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산행기
서울건축사등산동호회 관악산 산행에 참가하기 위해 사당역으로 나가서 공지된 6번 출구 앞으로 나가 먼저 온 회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출발시간이 되기까지 속속 회원들이 도착해서 평소보다 참가한 인원이 많았다. 오랜만에 다시 보는 회원도 있었다. 모인 사람중에는 발을 다쳐서 산에 오르지 않고 뒤풀이만 참석하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날씨가 맑고 포근해서 산행에 나서는 마음을 더 상쾌하게 했다.
10시에 그 곳을 출발해 산행 들머리를 찾아 갔다. 오래전에 이 코스로 올랐던 때가 떠올랐다. 그 때는 선거철이어서 곳곳에 홍보물이 많이 붙어 있었다. 들머리까지 지나는 길이 도시 가로여서 여기저기 기억에 남아있는 건물과 공원등이 보였다.
10시 16분 관악산 들머리에 들어섰다. 일행들이 그 입구 벤치에 배낭을 내려 놓고 겉옷을 벗어 넣었다. 2월 중순으로 접어드는 때 치고 기온이 높아서 사당역에서 걸어오는 동안 열기가 생긴 것 같았다.
오늘은 시산제가 있어서 정상은 가지 않고 마당바위까지만 가기로 했다. 야트막히 경사진 길을 지나 둔덕진 곳에서 좌측 연주대 방향으로 향했다. 길이 완만하고 아는 길이어서 편안하게 걸을 수 있었다. 날씨가 좋아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길을 걸으며 옆 사람끼리 계속해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옆쪽에 걷던 비교적 연배가 높은 편인 회원들이 아까 마스크 때문에 잘 몰랐었다며 다시 인사를 나누고 도란도란 예기를 하며 걸었다. 내가 전에 자주 참석했던 윤건축사님을 요새는 뵐수가 없다고 하자 한분이 얼마전에 만났다며 이제 연세가 있어서 오기 힘들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나이가 70대 중반을 지나면 산행이 무리라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일본 북알프스 산행 등 그 분과 함께 했던 산행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막을 수 없는 세월의 흐름속에서 모두에게나 다 닥치게 될 상황이라는 것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암릉지대를 지나가다 계곡을 건너 다시 완만한 오름길로 접어들었다. 북사면이라 지나는 계곡에 얼음이 얼어 있었다. 점차 고도가 높아지면서 시야가 넓어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약수터가 있는 휴식 장소에 도착해 잠시 쉬었다. 그 입구에 관악산 선유회(仙遊會) 회원 이름이 새겨진 표지석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 회에서 그 공간을 조성한 것 같았다. 여기는 그리 높지 않고 약수터와 베드민턴 장이 있어서 동네 사람들이 산책 삼아 많이 들르는 장소인것 같았다.
서울 시내쪽이 바라보이는 그 언저리로 가서 스케치를 하다보니 옆에 있던 두분이 “나이 먹어 친구가 없으면 빨리 가는게 좋아” 하며 예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말이 인생을 오래 살아온 끝에 하는 말이라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마다 다 생각이 다를 것이다. 스스로 자신의 세계를 천착해가는 전문가나 예술가 등은 상대적으로 세월에 쫒겨서 그런 의식을 잘 갖게 되지 않을 것 같았다.
휴식을 마치고 다시 출발해 능선에 오른다음 좌측길로 가다 길을 넘어가는 안부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올랐다. 점점 암릉지대가 더 많이 나타났다.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 바위 표면이 닳아 있었다. 그리도 길이 바위여서 깊게 패여나가지는 않았다. 길 우측에 이어진 바위 옆으로 벼랑을 지나 오른다음 좌측으로 조금 올라서니 정상인 연주대가 보였다. 오늘 목표로 한 마당 바위가 앞에 건너보였다. 다시 마당바위 쪽으로 가다 다른 바위 봉우리에 올라서니 연주대 주변 정상부가 좌우 능선과 함께 펼쳐 보였다. 마당바위는 바로 앞쪽 건너편에 보였다. 그런데 마당바위보다 이 곳에서 보이는 시야가 더 좋을 것 같아서 바로 자리를 잡고 그림을 그렸다. 갖고 올라간 화판에 한지를 붙이고 그리기 시작하자 지나던 지나던 다른 일행들이 “아까 뭘 갖고 가나 했더니 이제 알겠다” 고 했다. 또 다른 사람들도 지나다 말을 건내기도 했다.
잠시 후 도착한 우리 일행이 잠시 멈춰서 정상부 경관을 감상하였다. 이 곳 지리를 잘 아는 회원이 앞쪽 아래에 보이는 남근바위를 가리키며 힘이 넘치고 잘 생겨 보인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정말 남상의 상징을 꼭 닮아 있었다. 지나던 다른 일행들도 신기하게 바라보면서 예기들을 했다. 어떤 여성분들은 기를 받아야겠다며 손을 얹고 기념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일행들과 일정을 맞추기 위해 빠르게 그려나갔다. 겨울철에는 춥고 먹물이 얼기도 하는 어려 움이 있지만 활엽수의 낙엽이 지고 없어서 시야가 툭 트이는 것이 유리하다. 한 곳에 머물러 있자니 살랑 바람이 일때마다 추위가 느껴졌다. 집중해 그리다 보니 앞쪽의 마당바위를 다녀온 회원이 “그 새 많이 그렸네요” 하여 돌아보았다. 이어 내려온 회원들도 시산제 장소로 내려가면서 나에게 천천히 그리고 내려오라고 했다.
빠른 필치로 그림을 다 그린 후 정리를 했다. 마당바위를 들러 뒤돌아 내려오다 보니 전에 지났던 국기봉이 보였다. 올랐던 길을 빠른 걸음으로 내려가다 보니 후미 회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과 함께 산을 내려와 301동이라고 쓰인 건눌 옆으로 다시 산속으로 들어서 시산제 장소로 갔다. 터가 넉넉해서 그런 행사를 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잎이 다 져서 알몸을 드러낸 커다란 떡갈나무 등가 푸른 소나무가 대조적으로 보였다. 떡갈나무 아래에는 떨어진 잎이 그대도 남아 바짝 말라비틀어져서 밟을 때마다 바삭소리가 크게 들렸다.
일행이 다 모인 다음 시산제 행사를 시작했다. 주관하는 서울건축사등산동호회 안회장의 인사와 내빈 소개로 대한건축사회장, 서울건축사 회장, 건축사 복지회장, 건축사신협회장 및 참가한 각 구 건축사 회장 등이 차례로 인사를 한 다음 초헌, 아헌, 종헌, 등의 의례 순서를 갖추어 진행했다. 그리고 참가한 일행들이 평상위에 마련된 단으로 올라가 절을 했다. 전에 다른 산악회 등에서 하는 시산제도 가끔 보았는데 국기에 대한 경례부터 격식을 차린 것은 잘 보지 못했다.
시산제를 마치고 뒤츨이 식당으로 갔다. 요새 책을 내는 일 등으로 시간이 많이 부족해서 그냥 갈까 생각하다 안으로 들어섰다. 식당 안이 우리 일행으로 가득 채워졌다. 안쪽에 자리가 차서 바깥쪽 좌석에 앉았다. 공간 사이에 유리 칸막이가 있어서 인사말 등이 잘 들리지 않았다. 건배 구호에 맞춰 술잔을 부딧히고 예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귀가했다. 맑은 날씨에 산을 오르내리는 동안 다시 기운이 충전 된 것 같았다.
(20220212)
첫댓글 임인년 무사산행을 기원하는 시산제를 잘지내셨네요
코로나가 힘들게하여도 건강하게 즐거운산행을 많이 하시길 기원합니다
잘 지내셨는지요?
감사합니다.
날씨가 맑고 온화해서 산행하기가 좋았습니다.
최건축사님도 늘 건강하고 즐거운 산행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