 백령도는 모래언덕을 가로지르는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다. 북방한계선이 북한 해안선의 일부를 둘러싸고 있어 남한과 북한의 분쟁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북방한계선은 1950-53년 한국 전쟁 말기에 작성되었고 북한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Reuters
앵커: 올 해 3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발생한 북한 선박의 월선 사건 당시 탑승했던 북한 주민들에 대한 한국 정부의 합동조사에 통일부가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또 3년 전 북방한계선을 넘은 북한 선박 예인을 두고 당시 청와대가 합참의장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북방한계선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 내 정치권의 논란과 별도로 남북 간 해상 군사분계선인 북방한계선(NLL)이 법적으로 모호한데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며 남북 긴장 상태가 지속되는 현 상황에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미국 해군참모대학의 테렌스 로우릭 교수가 강조했습니다.
한반도 군사문제 전문가인 로우릭 교수는 올 10월 출판 예정인 ‘해양 회색지대 전략 (Maritime Gray Zone Operations)’ 논문의 저자 중 한명으로, 북방한계선이 정해진 날짜와 이를 공표하는 공식 문서를 추적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습니다.
<기자> ‘해양 회색지대 전략’ 논문 중 교수님께서는 북한의 회색지대, 특히 남북한 사이의 북방한계선 (NLL)에 대해 연구하셨는데요. 어떤 내용인지 간단히 짚어주시죠.
▲미국 해군참모대학(US Naval War College)의 테렌스 로우릭 교수.
테렌스 로우릭: 한국 전쟁이 끝나갈 무렵, 남북 양측 간 휴전 협상에 따른 세부 사항을 타협하기 위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DMZ), 전쟁 포로들, 그리고 휴전에 관한 사항들을 일부 정할 수 있었지만, 해상경계선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북한이 영해 기준 12해리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데 반해 당시 유엔군 측은 영해 기준 3해리로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양측 모두 해상경계선이 합의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휴전협정을 지연할 수 없었고 그래서 휴전 당시 해상경계선이 정해지지 않은 겁니다. 하지만 머지않아 해양경계선의 필요성은 명확해졌고 1953년 8월 30일 유엔군 사령관은 오늘날 북방한계선과 같은 곳에 해양경계선을 정했습니다. 서해와 마찬가지로 동해에도 해양경계선 즉, 북방한계선(Northern Limit Line, NLL)이 정해져 있는데 서해만큼 분쟁이 일어나지는 않고 있습니다.
<기자> 북방한계선이 정확히 언제 정해진 건지 확실하지 않다고요?
테렌스 로우릭: 네,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는 북방한계선의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입니다. 북방한계선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면, 대체로 북방한계선은 1953년 8월 30일 유엔 사령부가 공표했다고 말합니다. 원문의 출처를 알기 위해 논문에 쓰인 각주를 바탕으로 인용한 문서를 찾아보면, 그 인용된 문서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아무도 북방한계선이 무엇이고 언제 지정되었는지를 명시하는 실제 문서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원문이 소멸됐거나 아무도 찾지 못한 곳에 묻혀 있을 가능성이 큰 듯합니다. 그 원문이 작성될 당시 이토록 큰 영향력을 가진 문서가 되리라 생각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일시적인 군사 명령이나 해군 작전 명령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듯합니다. 문제는 그 문서가 매우 중요한 공식 북방한계선을 규정해버렸다는 겁니다. 다만 문서를 추적하기 위해 거슬러 올라가면서 알게 된 점은 문서가 1953년 8월 30일 실제로 작성됐음을 암시하는 다른 문서들이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심지어 북한의 일부 정보원들도 1953년 8월 30일 해상경계선이 정해졌다는 것을 암시하는 문서를 발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북방한계선을 정확히 명시한 문서는 찾지 못했습니다.
▲북방 한계선과 북한 주장 서해 해상경계선(그래픽). /연합
<기자> 논문에 따르면, "북방한계선은 국제법에 법적 근거가 없으며 영해 분할에 관한 최소한의 조항도 준수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북방한계선이 법적 효력이 없다는 건가요?
테렌스 로우릭: 네, 그렇습니다. 북방한계선이 실제로 법적 효력이 있는지에 의문점이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엔해양법협약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 UNCLOS)에는 한 국가의 영해가 다른 국가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인접해 있을 때 인접한 두 국가의 협상을 통해 경계선을 정하고 이에 예외가 없어야 한다고 쓰여 있습니다. 북방한계선은 그런 식으로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비록 북방한계선은 유엔해양법협약이 정해지기 전에 그어지긴 했지만, 북방한계선이 정해진 과정에는 많은 의문점이 남아있습니다. 남한은 해양경계선에 법적효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북한은 불법적으로 정해졌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이를 두고 남북 간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북방한계선은 공식적으로 합의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남한 측은 북한이 20년 동안 북방한계선에 항의하지 않았을뿐더러, 안보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한반도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이 선은 그대로 유지될 것 같습니다. 또 동시에 이는 북한과 남한 사이에 중요한 분쟁 요소로 남아있을 겁니다.
<기자> 북한이 북방한계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왔는데, 북한이 현재 정해진 북방한계선에 반대하는 주요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테렌스 로우릭: 북한에도 세 가지 중요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지만 남한에는 어느 정도 겹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선 어업권인데요. 해상경계선으로 어업이 제한된 구역에는 매우 풍부한 수산 자원이 있습니다. 특히 여름철인 6월에 꽃게가 이곳을 지나는데 이 북방한계선 때문에 북한 측의 어업활동이 제한됩니다. 두 번째는 교통과 그에 따른 추가 비용입니다. 선이 그어진 지도를 보면 북한 선박들이 서쪽의 항구를 통해 북방한계선을 우회해야 서해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이는 연료와 시간 등 운송 비용을 추가로 들게 합니다. 이는 북한의 관점에서 중요한 부분일 것입니다. 마지막은 보안입니다. 안보문제는 굉장히 까다로운 부분입니다. 북한이 원하는대로 북방한계선을 수정하면 북한군이 군사 정보수집 등을 위해 남한 연안에 훨씬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의 관점에서 보면, 북방한계선 수정은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현재 남한이 소유하고 있는 서북쪽 5개 섬들인 백령도, 대청도 등은 남한이 통제하고 있지만 북방한계선을 원칙대로 다시 그린다면, 엄밀히 말해 그 섬들은 북한 영해에 소속될 것입니다. 그리고 북한은 과거에 “필요에 따라 한국이 그 섬들을 지켜내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 66세의 어부 김호순씨가 2014년 4월 12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 백령도에서 입수를 준비하고 있다. 수 세대에 걸쳐 이 섬에 정착해 온 현지 어부들의 어업 활동이 북방한계선(NLL)에 의해 크게 제한됐다. /Reuters
<기자> 북한과 중국은 ‘회색지대’에 대한 반응이 다르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다른가요?
테렌스 로우릭: ‘회색지대(gray zone)’란 특정 국가가 현 상황을 바꾸려고 할 수 있지만 분쟁이나 그들의 행동이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이나 전쟁을 일으킬 수 있어 정체상태인 지역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평화는 아니지만, 전쟁도 아닌 그 사이에 있는 지역을 뜻합니다. 현상이 유지될 수도, 변화를 위해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는 위태로운 상태입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남중국해 그리고 동중국해에 이러한 회색지대를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중국의 관점에서는 주로 민간 자산에 관한 것입니다. 즉, 중국과 직접적인 충돌은 일으키고 있지 않지만, 이익을 위해 작은 충돌이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반면 북방한계선은 군사적인 의미의 회색지대를 의미합니다. 즉, 국력을 사용하여 행동을 밀어붙이는 것입니다. 북한은 실제로 수년에 걸쳐 회색지대 즉, 북방한계선에 해당하는 지역을 되찾기 위해 국력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한국이나 미국과의 전면적인 갈등을 촉발하려는 방식이 아니라, 북방한계선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며 바꾸려고 노력합니다.
<기자> 북방한계선이 중요한 이유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테렌스 로우릭: 어업권 등 경제적 요소가 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양지대가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곳인데도 불구하고 그 위험성이 과소평가 된 곳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또 북방한계선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충돌이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선박이 침몰당해 여러 선원이 희생됐습니다. 그래서 만약 남북 간 충돌이 일어난다면, 그 충돌 지역이 북방한계선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지역의 안전을 보장하고 경계를 늦추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도 해양지대가 경계가 명확하지 않고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지역에서 우발적인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한국의 안보에 중요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2018년 4월 24일 국군 장병들이 '북방한계선' 해양경계선 인근 연평도 북한 해안(가운데) 앞 해변을 빠져나오고 있다. /AFP
<기자> 남·북·미 정상회담에서도 북방한계선을 둘러싼 논의가 끊이지 않았지만, 양국 간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북방한계선의 미래는 어떨 것 같습니까?
테렌스 로우릭: 북방한계선 자체에 변화가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지역은 ‘관리’해야 할 분쟁지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능력뿐 아니라 재래식 전력도 현대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북한의 해군력은 여전히 한국보다 훨씬 뒤처져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북한이 분쟁을 지속하기는 매우 어려우리라 생각합니다. 북한은 분명히 북방한계선에 대해 외교적으로 항의할 권리를 가지고 있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 과거처럼 무력에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반도의 안보가 개선되기 전까지는 이 분쟁이 물리적인 충돌을 야기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네,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북한 북방한계선에 대한 쟁점과 향후 전망을 들여다보는 시간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미국 해군참모대학의 테렌스 로우릭 교수와 함께 했습니다.
[rfa] https://www.rfa.org/korean/news_indepth/nk_nuclear_talks-0708202217243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