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과 만덕의 표징 ‘만(卍)자’
만자 ‘卍’은 불교의 상징이고 길상(吉祥)을 뜻한다. 《화엄경》에서는 “여래의 가슴에 상(相)이 있다. 이 형상은 卍자와 같다. 이를 길상해운(吉祥海雲)이라 한다” 하였다. 불교에서는 이 문양을 ‘상서로운 상’, 곧 길상의 상징으로 삼으며 동시에 부처의 경지를 나타내는 불심인(佛心印)을 의미한다고 본다.
부처님께서 갖추고 계신 뛰어난 32가지 모습(三十二相) 가운데 하나이고, 은밀하여 눈에 띄지 않는 80가지 모습(八十種好) 가운데 하나도 이 卍자가 있다. 그러므로 불교의 상징인 만(卍)자는 부처님의 가슴이나 손발에 나타나는 만덕(萬德)을 상징한다.
卍자는 사찰 건물에 불교의 상징으로 가장 흔하게 그려져 있으며 그밖에 건물의 서까래와 기와, 탑비의 귀부(龜趺), 불화 등 여러 방면에 나타나 있다. 단청 문양으로 자주 등장하는 卍문양은 글자이기 전에 일종의 상(相)이요, 상징형이다.
문양 ‘卐’은 범어(梵語)로 스바스티카(Svastika)라 하며, 원래는 글자가 아니라 상(相)이요, 상징형이다. 이 상징형은 중국에서 ‘卍’이라는 글자로 개창(改創)되기 이전부터 고대 인도를 비롯하여 페르시아, 그리스 등 여러 국가의 장식미술에서 사용되었으며, 브라만교와 자이나교 등에서도 이 문양을 사용해왔다.
당나라 측천무후 장수(長壽) 2년(693)에 불교의 길상상(吉祥相)을 표현하기 위한 방편으로 卍 모양의 글자를 만들어 정식 문자로 채택하였으며, 만덕(萬德)이 모였다는 뜻을 새겨 ‘萬’자로 읽었다.
‘卍’이 오른쪽으로 도는 형태를 갖추고 있는 것은 우주와 태양계의 회전 운동에 동조하는 원만유전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십자형의 네 가지[枝]가 지니는 중요한 의미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지구의 한끝에서 다른 끝으로 옮겨가는 태양의 궤적에 따라 공간이 분할된다는 사실이다.
《화엄경》에는 부처님의 모발이 오른쪽으로 말려 올라가고 청정하게 빛나면서 卍자로 장엄하였다고 했으며, 여기서 卍자는 부처님의 모발이 오른쪽으로 말려 올라간 모습을 가리킨다. 《신화엄경론》에는 가슴에 卍자가 나타나는 것은 업이 청량하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한다.
중국과 한국 등과 같이 대승불교권에서는 卍자를 사찰을 나타내는 표지로 삼고 불교용구 등에도 새겨 사용하고 있지만, 남방불교권에서는 둥근 법륜을 불교의 상징으로 사용하고 卍자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참고: 사찰 장식 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中에서
[출처] 길상과 만덕의 표징 ‘만(卍)자’|작성자 일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