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붕괴현상
김덕중 교육부 장관은 지난 10월26일 서울고등학교가 개최한 '교실 모습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 참석, 교실붕괴 현상을 우리 교육이 당면한 총체적 위기로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주력하겟다고 밝혔다. 김장관은 특히 "학급붕괴 현상을 극복할 열쇠는 교사들이 쥐고 잇다"며 "거대한 학교체제를 한꺼번에 바구려는 접근보다는 교육여건 개선과 교원사기 진작에 역점을 두고 대처해나가겟다"고 강조했다. 도 "잘못이 있으면 모두 남의 탓으로 돌리려는 사회풍토와 달리 학교교육을 바로 잡기 위해 스스로 변해야겠다는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대, 우리 교육은 다시 설 수 있다"고 강조하고 교육가족 도무의 자성을 당부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와 시.도교육척은 물론 일선하교 현장에서도 '우리 힘으로 학교를 살지자'는 움직임이 점차 확산돼나가고 있다. 당면한 교육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교육개혁을 흔들림 없이 수행해나가기 위한 교육가족 모두의 지혜가 절실한 때다.
학교 살리기 교실붕괴란 학급에서 수업이 이루어지지않고 학생에 대한 교사의 생활지도가 전혀 작동하지 않으며 교권이 위협 받아 결과적으로 학교교육의 본질적 기능이 약화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최근 들어 급속히 사회문제화 된 교실붕괴 조짐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했으나 우선 현교육이 대입 수능시험 준비에 치 중한 나머지 학생의 수업태도, 생활 지도, 인성교육 등을 소홀히 한 데 일차적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학교교육보다 학원교육을 신회하고 있으며 수업시간 중에 잠을 자는 등 학교공부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 요즘의 청소년들은 기성세대와는 달리 경제성장의 과실을 항유하며 소비적이고 향락적인 문화에 길들여진 세대인데다, 기성세대와 기존질서의 권위에 저항하는 청소년기 특유의 문화적 특성도 상승작용을 해 교실붕괴가 가속화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학교생활에 불만을 가진 학생이 다수 존재한다는 것도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교사의 경우 학생교육에 대한 열정이 부족하고 정년단축과 각종 교권침해 사례, 언론의 질타 등이 잇따르면서 사기가 급속도로 저하되고 있는데다 급변하는 청소년 문화에 대한 대응 및 수용태세가 미흡해 교실붕괴현상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더욱이 교사나 학교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신뢰가 부족하고 핵가족화가 진전되면서 자녀에 대한 과잉보호와 가정교육 부재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교실붕괴를 재촉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규정과 법령을 어겨서라도 내 자식만 잘 키우면 된다'는 내 자녀 이기주의가 학부모들 사이에서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 과밀학급, 과대학교 등 열악한 교육환경과 청소년의 놀이 공간 부족, 체벌의 완전 금지나 새 대입데도에 대한 그릇된 이해, 교육에 대한 매스컴의 부정적 보도도 교실붕괴를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외국은 어떠한가 일본에서는 80년대에 이미 등교거부,이지메,교내폭력 등 '교실붕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 90년대 후반 들어서는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수업은 커녕 집단생활 자체가 불가능한 '교실붕괴'현상이 본격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연간 30일 이상 등교하지 않는 초.중학생이 20만여명으로 추산되고 97년에는 전체 고교생의 2.6%인 11만명이 자퇴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생의 경우 학력 저하 및 자율성과 독창성 부족이 심각한 수위에 이르렀다는 진단이 나올 정도다.
일본 문부성은 교실붕괴의 원인을 학생의 정서 불안과 교사의 지도력 부족, 학교의 협조체제 미비 및 가정의 무관심 등으로 진단하고 일선학교의 재량권 확대 및 국제화.정보화에 대한 대비를 주요 골자로 한 '새 학습 지도요령'을 제정해 초.중학교의 경우 오는 2002년도부터 고등학교는 2003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밖에 교과담임제를 확대하고 퇴직교사를 보조교사로 활용하며 교사가 애로사항을 털어놓을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일본 문부성은 교실붕괴 현상을 극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미국에서도 80년대 레이건 행정부가 작성한 '위기의 국가'에서는 교육력 강화를 주창한 바 있으며 그 이후 계속되는 중도 탈락과 '학교실패(school failure)'라는 개념으로 쟁점화 되고 있다.
교육부 대책은 뭔가 교실붕괴를 극복하기 위해선 우선 만병통치약은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즉 거대한 학교체제를 한꺼번에 바꿀수 있다는 접근방법은 현명하지 못하며, 교실붕괴 현상을 표출되고 있는 학생들의 뒤틀린 권리 찾기 움직임을 교육적이고 생산적인 활동으로 바꾸어갈 열쇠는 바로 교사가 쥐고 있다는 인식에 기초해 대응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2002학년도 새 대입전형에서는 학생의 수업태도, 생활태도 등 학교 내 모든 교육활동을 기록한 학교생활기록부가 대입 전형자료로 활용되는 바, 교육부는 그 반영비율을 높임으로써 학생의 학교생활이 올바르게 정립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또한 향후 5년간 교육여건개선,교원증원,담임수당의 연차적 인상, 교사 1인당 학생 수 감축 등의 시책을 펴 교원의 사기 진작과 권의 회복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다음은 교육부가 수립한 학습분위 쇄신대책의 주요골자다.
학생 욕구에 맞는 학습체제 구축
첫째, 소질과 적성을 중시하는 새 대입제도를 조기에 정착시킨다. 이를 위해 2002학년도 새 대입제도에 대한 홍보를 강화한다. 즉 학교성적과 학습태도가 중요한 변수이며 수능점수는 참고자료임을 강조하는 한편, '공부를 하지 않아도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새 대입제도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켜나가고 각급 학교의 진학.진로지도를 강화한다.
둘째, 학생들의 급변하는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에 대한 교사의 이해를 증진시킨다. 학생과 교사간의 대화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학급활동을 강화하고 학생의 관심사에 대한 '쪽지 상담'을 수시로 실시하는 등 학생상담 활동을 활성화한다.
셋째, 학력부진 학생 책임지도제를 도입한다. 학력부진 학생에 대한 교사의 지도를 독려하기 위해 지도실적을 교원의 근무평정에 반영하고 교대.사대 재학생이 학력부진 학생을 일정기간 지도한 경우 학점 인정 및 신규 채용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넷째,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과 태도를 함양한다. 독서의 생활화를 위한 지도를 강화하고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한 경험을 발표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는 등 자기주도적 학습태도 배양을 촉진한다.
다섯째, 다양한 특기.적성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적용한다. 학생이 희망하는 각종 동아리와 클럽활동의 편성, 운영을 활성화하고 외부인사 초청행사 등을 활발히 개최해 창의성과 인성 계발 기회를 제공한다.
교원 사기 진작과 전문적 권위 회복
첫째, 향후 5년간 매년 2천명씩 교원을 증원해 교사의 수업부담을 경감하다.
둘째, 담임수당을 내년에는 6만원으로, 2002년에는 10만원으로 인상하는 등 교원의 처우 개선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한다.
셋째, 교사가 애로사항을 털어놓을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이를 위해 시.도교육청별로 '(가칭)교권침해구제반'을 운영하고 수업 개선 및 학생 지도와 관련해 '(가칭)교원상담창구'를 개설한다.
넷째, 수업 및 학생 지도에 관한 교사의 전문성을 제고한다. 학습내용과 방법에 불만을 가진 학생 지도에 관한 교사연수를 대폭 강화하고 상담, 행동 수정, 선도등에 대한 현직연수를 활성화한다.
다섯째, 학교장의 지도력 강화 및 교권 회복을 위한 학교운영을 유도한다. 이를 위해 학교운영과 관련한 학교장의 자율권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가는 한편 교권 회복과 학습권 보장을 학교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 추진해나간다.
학교공동체 구성원간의 협력 강화
첫째, 법령과 규칙이 준수되는 학교풍토를 조성한다. 이를 위해 학생, 학부모, 교사 등 학교공동체 구성원의 민주적 합의를 기초로 학생선도규정 등 제 규정을 제정하도록 학교 토론문화를 활성화한다.
둘째, 아버지의 학교방문이나 수업참과 기회를 늘리고 여론주도층의 학교방문 기회를 확대함으로써 교원.학생.학부모.지역사회간의 협조체제를 강화한다.
교육여건의 지속적 개선 추진
첫째, 오는 2003년까지 학급당 최대 학생 수를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35명, 고등학교는 40명으로 감축한다.
둘째, 시.도교육청 평가를 격년제로 실시해 교육청과 일선학교 현장의 업무 부담을 최대한 경감시킨다.
셋째, 청소년들의 욕구를 발산할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 등을 확보, 건전한 청소년 문화를 창달해나간다.
넷째, 각종 대안학교의 증설을 추진해 99년 현재 10개교에서 2000년에는 12개교로 늘린다.
이상의 대책을 차질 없이 시행해나가기 위해 교육부는 지난 10월 한국청소년개발원에 청책연구를 의뢰했고 11월부터 올 연말까지 교육부 실무자들이 직접 일선 교육청을 방문, 정책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또 12월중으로 시.도교육청의 우수사례를 발굴, 보급하는 한편 시.도교육청 초.중등교육과장, 지역교육청 학무국장 들을 대상으로 '교육현안 종합대책 마련을 위한 워크숍'을 개최할 예정이다.
시.도교육청별 대책 각 시.도교육청은 교육현장 중심으로 교실붕괴 원인을 분석해 자체적으로 대책을 수립,추진하고 분기별로 자체점검을 실시해 추진하고 분기별로 자체점검을 실시해 추진실적을 매분기말 기준 다음달 5일까지 교육부로 제출키로 했다.
다음은 각 교육청 교실붕괴 대책의 주요 내용이다.
먼저 서울특별시교육청은 '교실 수업 제 모습찾기'와 '학생 생활지도 바로 하기', '교육정책.시책의 현장 뿌리 내리기'를 중점 추진키로 했다. 또 교육상 필요한 체벌은 수용해야 한다는 분위기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학생생활지도연구소'를 설치, 운영하며 중도탈락 학생을 위한 별도의 지도기관을 설립, 운영키로 했다.
부산광역시교육청은 교사와 학생의 관계 개선을 위해 교사.학생.학부모.지역사회.동창 및 매스컴이 함께 하는 '제자사랑 스승공경'의 풍토를 조성하고 학생지도에 대한 교사와 학부모간의 전화상담을 철저히 기해나가기로 했다.
대구광역시교육청은 2002학년도 대입제도에 대한 홍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학교교육 내실화를 위한 장학지도와 교과 및 생활지도 관련 연수를 강화하는 등 교원의 전문성 신장을 통한 학교교육의 신뢰회복을 중점 추진키로 했다.
광주광역시교육청은 '두레'조직 운영을 통해 학생 생활지도를 실시하고 학생폭력 예방 지원봉사자 연합회를 구성, 운영하는 한편 건전한 청소년 문화 창달을 위해 '청소년 예술의 거리'를 조성하고 특기.적성 교육 및 클럽활동의 인력풀제를 운영키로 했다.
대전광역시교육청은 중퇴복교생의 재입학 기회를 1회에 한해 허용하고 2차시부터는 대안학교나 방송통신 고등학교 입학을 장려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며 초.중등 보통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인식을 지속적으로 계도해나가기로 했다.
울산광역시교육청은 교육적 체벌을 허용하고 대안학교 등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락교 자체 프로그램의 활성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교사들이 부단한 자기연찬을 통해 수업의 질을 높이도록 유도하고 공문서를 감축하며 특기.적성교육의 수준을 제고하기로 했다.
경기도교육청은 학생들의 취약한 자아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자기탐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교사 스스로 자정운동을 통해 학부모의 불신감을 해소하는 데 역점을 둘 계획이다. 아울러 학교운영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각 교육주체의 인식전환을 유도하기로 했다.
강원도교육청은 학교장에게 학교경영의 자율권을 부여하고 교원들의 적극적인 학생교육을 위한 법적장치 보와 및 교원권익 보호장치 마련을 추진하는 한편, 교육 홍보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장단기적 교원수급 대책과 교육재정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충청북도교육청은 현실에 맞는 규칙 재정 및 엄격한 교칙 적용으로 학생생활지도권을 확립하고 학교 부적응 학생에 대한 특별지도 방안을 수립, 대안교육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경찰 및 유관기관과의 협조로 교외 생활지도를 강화하기로 했다.
충청남도교육청은 적극적인 수업 참여를 위해 제7차 교육과정 운용에 대한 특별지침을 마련하고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 개념을 적극 도입해 교수.학습 방법 및 여건을 개선해나가는 한편 교육 유해환경 정비에 대한 범정부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로 했다.
전라북도교육청은 교육현장의 요구 수렴과 자발적 참여, 창의를 이끌어내는 장기 비전 제시를 통한 새 학교문화 창출과 가정의 교육적 기능 회복을 위한 학부모교육 강화, 교권 회복과 스승 존경 풍토 조성을 위한 범사회적 운동의 전개 등을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전라남도교육청은 기초.기본교육을 철저히 함으로써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고 교사의 책무성과 학생의 학력에 대한 책무성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학교별로 학칙을 보완하고 엄격히 적용토록 하는 한편, 교육관련 NGO와 학교 살리기 운동을 전개해나갈 방침이다.
경상북도교육청은 학생의 성취수준에 맞는 수업과 개별지도 강화를 기하고 교수기술 연마로 존경받는 스승상을 정립해나갈 계획이다. 또 상담 등 적절한 학생지도로 문제학생에 대한 효율적 지도를 꾀하고 학생지도에 대한 학교.가정.사회의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해나가기로 했다.
경상남도교육청은 학교와 지역적특성에 따라 학생 자치활동의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다양한 체험학습과 인성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학부모 대학 및 상담자원봉사제의 운영을 통해 가정 및 사회와 연계해 학생상담을 활성화하고 생활지도 강화를 위해 지역연합 교외지도반과 학부모 순찰대를 운영할 방침이다.
제주도교육청은 전교사담임제를 추진하고 '제 학년 제 학력 갖추기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또 스승 찾기 운동, '교육의 큰 어른' 초청강연, 존경받는 교사 되기 운동을 통해 교사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개방형 학교로의 전환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