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 세기 소년 독본
채상우
내겐 아름다운 습관이 있지 난 오후 세 시에 허브티를 마셔 아무래도 입이 깨끗해야 하니까 난 저녁마다 혼자 육식을 해야 하거든 그리고 일주일 내내 구애를 하지 그러다가 운 좋게도 홍콩에서 온 아가씨를 만난다면 금붕어를 사줄 거야 어차피 불친절해지겠지만 처음엔 다 아픈 거야 걱정하지 마 금방 아름다워질 테니 젠장 모두 다 아름다운 습관 때문이지 北國에서 팔 년 만에 돌아온 선배는 다시 北國으로 떠난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어 만우절 밤에 말야 장국영이 죽었고 거짓말처럼 진심을 말하곤 하던 애인은 한순간에 변심했지 왜 항상 익숙해져야 하는 건 나일까 그래 난 아침마다 상추에 한 컵씩 물을 주고 깻잎의 잎맥을 더듬곤 해 저녁마다 이젠 혼자 육식을 해야 하거든 그리고 내가 저지른 죄악들을 모조리 고백하리라 결심하지 난 아직 용서 받지 못했으니까 난 너무 아름다워져 버렸으니까 시들지 않는 시체는 얼마나 고매한가 아직 저물지 않은 이십 세기 난 한 달 내내 일 년 내내 구애를 하고 육식을 하고 고백할 준비를 하지 내겐 완성해야 할 아름다운 습관이 남아 있으니까
1973년 경북 영주 출생 2003년 계간《시작》으로 등단 시집으로『멜랑콜리』『리튬』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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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완성해야 할 아름다운 습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