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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학박물관은 4일 다산 탄신 250년을 맞아 여유당 마당에서 회혼례를 고증 재현했다. ⓒ G뉴스플러스 허선량 |
족두리를 쓰고 연지곤지를 찍은 신부는 부끄럽다. 머리에 사모를 쓰고 신부를 바라보는 신랑의 자태는 늠름하다. 부부는 이
세상에 맞는 단 하나의 짝이라는 의미로 반쪽 표주박에 따른 합환주를 마시며 서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이들은 다름 아닌 신랑 신부의 자손들. 네 살배기 꼬마부터 이제 막 결혼생활을 시작한 아들내외까지 한자리에 모인 가족들은
할머니·할아버지, 또는 아버지·어머니가 자랑스럽다는 듯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60년의 세월을 같이한 노부부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연회 ‘회혼례(回婚禮)’…. 자손과 친지들이 모인 가운데 늙은 부부는 혼례의 복장을 갖추고 혼례의식을 다시 하며 자손들과 친지들로부터 축하를 받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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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율 경기도 경제부지사, 김경표 도의회 문광위원장, 엄기영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가 회혼례를 맞은 어르신들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수주례를 올리고 있다. ⓒ G뉴스플러스 허선량 |
다산 탄신 250년을 맞아 4일 오후 5시 실학박물관에서 회혼례를 고증 재현했다. 60년을 함께해 온 부인과의 삶을
반추하면서 남은 생을 준비하기 위해 다산이 직접 준비했던 회혼례. 다산은 1836년(헌종 2) 2월 22일 생애 마지막으로 이
의례를 준비했지만, 잔칫날 아침에 눈을 감고 만다.
실학박물관은 이날 다산 부부가 살았던 남양주 다산 유적지 내
여유당 마당에서 혼인 1주갑(60주년)을 맞은 어르신 부부 8쌍의 잔치를 베풀어 주었다. 참가자로는 다산의 종손 정호영(EBS
경영본부장) 내외, 잠곡 김육선생 후손 등 실학자 후손과 경기도민 중 회혼을 맞이한 부부 등이 초청됐다.
이 자리에는
이재율 경기도 경제부지사, 김경표 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엄기영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등 관계자와 가족 등 500여명이
함께해 축하했다. 이재율 부지사는 “오늘은 다산 선생 탄신 250주년을 기념하는 즐겁고 뜻 깊은 잔칫날”이라며 “회혼을 맞이한
어르신과 우리나라 모든 어르신들을 마음으로 축수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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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율 부지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 G뉴스플러스 허선량 |
엄기영 대표이사도 “다산 선생은 60년을 함께한 부인을 위해 유리잔에 시를 지어 애정과 존경을 표했다고 한다”며 “오늘 혼인 1주갑을 맞은 여러 어르신들에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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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례를 지켜보는 이들 중에는 유독 부부가 많았다. 남양주에서 회혼례를 보러 일부러 찾아왔다는 한 내외는 “우리도 함께 오래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여기 와보니 아직 멀었다”며 “아름다운 노부부들의 모습을 보니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참가자 가족들 역시 감회가 새롭다. 김진웅·손기순 부부의 아들 내외인 김동수·이진이(서울 낙성대동) 부부는 “우리의 먼 미래의 모습이라 생각하며 지켜봤다”며 “어머니 아버지처럼만 살고 싶다”고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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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색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결혼이민자 라트리 수크사이 씨도 시아버지·시어머니의 혼인 1주갑을 축하하러 남편과 두 딸을 데리고
행사장을 찾았다. “타이에서 한국으로 멀리 시집와 힘든 점도 많았지만, 어머님 아버님의 행복한 모습을 보니 힘이 난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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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혼례 고증 재현 모습. ⓒ G뉴스플러스 허선량 |
이에 앞서 4일 오후 3시에는 다산의 탄신을 맞아 문도사(다산사당)에서 다산탄신고유제를 봉행하고 이재율 부지사가
초헌관(初獻官: 종묘 제향 때 첫 번째 술잔을 올리던 사람), 김경표 도의회 문광위원장이 아헌관(亞獻官: 두 번째 술잔을 올리던
사람), 경기문화재단 엄기영 대표이사가 종헌관(終獻官: 세 번째 술잔을 올리던 사람)으로 분하여 술잔을 올렸다. 또 의례를 지켜본
관람객들도 중간중간 함께 무릎을 꿇고 배례하는 등 예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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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문도사에서 열린 다산 탄신 고유제에서 이재율 부지사, 김경표 도의회 문광위원장, 엄기영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가 헌관으로 나서 고유제를 봉행하고 있다. ⓒ G뉴스플러스 허선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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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유제 초헌관으로 나선 이재율 부지사가 도민을 대표해 음복하고 있다. ⓒ G뉴스플러스 허선량 |
한편 경기도와 남양주시는 4~5일 다산유적지와 실학박물관 일대에서 다산 탄신 250주년 및 유네스코 2012년 세계적인물
선정기념 이벤트로 ‘다산의 향연’을 다채롭게 펼쳤다. 4일 오전 10시부터 다산체험연극 도전· 실학퀴즈·다산음악회 등이 열렸고,
5일에는 사물놀이와 비보이의 만남·퇴계원산대놀이·다산뮤지컬 탄신 헌정음악회 등이 호응을 얻었다. 이틀간 ‘다산의 향연’ 행사에는 약
2만여명이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G뉴스플러스뉴스 | 노경희 khrohh@kg21.net
입력일 : 2012.08.06 1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