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주님께 사기꾼
감언이설로 저를 속이고,
미사여구로 주님을 기만하려 합니다.
저는 주님께 협박꾼
온갖 기도로 주님을 협박하며
지향이라는 이름으로 허황된 간청을 하고
묵상이라는 이름으로 주님을 꼭두각시로 만들고
나눔을 공동체 헤게머니 장악의 기회로 이용하고
냉담을 밥 먹듯이 하며,
냉담을 무기삼고 훈장처럼 여깁니다.
참칭(僭稱) 주님의 종(?)이라 생각하는 확신범
물욕을 고이 고이 간직한 채
명예욕 요리 조리 숨겨가며
꼬질 꼬질한 자존심 지켜가며
사리사욕 가까이 하며
나눔을 이용해 권력욕 채워가며
나 아니면 아니 된다는 자만심을 내세우며
내 십자가 남에게 살짝 미루거나 내팽겨치고
저는 주님의 종이라 확신합니다.
그러나
주님은 저에게 화수분의 사랑을 주시고
사랑하는 동료와 이웃 보내주시고
잠 못 자고 아프고 힘들어 쓸어질 때
성령과 평화를 꼭 쥐어주십니다.
주님은 저에게 참 생명 일러주시고
베네 수녀님 다쳤을 때 주님 사랑 속삭여 주시며
또 다시 주님 동산에 부르시어
뛰놀게 하십니다.
주님은 저에게 오늘을 주십니다
비바람 몰아치는 오늘도 있었지만
새싹이 돋아나는 오늘도 있고
복사시절 365일 미사 참례의
영광된 오늘도 있었지만,
카인의 죄 범하여
주님을 두려워 하며 숨었던 오늘
주님께 등 돌린 긴 도망과 냉담의 오늘도 있었고
애간장 끊어지는 오늘도 있었지만
산들바람 피어나는 오늘도 주시고
대학시절 짱돌 들고 거리에서
피나게 절규하는 오늘도 있었고,
나의 벗들 앗아간 그분께 투덜거리며
소주병 하나 가득 주님을 원망한 오늘도 있고
눈보라 휘몰아치는 오늘도 있었지만
아랫목 따뜻한 오늘도 있고
사슴이 숲속을 뛰놀듯
주님 정원에서
주님 사랑으로 흠뻑 젖는 지금,
오늘도 주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저는 주님께
또 다시 사기를 치고
모른 척 협박의 기도를 드리며
주님의 종이라 확신합니다.
주님께서는 이런 저를
언제
어디서나
따스이 어루만져 주십니다.
처음으로 쓴 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