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공급 차질을 우려하여 정비사업 분쟁 전수조사 한다.
서울경제|변수연 기자|2022.05.19.
[서울경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공사 중단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자 서울시가 ‘정비사업 분쟁 전수 조사’에 나섰다. 조합 및 시공사 등의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돼 주택 공급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미리 파악해 제2의 둔촌주공 사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5월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해체가 시작된 17일 각 자치구에 긴급 공문을 발송했다. 재개발·재건축 구역 내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증액 등을 둘러싸고 분쟁을 겪는 곳이 있는지 파악해 달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서울시가 이례적으로 정비사업 분쟁 전수 조사에 나선 것은 최근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건축비 인상 등을 둘러싼 갈등이 다른 사업장에서도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사업 추진과 관련해 최근 시공사 및 조합 간 이해관계로 인한 갈등이 발생함에 따라 분쟁구역의 현황을 파악해 유사한 사례 재발을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가 둔촌주공조합과 시공단 사이에서 수차례 중재에 나섰음에도 공사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도 사안을 더욱 심각하게 인식하게끔 만든 계기가 됐다. 서울시는 지난달 4월 15일 공사 중단 이후 현재까지도 양측 간 중재를 위해 물밑으로 노력 중이지만 시공단이 타워크레인 철거와 사업비 대출 보증 중단 의사를 밝히면서 사태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따라 둔촌주공 일반분양 일정도 3~4년 지연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비사업장을 둘러싼 분쟁이 사업 및 분양 지연으로 이어지면서 단기 공급 위축을 야기하는 것이다.
둔촌주공 외에도 서울 내 정비사업장 곳곳은 크고작은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은평구 대조1구역(2451가구)은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증액 협상 불발로 착공이 지연되고 있다. 서초구 신반포15차(641가구) 재건축도 조합과 전 시공사였던 대우건설 간 계약 해지 법적 분쟁으로 분양이 지연됐다. 다만 대부분의 자치구에서 현재 둔촌주공과 같은 사례는 ‘없다’고 회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정비사업장이 많은 영등포구(70곳)뿐 아니라 서초구(63곳), 성북구(58곳), 동대문구(41곳), 강남구(38곳) 등에서 분쟁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서울 내 정비사업 조합 가운데 문제없이 사업이 추진되는 곳은 10~20%에 불과하다”며 “이번 기회에 지자체가 자문 역할을 더욱 강화하거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조합은 감사를 받게 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와 국토부는 이달 23일부터 2주간 둔촌주공 정비사업에 대한 현장 점검을 실시한다. 양 기관은 정기적으로 정비사업 현장 점검을 나가고 있는데 둔촌주공의 경우 7월로 예정돼 있었으나 강동구청의 요청으로 일정을 앞당겼다. 같은 기간 은평구 대조1구역, 성북구 보문5구역도 함께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