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준화 해체논의 확산시키는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보고서에 대한 참교육학부모회의 논평
이번에 발표된 서울대 사회과학 연구원의 보고서가 언론 등에 대서특필되고 평준화 해제 논의로 이어지면서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는 이번의 연구(통계 자료 등)는 자료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 안에 정책함의라고 하는 소제목 하에서 자료에 대한 해석을 하면서 평준화 해제논의를 담고 있는 것은 매우 자의적인 것이며 사실적인 연구자료의 해석과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또한 이러한 논리적인 합리성을 갖추지 못한 주장들이 매우 학구적인 연구결과에 의해 나온 것인것 처럼 잘못 인식되어 우리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
먼저 이 연구는 서울대 입학이 곧 상류계층이 되는 것을 보장하는 현실을 당연한 것으로 가정하고 연구를 진행하고 정책제안을 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 연구는 우리사회 구성원들이 유형 무형의 모든 자산을 바쳐 서울대에 진학하려하고 그 과정에서 당연히 상류층의 자녀가 승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입시 경쟁이라는 현상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사회과학적 고찰을 하기 보다, 서울대를 들어와야 상류층이 되는데 하위계층의 아이들이 상류계층으로 진입하는 서울대를 들어오지 못한다고 한탄하고 있는 셈이다.
특정대학을 입학하는 것이 곧바로 상류층 진입이 되는 우리사회의 구조모순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는 그야말로 사회과학적이지 못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등록금이 저렴한 국립대학에 최상위계층의 자녀들이 독점 하다시피하는 매우 기형적인 현상을 단순히 일반적인 사회계층에 따른 불평등의 문제로 보는 것은 매우 안이한 인식이다.
더구나 이번의 연구결과가 평준화 해제논의로 이어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이번의 연구결과로 ''최상류층의 자녀들이 국민의 세금으로 교육비를 보조받는 것이 합당한 일인가'' 라는 식의 국립대로서의 서울대의 정체성의 문제를 고민하는 것이 좀 더 적합한 해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의 보고서는 평준화 정책과 관련한 연구가 아니었다. 연구 내용 중 어디에도 평준화정책과의 상호 관련성을 연구한 대목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고서는 정책함의라는 제목 하에 쉬운 수능의 문제와 평준화 해제의 주장을 담고 있다.
부모의 계층이 서울대 입학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에 대한 연구 결과가 어떻게 그렇게 간단히 평준화 해제논리로 이어지는지 그 논리전개과정이 너무나도 허술하다. 갈수록 상류계층의 아이들이 서울대에 많이 들어가는 현상을 평준화 해제라는 정책함의로 해석하기 위해서 매우 엄격한 연구과정들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평준화와 관련된 어떤 의미있는 연구내용도 발견할 수 없다.
평준화가 해제된다면 명문고에 상류계층자녀들이 집중적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 될 것이다. 이 보고서의 논리대로 서울대에 상류계층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 평준화해제의 논리가 된다면, 명문고등학교에 상류계층의 아이들이 많이 들어간다면 중학교도 평준화 해제해야 할것이고, 또 초등학교도 평준화 해제해야 한다라는 논리가 될 것이다. 현재도 특목고 입학생들은 그야말로 사교육의 혜택을 받은 최상류층의 자녀들이다. 이 보고서의 논리라면 중학교 평준화도 해제해야 마땅할 것이다.
또한 이 보고서는 전혀 검증되지 않는 개인적인 의견을 아무 근거 없이 버젓이 포함시키고 있다 . ''사교육은 반복 학습에 영향을 끼친다'', ''쉬운 수능이 사교육을 번창하게 한다''는 등의 주장이 그 예이다. 이러한 일반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주장에 대해 어떠한 근거도 제시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대학의 학구적인 연구보고서에 전혀 걸맞지 않은 개인 의견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 연구 보고서를 낸 서울대학교 사회과학 연구원의 태도 또한 책임있는 학술기관의 모습이라고 보기가 힘들다. 서울대 사회과학 연구원에서는 이번 보고서에 대해 보도 자료까지 내면서 평준화 해제를 공론화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이 연구가 언론에서 어떻게 평준화 해제논의를 위해 과장 확대되어 활용될지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언론에서 어떻게 해석하든 관여하지 않겠다라는 식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마치 이 보고서가 객관적인 사실 연구인 것처럼, 자신들은 중립적인 위치를 유지하는 것 처럼 말하면서 논란에 책임질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옳지 못한 처신이다.
이 보고서는 단순한 사실에 대한 연구물이 아니다. 분명히 평준화 해제, 쉬운 수능 반대라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 할 수 있도록 이에 적합한 연구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계층간의 불평등이라는 매우 선정적인 연구결과를 가지고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평준화해제 논의를 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 논의에 대해 언론이 알아서 확대해주기를 바라면서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번의 보고서가 가져온 파문은 역설적으로 우리사회에 서울대의 존재가 어떤 것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논리적으로 매우 허약한 교육정책제언에 대해 언론들이 대서특필하는 상황은 서울대의 연구원의 보고서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서울대라는 이름으로 하면 연구의 질에 관계없이 , 그 분야의 전문성에 관계없이 그들의 발언이 우리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이런 상황이 우리 사회구성원들이 서울대를 가려고 유형무형의 자산을 쏟아 부으면서 경쟁을 벌이게 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고 본다.
또한 서울대 입학을 상류계층이 되는 통로로 정당하다는 것을 가정하는 이 보고서의 시각이야 말로, 왜 학부모들이 대학입시까지 열성적인 교육열을 보여주고 그 교육열이 대학입시에서 끝나는가 하는 현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번의 연구는 우리의 교육문제에 대해 좀 더 근본적으로 성찰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2004년 1월 29일 사단법인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