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골프 찬가 - 최수룡 수필
나의 일과는 아침 일찍 수영장에 아내와 함께 다녀오면서 시작된다. 수영장에 다닌 지 벌써 칠 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따로 수영장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맞추어 다녔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수영장 운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자유 수영을 같은 시간에 다니게 되었다. 아침 식사 후 서실에서 은은한 대금 소리를 들으며 묵향에 젖어 문인화나 붓글씨를 쓰다가 점심시간이 되면 간단히 다과로 음식을 먹고 가는 곳이 파크골프장이다. 파크골프장은 여느 골프장과 마찬가지로 파란 잔디밭에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소나무들이 폼나게 으스대고, 울타리 너머에는 세종호수공원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00골프장은 이용객들로 늘 복잡하기에 우리는 한가한 점심시간에 주로 이용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아내와 운동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나름대로 건강관리를 이 나이 되도록 잘 관리하였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젊었을 때는 아내와 운동하는 종목이 서로 달랐다. 나는 아파트 내에 있는 테니스장으로 아내는 등산을 주로 다녔다. 특별히 바쁜 일정이 없을 때는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는 테니스장에서 온종일 회원들과 함께 운동하는 즐거움으로 살았다. 아파트 테니스회원들과 어울려 테니스를 치면서 어울리는 즐거움은 바쁜 일상의 활력소였다. 이순이 지나면서 체력적인 한계를 느끼며 운동하는 것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이곳 세종으로 이사를 오면서 완전히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젊음의 도시 세종에는 테니스 코트는 여러 곳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젊은이들이다. 젊은이와 함께하는 운동은 아무래도 체력의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다. 모임 때마다 지인들이 파크골프 추천을 하였으나 귓등으로 흘려버리곤 했다. 아내도 친구들한테 파크골프를 해보라는 권유받았다며 가끔 이야기하였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파크골프 세트 매매 광고를 보게 되었다. 파크골프 용구를 세트로 판매하는 내용인데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가격에 아내와 함께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두 세트를 구입했다. 파크골프를 주선하던 지인에게 파크골프 용구를 구입하였다 하니 파크골프장에서 기본적인 규칙과 치는 방법에 대해서 안내해 준다. 파크골프는 공원(Park)과 골프(Golf)의 합성어로서 잘 가꾸어진 잔디에서 맑은 공기 마시고 햇볕을 받으며 가족, 친구들과 함께 공을 치고 경쟁하는 커뮤니케이션 스포츠란다. 장비나 시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세게 휘둘러도 멀리 안 나가는 까닭에 ‘장타’에 대한 부담감이 없다. 경기 방식은 골프와 비슷하다. 출발지점(Tee Off)에서 홀컵을 향해 볼을 치고 차례로 코스를 돈다. 최종코스까지 가장 적은 타수로 홀컵에 볼을 넣는 사람이 승리한다. 보통 4인 1조로 게임을 하며 게임당 18홀 기준으로 약 한 시간 삼십 분에서 두 시간이 소요되는데 체력적인 부담은 적다. 장비는 합성수지로 내부를 채운 직경 6cm의 공을 쓰며, 나무로 만든 길이 86cm, 무게 600g의 클럽 하나만 사용한다.
파크골프장에 가면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도 바로 친근하게 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체적으로 네 명이 한 조가 되어 출발하기 때문에 혼자 온 사람이나 둘이 온 사람일지라도 함께 조를 이루며 출발하면 된다. 이때 경기하면서 잘한 점을 칭찬하고 격려도 해주는 것이 예의이며 서로 웃으면서 즐겁게 운동을 할 수 있다. 치는 순서는 홀컵에서 먼 순서부터 쳐야 하기에 배려가 우선이다. 걷기가 불편해 보이는 나이 지긋한 분과 한 조가 되어 파크골프를 치는 모습을 보았다. 잘 치면 잘 치는 대로 실수하면 실수로 인하여 파안대소하는 모습에서 얼마나 재미있는 경기인가를 알 수 있다. 경기중에 홀인원이 이루어지면 다 함께 축하의 환호로 파크골프장 전체가 즐거움으로 젖어 든다. 어떤 경기에서 이렇게 즐겁고 행복한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겠는가. 이것이 파크골프의 장점이다. 파크골프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즐기기에 적합하며, 고령자들에게 사회적 연결성을 제공한다. 친목 도모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이 게임은 건강은 물론이고 사람들 간의 소통과 교류를 촉진할 수 있다.
요즘 노인들에게 각광받는 파크골프가 전국적으로 확산 추세에 있다. 이처럼 파크골프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입문이 쉽기 때문이다. 복장과 장비를 준비하는 과정도 간단하고, 운동을 즐기기 위한 특별한 기술도 필요치 않다. 파크골프는 파크골프 용 클럽 한 개와 볼만 준비하면 곧바로 라운딩을 시작할 수 있다. 골프처럼 번거로운 부킹도 필요 없다. 파크골프 경기장에 가서 2~3명이 치는 팀에 양해를 얻어서 합류하면 된다. 한동안은 노인경기로 게이트볼이 인기가 있었는데, 근래에는 파크골프장으로 몰린다고 한다. 특히 노인 건강은 “걸으면 살고 누우면 죽는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하루 만 보 걷기를 결심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매일 만 보를 꾸준히 걷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파크골프는 지인들과 함께 즐기면서 목표인 깃대를 향해 공을 치고 맑은 하늘 아래 푸른 잔디를 밟으며 걷고 공을 치고 또, 걷는 즐거움으로 걷기운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친구가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왔다. 아내와 함께 그라운드 골프를 하고 찍은 사진이란다. 사진을 보니 만면에 웃음이 넘쳐난다. 젊을 때는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서 자주 다투기도 하였던 친구인데 함께 운동하고 행복하게 만면에 웃음을 띤 얼굴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젊었을 때 골프를 즐겨 치던 친구로 외국에까지 자주 다녀오던 친구인데, 아내의 건강이 좋지 않아서 함께 그라운드 골프를 친다는 데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우리도 파크골프를 치고 때늦은 아침을 먹는 중이었기에 반갑게 통화를 하게 되었다. 얼마 전에 작고한 친구의 부인도 우리와 함께 어울려 하고 있다고 하니 참 잘했다며 칭찬까지 한다. 칠십 대 중반까지 건강한 몸으로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다. 나이 들어서 지인들과 함께 넓고 파아란 잔디밭에서 운동하면서 즐거움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행복한 일인가.
출처: 한국문인협회 월간지 5월호 |
첫댓글 선배님 파크골프 찬양글
잘 읽었어요
근데 이번 지기배 대회에
참석글이 없네요
저 초보때 지도도
해 주셨는데 항상 건강하세요
정수연님, 반갑습니다.
15일 16일 양일간에 우리 일산에
친구들 8명이 충주 문경 영주 제천
파크골프장을 돌아서 옵니다.
일정이 겹쳐서 너무 아쉬워요.
네 그렇군요 항상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