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장날
장터에서의 느낌 한 꼭지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
그날의 전경이 기억되어지고
기억과 함께 가슴 한켠이 저릿한 게
아무래도 끄집어내 펼쳐놓으면 쉬워질까 하는 마음입니다.
설 전의 마지막 장날이라서
시장안은 참 복닥거렸습니다.
고사리며 취 토란대 등
나물꺼리들은 지난 봄과 가을 묵나물로 갈무리했기 때문에
그 외 필요한 몇 가지를 준비하고자 시장안을 누볐습니다.
대충 구입이 끝나 차를 세워둔 곳으로 가던 중
시장통에서 훌적 벗어난 도로가에 세워진
경운기 한 대가 눈에 들어오겠지요.
어쩌면 시장을 도는 동안 내내
겉절이나 쌈용으로 봄동을 몇 포기 살까 말까 갈등하다 포기한 상태였기 때문에
경운기 뒤에 가득 실린 봄동이 먼저 눈에 들어왔을거예요.
산 물건들을 차에 던져넣고
경운기에 다가가 봄동을 만져보니 상태는 아주 좋은데
장터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난전을 벌여
별로 많이 팔리지 않았는지 봄동이 많이 쌓여있더라구요.
가격을 묻는 제게 할머니와 손자인 듯 한 아이가
두 포기에 천원이래서
여섯 포기 삼천원어치를 샀더니 덤으로 한 포기 더 얹어주시려 하겠지요.
괜찮다며 손사래를 치고 잔돈이 없어 만원짜리 내밀었더니
중 3 정도 되어보이는 그 사내 아이가 주머니를 헤집어 몽땅 끄집어내는데
천원짜리 지폐만 가득...
그날따라 날씨가 어찌나 추웠던 지
시리다못해 벌겋게 언 손으로 잔돈을 헤아리려 애쓰지만
손가락이 얼어 잘 세지를 못하더라구요.
나서서 세어 챙겨오는데 가슴이 싸아한 게..
차 뒷자리에 봄동을 넣어두고 되돌아가
삼천원어치 더 달래서 가져왔습니다만
아이의 벌개진 손등과
모두 합해 이 만원이 될까 말까한 지폐와
할머님의 좁은 어깨가 떠오를때면 천원의 부피가
상당한 크기로 느껴지곤 합니다.
첫댓글 가슴찡한 이야기 글로 올려주시어 감사 합니다
누리님의 그 고운마음이 느껴집니다.
누리님의 따뜻한 가슴이 풋풋한 내음으로 밀려와 시린 손을 따뜻하게 합니다.
시골살이 하면서 그런 저림증세 자주 경험합니다. 특히 장날이면 나물 몇 줌 양푼에 담아와 오가는 사람들을 애잔하게 바라보시는 할머님들 자주 뵙습니다. 그분들 거의 홀로이시거나 손자손녀들 키우고 계시는 분들인. 옆 동네 스키를 즐기는 도시인들의 군것질 꺼리로 안되는 푼돈을 위해 추위랑 싸우시는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