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 속에 잠긴 물건의 빛이나 맛이 빠져 물에 풀려나다’
풀이가 얼른 알아듣기 어렵긴 한데
아무튼 ‘우러나다’의 뜻이 그런 거라는 말,
똑떨어지게 말한다면
어떤 것이 액체 속에 잠겼을 때 그것의 맛이나 색이 풀려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터,
물푸레나무는 얼른 봐서는 푸른 빛깔이 보이지 않지만
나무를 잘라 물에 담그면 푸른 색깔이 풀려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물푸레나무라고 이름을 붙였다는데
아무튼 이 ‘우러남’을 놓고 볼 때 생각나는 것 하나,
그것은 사람에게서 우러나는 됨됨이가 있다는 것인데
어떤 사람은 단 것을 먹고 쓴 맛이 우러나는가 하면
쓴 것을 주로 먹는데 단 맛이 우러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이나 지식이 자기 안에서 소화된 다음에 우러나게 되는 인간미,
내게서 우러나는 것을 나는 알지 못하고 다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인간미의 또 하나의 측면일 터인데
그렇게 볼 때 내게서는 어떤 맛이 우러나는지를
누구에겐가 물어보고 싶기도 합니다.
아니, 굳이 누군가에게 물어볼 일도 아닙니다.
어떤 사람과 만났을 때
그 사람 다시는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불편해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헤어지기도 전에 다시 만날 일을 약속이라고 하고 싶은 이도 있으니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것이 삶의 또 다른 기쁨,
그런 사람이 되려고 이런 저런 시도를 하는 것이 어줍잖은 짓이라는 것도 모르지 않는데
아무튼 나이를 이만큼 먹었으니
다른 이에게
따뜻하고 부드러운 사람으로 느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는 것이
부질없는 욕심은 아니겠지 하며
그런 사람이 되는 길이 무엇인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하는 고마운 낱말 ‘우러나다’
머리 숙여 절 한 번 하고 이 낱말을 가슴에 품어 안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
- 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