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나라, 네덜란드
-네덜란드 문학기행
김윤자
길 가다가 발에 차이는 것이 백조란다.
물이 많으니 물새도 많다.
목장 곁, 개울에서 둥지 튼 오리가
새끼를 돌보며 재미있게 산다.
풍차가 있는 들녘 정원 바로 앞, 큰 운하에
유럽의 물류를 실어 나르는 거대한 선적이 지난다.
바다에서나 보는 풍경이
농촌 마을에서, 땅과 같은 높이로
우람하게 연출되고 있다.
한국 경상도 크기, 한반도 오분의 일 크기
그런 국토의 사십 퍼센트가
해수면과 맞닿아 있거나, 해수면 아래에 있다.
물의 나라, 라는 운명을 개척하여
운하에서, 목장에서, 튤립 꽃에서 당차게 일어선 나라
전 국민이 제방을 쌓고, 새로운 간척지를 만들고
바다와 힘든 싸움을 계속해 오며
유럽의 꽃, 세계의 꽃으로 피워 올린
저 찬란함, 품어가야 할 한줄기 빛이다.
물의 나라, 네덜란드-보령문학 2014년 제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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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텔담 시가지 풍경
-네덜란드 문학기행
김윤자
암스텔 강 하구에
댐을 쌓아 만든 물의 도시
부채꼴 모양의 운하가 감싸고 있어
물이 도심 사이로 핏줄기처럼 스미어 있다.
한 블록을 지나면 운하가
또 한 블록을 지나면 운하가
기차역도 물 위에 있고, 아파트도 물 위에 있고
물로 인해 건물이 기울어진 것이
눈에 아슬하게 보여도
역사 보존을 위해 그대로 사는
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도시다.
네덜란드 천 육백만 인구 중
백만 명이 모여 사는 수도, 유럽의 관문이며
세계 무역 중심지로
운하를 연결한 다리가 오백여 개
그 중 팔십팔 개가 도심에 있어
운하를 따라 걷노라면, 고흐의 예술세계를 만나고
해양무역 황금시대의 자취를 만나고
물의 빛, 물의 향기가 신비로 휘돈다.
암스텔담 시가지 풍경- 보령문학 2014년 제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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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켄호프 꽃 축제
-네덜란드 문학기행
김윤자
바다를 메워 모래와 바람만 고인
비루한 땅, 불모지에
이런 풍토에서만 살 수 있는 꽃을 허락하였으니
신은 참 공평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튤립 꽃 정원
암스텔담 남쪽 해변가 마을, 큐켄호프
팔만 오천 평의 사토에
육백만 구근의 꽃 축제로 꽃 바다, 꽃불이다.
검은 꽃은 밤의 여왕, 붉은 꽃은 셰익스피어
불꽃 터지는 꽃은 별들의 전쟁
거품 이는 꽃은 건배, 이름도 고운 꽃의 천국이다.
오월이면 축제의 문은 내리고
뿌리를 거두어 찬 곳에 저장해 두었다가
시월에 다시 심는다는데
한해도 아니고, 매년 그런 노력의 반복으로
세계적인 꽃 축제가 열린다 하니, 눈시울이 붉어진다.
꽃 속에서 나는 꽃이 되고, 천상의 선녀가 되고
꽃이 그리울 때, 꽃길을 걷고 싶을 때
오늘 이 기억으로 완전한 충족이 되리라
큐켄호프 꽃 축제-보령문학 2014년 제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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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 터널 정류장
-네덜란드 문학기행
김윤자
놀라지 마시어요
암스텔담 도심에 바다 같은 물이 출렁일 때
물 위에 커다란 함선 모양의 건물이 보일 때
바다가 아닙니다. 함선이 아닙니다.
그 속으로 버스가 들어가도
기차가 들어가도
이 나라에서는 자연스런 교통수단일 뿐
놀랄 일이 아닙니다.
이런 해저 터널이 일곱 개 있고
이백오십 개의 다리와 운하로
유럽 모든 나라 중심까지 다 갈 수 있습니다.
구십여 개의 섬을 이어서 만든 나라
북유럽의 베네치아
일년에 암스텔담에 다녀가는 외국인이 천육백만 명
물을 모아 역사를 쌓는 나라
물이 있어 행복한 나라
도심의 물바다에, 웅장한 물꽃이 피었습니다.
해저 터널 정류장-보령문학 2014년 제12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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