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남쪽의 어떤 더운 나라에서 고행을 합니다. 그들은 흰 천으로 된 치마 같은 것을 걸치고 있습니다. 그들은 불교 사원 주위를 돕니다. 그냥 도는 게 아닙니다. 팔을 쳐들고 돕니다. 그냥 팔을 쳐들고 도는 것도 아닙니다. 팔을 쳐들고 전신으로 굴러서 돕니다.
그렇게 한 바퀴만 도는가? 아닙니다. 세 바퀴 돕니다. 계산이 헛갈려서 네 바퀴나 다섯 바퀴를 돌 수도 있습니다. 헛갈릴 만도 합니다. 왜냐하면 땅 바닥에는 모래가 깔려 있는데, 그 모래의 온도가 60도나 되기 때문입니다.
60도면 꽤 뜨겁습니다. 그게 일차적인 동기인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시원한 야자수 열매를 두 손으로 쥐고 있습니다. 머리 위로 팔을 쭉 쳐든 두 손에 야자수 열매가 들려 있는 것입니다. 뜨거운 모래판을 구르는 그들을 똑바로 세워 놓으면, 아주 작은 항아리를 머리 위로 높이 쳐들고 있는 꼴이 됩니다.
그들은 그렇게 돕니다. 전신으로, 한 바퀴가 아닌 세 바퀴를, 그들은 돕니다.
그들은 괴롭습니다. 몸도 마음도 괴롭습니다. 우선 뜨거워서 괴롭습니다. 60도나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자발적으로 도는 것입니다. 아무도 구우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자발적으로 자신을 굽고 있습니다. 괴롭게, 노릇노릇하게, 그들은 돌고, 굽습니다.
돌면서, 구우면서, 그들은 소망합니다. 두 손으로 받쳐든 야자수 열매 속에, 모든 번민이, 모든 미망이, 몸과 마음의 모든 괴로움이, 그 동그란 열매 속에 모이길 빌고 또 빕니다.
나도 소망합니다. 나도 빕니다. 거기까지는 나도 그들과 한 몸으로 동행합니다. 하지만 나의 동행은 거기까지입니다. 나는 고행을 마친 그들과 동행하기 싫습니다.
그들은 딱딱한 바위 곁으로 갑니다. 그리고는 아마도 온갖 번뇌와 미망과 괴로움으로 가득 찼을 저 둥근 열매를 죽어라고 집어 던집니다. 야자수 열매가 터지고, 파편이 사방으로 날아갑니다. 그 순간 그들은, 저 폭발하는 둥근 열매와 함께 그들의 번뇌와 미망과 괴로움도 사라진다고 믿습니다. 아니, 소망합니다! 바랍니다! 욕망합니다!
아, 하지만 나는 야자수 열매가 깨어지면서 기껏 그 안에 가둬 놓은 온갖 번뇌와 미망과 괴로움이 사방팔방으로 날아가는 것을 볼 뿐입니다. 영화 '고스트버스터즈'에서, 통 속에 가둬 놓은 귀신들이 달아나는 것을 보는 것 같습니다.
제발, 제발, 야자수 열매를 던지지 마세요! 차라리 각자 가기 것을 자기 혼자서 까먹어 버리세요!(*)